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호

간 상하면 항문도 탈난다

  • 글: 정희원 강남서울외과 원장

    입력2003-02-04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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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 상하면 항문도 탈난다
    어느 시인은 ‘흔들릴 때마다 한 잔’이라 했다. 그러나 한 잔할 때마다 흔들리는 건 다름아닌 건강. 특히 알코올에 치명적 영향을 받는 곳이 간과 항문이다.

    잦은 음주가 간에 위협적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간은 인체의 중심 장기.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위의 건강도 악화되기 십상이다. 실제 대다수 간 질환자는 이중고에 시달리는데, 특히 치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소화기학회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간경화 환자와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각 50명을 조사한 결과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40%만이 치질을 앓고 있었지만, 간경화 환자의 경우 무려 70%가 치질로 고생하고 있었다. 간경화 환자 중에는 치질로 인한 출혈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간 질환자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몹시 피곤하거나 과음한 다음날 치질이 심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로 간이 지친 탓에 항문에까지 문제가 생긴 때문이다.

    모든 내장의 혈액은 간을 통해 심장으로 가는데, 술을 많이 마셔 간이 붓거나 간경화 등으로 인해 간이 굳어진 경우, 간을 지나는 혈액의 흐름이 느려진다. 간을 통과하지 못한 혈액은 식도나 위장혈관 등 압력이 낮은 쪽으로 돌아가게 되고 해당혈관은 늘어나 굵어진다. 이때 항문 안쪽 정맥인 치핵총 역시 영향을 받아 치질이 생기고, 항문도 치명적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항문출혈마저 심심찮게 일어난다. 음주 뒤의 설사는 항문 주위 혈관을 자극해 출혈을 유도한다. 이때 출혈 부위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다. 간이 부어서 나타나는 항문출혈은 선홍색 선혈이 뚝뚝 떨어지거나 내리뿜는 형태를 띤다. 항문 밖으로 비어져나온 치핵의 혈관이 터진 때문. 반면 검붉은 피가 묻어난다면 위장관의 염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출혈이 반복될 경우 간 건강을 체크하는 것과 동시에 적절한 항문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내시경으로 항문과 직장·대장 내부를 세심히 관찰하는 대장내시경(사진 참조)은 대장암 등 대장 관련 질환을 가장 손쉽게 알아보는 검사법이다. 또 검사 도중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암의 전 단계로 알려진 양성종양(폴립)도 검사 중 내시경을 통한 전기소각법으로 절제가 가능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40대 이상의 애주가라면 항문이 보내는 ‘신호’에 신경 쓰는 게 좋다. 간이 망가졌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술과 간, 치질은 이렇게 ‘삼각관계’에 놓여 있다. 치질이 급작스럽게 생겼거나 악화됐을 경우 평소 음주습관을 되새겨보며 간 검진과 함께 대장의 건강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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