2003년 2월호

‘꽃보다 아름다운’ 3색 어깨동무

튀는 이천수·순둥이 송종국·무뚝뚝 홍명보

  • 글: 김화성 mars@donga.com

    입력2003-02-04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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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보, 송종국, 이천수.
    • 나이도 차이 나고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이 똘똘 뭉쳐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이들은 생각은 다를지 모르나 ‘축구공’을 쫓는 것에서는 다 똑같았다.
    • 구르는 둥근공 앞에 무슨 ‘세대 갈등’이 있을까.
    ‘꽃보다 아름다운’  3색 어깨동무
    이천수. 22세. 2002년 프로축구 신인왕. 그는 톡톡 튄다. 묻기가 무섭게 대답도 시원시원하게 잘도 한다. 지난해 연말 이천수는 눈코 뜰 새없이 바빴다.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빼놓곤 제일 바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시상식에 나가랴, 방송에 출연하랴, 뮤직비디오 찍으랴, 공개 데이트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지난해 12월20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그는 점심을 못먹었다면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와 아귀아귀 먹기부터 했다. 그러다 알아본 팬들이 달려들면 예외없이 꼬박꼬박 사인을 해줬다. 한쪽엔 모 방송사 인터뷰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이천수는 12월23일 심한 감기 몸살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도대체 운동은 언제 할까?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은 전혀 걱정하지 말란다. “누가 때려죽인대도 하루 2∼3시간은 반드시 하고 있다”는 것.

    “여자 무지무지 좋아해요”

    ‘꽃보다 아름다운’  3색 어깨동무

    [톡톡 튀는] 이천수

    이천수는 어렵게 살았다.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이 신던 축구화나 스타킹을 주워다 꿰매 신기도 했다. 보약 해먹는 동료들을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운동장에 나가 냅다 공을 내질렀다. 일단 운동장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천수가 늘 최고였으니까. 그래서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일단 100억원이 목표. 그 돈을 벌면 아예 축구구단 하나 사서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멋진 팀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프로구단에 들어와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인천 만수동 38평짜리 아파트를 사드렸고 아버지께는 승용차(에쿠우스)도 한 대 사드렸다.



    이천수는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형이 많다. 그가 쓴 책 ‘월드컵 뒷이야기’에 보면 탤런트 유시원 원빈 심태윤 최수종, 개그맨 윤정수 염경환 남희석 주영훈 컨츄리 꼬꼬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박경림과는 월드컵 이탈리아전이 끝나고 숙소를 빠져나와 서울 청담동에서 저녁을 함께 먹을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 그 일로 이천수는 홍명보 주장에게 “선배들도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팀을 위해 참는데 넌 뭐하는 놈이냐.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천수는 “여자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한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연상의 애인도 있었는데 석 달 전에 헤어졌다. 이유는 공 차느라 만날 시간이 없어서. 좋아하는 여자 유형은 ‘중학교 때부터 수많은 여자애들을 만나본 결과 역시 착한 여자가 최고’라고. 거기에다 키가 크고 축구를 이해할 수 있는 여자면 더 바랄 게 없다.

    이천수는 지난해 12월 뮤직비디오에서 상대 여배우와 키스신을 찍었다. 그것은 이천수가 처음부터 키스신이 없으면 안 찍는다고 해서 들어간 장면. 상대는 여성 보컬그룹 투야의 김지혜(22)였는데 여섯 번인가 만에 “OK”사인이 났다. 이천수는 이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한 스무 번쯤 한 다음에 OK 사인이 날 줄 알았다는 것.

    이천수는 인터뷰 다음날인 12월21일 저녁 평소부터 ‘이상형’이라고 말해오던 신인탤런트 한가인과 서울 청담동에서 ‘공개 데이트’를 했다. 양복까지 새로 맞춰입고 나온 그는 전날밤 뒤척이느라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가인이는 키 크고 섹시한 데다 말도 예쁘게 하고 청순한 얼굴을 가졌다”며 꿈꾸듯 말했다.

    이천수는 ‘미스 월드컵’ 미나와도 친하다. 12월29일 서울 메사팝콘홀에서 열린 미나의 쇼케이스에서 미나는 이천수를 무대에 오르게 한 뒤 “천수씨가 내 CF모델료 7000만원을 유소년축구기금에 기탁하면 어떻겠느냐고 해 그렇게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스스럼 없는 사이.

    이천수의 별명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밀레니엄, 보스, 깡패, 양아치, 미꾸라지, 아시아의 다람쥐…. 이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아시아의 다람쥐. 그래서 머리 모양도 다람쥐스타일이다.

    그의 꿈은 짧고 굵게 사는 것. 만약 5년 동안 대통령을 하고 그 다음에 죽으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주위의 ‘싸가지 없다’는 말에 대해선 “그런거 안 키운다. 난 의뭉 떠는 거 딱 밥맛이다. 싸가지 없다는 말 들어도 내 소신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천수의 말은 거침이 없다. 월드컵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패한 것에 대해서 “내가 찼으면 틀림없이 넣었다”거나 “이탈리아전에서 이탈리아 아이 머리를 깠는 데 굉장히 통쾌했다”고 눈도 깜짝 않고 말한다. 또 “국내엔 존경하는 선수가 없다”며 요한 크루이프를 으뜸으로 친다. 한때 대표팀에 들지 못했을 땐 이민을 생각한 적도 있다. 그때 그는 “내가 고종수나 이동국형보다 낫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지도자 욕심은 하나도 없다. 툭하면 목 잘리는 것 보고 ‘절대 안하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는 말한다. “난 의외로 순진하고 단순하다. 마음 속에 감춰두는 것도 없다. 난 앞으로 10년 이상 축구를 해야 한다. 그 10년 동안 가식적인 말과 행동을 일관되게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

    요즘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아니 미국이 힘세다고 우리를 깔보다니… ” 이천수는 여중생 두 명이 압사한 얘기를 듣고 하도 열받아 그의 매니저에게 ‘미군장갑차 한 대에 얼마나 가느냐’고 물었다. 그거 한 대 사서 확 불태워 버리려고….

    중학교 때 축구 시작한 송종국

    ‘꽃보다 아름다운’  3색 어깨동무

    [사색파] 송종국

    송종국. 24세. 2001년 프로축구 신인왕. 월드컵 전경기 687분을 다 뛰었다. 그는 젊지만 신중하고 사려깊다. 월드컵 포르투갈전에 앞서 송종국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스타 피구가 사이드에서 어떻게 드리블하는지, 일대일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의 스피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비디오 분석을 통해서 철저하게 숙지하고 나갔다. 그리고 그는 피구를 꽁꽁 묶었다. 경기 후 피구는 “송종국의 체력과 스피드가 말처럼 강해 내 길목을 잘 차단했다. 상대 선수지만 칭찬해주고 싶고 정말 미래가 밝은 선수”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송종국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포르투갈전 후반에 주장 홍명보가 선수들에게 “미국이 폴란드에게 지고 있다”고 알려주자 즉각 “아이, 끝까지 긴장해야 되는데 그런 얘긴 왜 해요”라고 항의를 했을 정도로 속이 깊다.

    송종국도 이천수 못지않게 어렵게 살았다. 충북 단양 산골이 고향. 버스가 하루에 한 번밖에 들어오지 않는 산꼭대기 마지막 집에 살았다. 서울로 와서는 명일동 지하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생활했다. 그는 어렸을 적 늘 맛있는 게 넘쳐나는 슈퍼마켓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축구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배워온 다른 아이들은 튼튼한 기본기 위에서 곧잘 여러가지 기술을 구사했지만 송종국은 그렇질 못했다. 그러나 송종국은 일단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으면 그게 한 달이 걸리든 십 년이 걸리든 하나하나 조금씩 조금씩 반드시 고치고야 마는 아이였다.

    송종국은 대학교 1학년부터 3학년 중반까지 10번 패스를 하면 8번은 상대팀에게 공을 내줄 정도로 패스 미스가 잦았다. 게다가 스피드 변화가 없어 별명도 ‘슬로우’. 때론 빠르게 때론 천천히 순간 스피드가 있어야 하는데 송종국은 늘 같은 슬로 템포로 뛰었다. 당시 김호곤 감독에게 욕먹는 건 늘 송종국이었고 맞는 것도 또 송종국이었다. 오죽하면 김감독에게 맨날 같이 혼나던 친구가 송종국에게 “내가 너 때문에 버틴다. 너 이렇게 매일같이 맞고 욕 먹고 해도 잘 버티는데… ”라고 했겠는가. 그러나 송종국은 그런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묵묵히 마음속에 묻어두고 혼자 삭였다.

    그러는 한편으로 꼬박 3년 동안 남몰래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게임에 나갈 때마다 “오늘은 스피드 변화를 시도하자, 스피드 변화를 시도하자” 하면서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뛰기도 하고 어느 때는 “오늘은 집중하자, 집중하자” 하면서 뛰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3년 후 그는 그런 나쁜 습관들을 모두 고칠 수 있었다.

    송종국은 대표팀에 막 들어갔을 때 너무나 긴장했다.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TV에서나 보던 대단한 선배들을 보고 처음엔 말도 잘 못 걸었다. “형들은 나이도 많고 나는 어리고, 형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이고 나는 무명 수비수일 뿐이고 휴…. 이런 선배님들하고 정말 게임에서 뛸 수 있을까?”

    그 시절 송종국은 운동장에 나가면 무조건 볼만 쫓아다녔다. ‘패스를 잘하고 어떤 플레이를 펼쳐야지’ 했던 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열심히 뛰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언론에서 송종국을 ‘히딩크의 황태자’라고 치켜세웠다. 송종국은 언제나 ‘교만하지 말자’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언제부턴가 ‘열심히만 뛰자’던 초심을 잃어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번에도 게임을 뛰겠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확실히 경기력도 떨어지고 체력적으로도 몹시 힘이 들었다. 슬슬 조바심도 났다. 송종국은 신앙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다.

    신문에 경기와 관련해 자신을 칭찬하는 기사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축구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이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나올 때면 어쩐지 쑥스럽다.

    월드컵이 끝난 후 주변에선 모두들 송종국에게 너무 잘해준다. 이것이 송종국을 덜컥 겁나게 한다. ‘이러다 왕자병이나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 음악도 시끄러운 건 딱 질색. 당연히 랩도 싫다. 어디 놀러다니는 것보다는 그냥 가만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술과 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게 꿈이다. 즐겁게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평생 축구를 즐길 줄 알게 만들고 싶다.

    송종국은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그의 짱’ 명보형을 좋아한다(이상은 송종국의 자서전 ‘아름다운 질주’ 참조).

    홍명보, 카리스마가 짱!

    ‘꽃보다 아름다운’  3색 어깨동무

    [속 깊은] 홍명보

    홍명보. 34세. 그는 도대체 말이 없다. 다른 선수들에 대해 물어보면 “난 아직 현역이기 때문에 동료나 후배를 평가하는 일은 싫다”고 말한다. 어느땐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은 질문이 나오면 자리를 슬쩍 피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짱이다. 말도 조리 있고 사려 깊게 한다.

    그는 고려대 4학년 때인 1990년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갔다. 당시 대표팀에는 정용환 최순호 박경훈 변병주 김주성 최강희 등 현재 프로 지도자들이 대거 선수로 뛰고 있었다. 막내였던 홍명보는 선배들 앞에 서면 뭐라고 말문을 떼기조차 어려웠다. 당연히 온갖 잡일은 도맡아 했다. 해외에 나가면 식사 때마다 고추장을 들고 다녔다. 훈련 때는 물 아이스박스 볼 등을 챙겼다. 훈련 때마다 공에 바람부터 넣어야 했다. 지금이야 순서대로 마사지를 받지만 막내였기 때문에 마사지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당시엔 선배들이 모두 마사지를 받은 다음에 밤늦게 마사지 룸을 찾아야 했다. 고참들 빨래도 모두 도맡아 했다.

    그러나 홍명보에 대해 제대로 알아 보려면 그의 부인 조수미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홍명보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에서 재미교포인 조수미씨는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남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표정하고 말수가 적어 오죽했으면 신혼 초에 나 혼자 아이들이 인형놀이 하듯 인형과 얘기를 주고받았겠는가. 아이 둘을 낳을 때는 두 번 다 곁에 없었고 지금까지 맞은 다섯 번의 결혼기념일 가운데 두 번은 아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이는 아침 8시에 일어나 밤 11시면 칼같이 잠자리에 들고 그 사이 세끼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먹는다. 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이는 ‘영화는 1년에 딱 한 편만 같이 본다’고 선언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해오고 있다. 그이는 아마 평생 본 영화가 10편도 안될 것이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애창곡 같은 것은 아예 없다. 내가 미국에 있어서 그랬겠지만 연애시절에도 실컷 데이트(3년간 13번 만난 게 전부)도 못해봤다. 그이는 마음놓고 부부동반 나들이를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다. 결혼을 얼마 앞두고 공항에 마중 나간 적이 있는데(물론 애당초 가벼운 포옹 같은 건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한 술 더 떠 남들이 안보는 뒤편에 가서 서 있으라고 했다. 한번은 결혼하고 함께 슈퍼마켓에 간 적이 있는데 중학교 때 이민 가 미국생활에 익숙했던 난 슈퍼마켓에서 으레 남자가 카트를 끌고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입구에서 카트만 나에게 건네주더니 저만치 입구로 혼자 나갔다. ”

    그렇다고 홍명보가 속까지 무뚝뚝한 것은 아니다. 또한 전혀 말을 안하는 것도 아니다. 해야 할 때는 똑 소리나게 한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홍명보는 처음엔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들에게 말을 건다는 게 참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10여 년 넘게 대표팀에서 여러 선후배들과 운동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운동장에선 선후배 관계없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엔 운동장에서도 후배가 선배에게 요구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는 결코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장을 나오면 선후배간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 특히 갑자기 스타가 된 어린 선수들의 경우 이런 면을 간과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런 후배들에겐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인격적으로도 스타답게 성숙해져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놀아야 되는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종종 술에 의지한다. 한때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에 취해 다닌 적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더 이상의 목표가 사라졌던 1995, 1996년은 나에게 무척 힘든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1997년 일본에 진출하면서부터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었다. 운동 틈틈이 남는 시간에 소설이나 TV를 보며 때우는 일은 미래를 위해서는 마이너스다. ”

    이천수가 한국 선수 중에는 존경하는 선수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홍명보는 이렇게 말했다.

    “누굴 존경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할 부분이다. 우리가 천수에게 존경받기 위해 축구 하는가. 문제는 천수 판단과는 별개로 상업적으로 이용당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운동만 하다가 끝낼 것은 아니다. 많은 날들이 남아 있고 그래서 자기 수련이 필요하다.”

    축구는 11명이 함께하는 운동이다. 팀워크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들을 모아놓아도 게임이 잘 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한마음이 된다고 모두 다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천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홍명보는 평생 10편도 안 볼 정도로 무관심하다. 이천수는 통통 튀며 나서기 좋아하지만 송종국은 조용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축구에 ‘세대 갈등’은 없다

    홍명보와 이천수는 열두 살 차. 홍명보와 송종국은 10년 차다. 홍명보가 보기에 이천수의 행동은 아(황당하고 엽기적)할지도 모른다. 이천수가 보기에 홍명보는 답답한 ‘꼰대’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격이 제각각인 이들은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이들은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축구공’을 쫓는 것에서는 다 똑같았다. 구르는 둥근 공 앞에 무슨 ‘세대 갈등’이 있을까.

    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20대, 30대의 ‘세대 혁명’이란 말도 들린다. 50대, 60대 ‘꼰대들의 퇴장’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20대의 투표율은 47.5%에 지나지 않았다. 30대는 68. 9%. 그러나 40대는 85.8%, 50대 이상은 81%나 투표했다. 2030들이 당락을 좌우했는지 모르지만 ‘노무현 당선’에는 40대 이상의 꿈이 가득 담겨 있기도 하다.

    ‘세대 갈등’이란 뭔가. 자동차 7대에서 3대를 빼면 ‘세대차’가 나는 정도 아닐까?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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