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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발목잡고 밀어내고 흠집내고… 민주당 당권 싸움

  • 글: 정용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ongari@donga.com

발목잡고 밀어내고 흠집내고… 민주당 당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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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문을 당 개혁특위위원장으로 민 것도 정최고위원측이었다. 특위위원장을 맡게 되면 당권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고문이 특위위원장을 마지못해 맡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최고위원측은 나아가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고문은 정최고위원의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 근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먼저 개혁특위는 정최고위원이 노당선자의 방미단 대표로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대신 66명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최고위원 입장에선 정치인생 30여년 만에 당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특위안대로라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멀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최고위원측에서는 “김고문이 당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비난 발언이 노골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에 앞서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을 놓고도 김고문과 정최고위원 사이에는 갈등 기류가 감지됐다. 정최고위원측은 서열 2위인 정최고위원이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올 초 노당선자 취임전 ‘조기 전당대회론’을 제기했다. 노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서 대선 승리에 기여한 여세를 몰아 당권에 도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특위에서 느닷없이 ‘2단계 전당대회론’이 제기됐다. 노당선자 취임 전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과도체제를 구성, 대의원 교체와 지구당 개편 등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에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내용이다.

김고문은 이때 “개혁안을 단기간에 매듭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2단계 전당대회론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정최고위원측은 “특위위원장을 맡아 당장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없게 된 김고문이 개혁파를 등에 업고 시간 벌기를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

김고문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일자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에 남아 전체를 아우르는, 한마디로 형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어떤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전체적으로 우리가 힘을 합쳐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노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힘을 합한 세력들이 초심을 갖고 뭉쳐 정치를 새롭게 바꿔가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이것을 하는 데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만, 흩어지지 않도록 모아내고 또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갈수록 가열되는 조짐이다. 정최고위원 및 이른바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은 김고문이 ‘국민통합추진회의’를 배경으로 궁극적으로 당권을 노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김고문 측은 “노무현 정권의 안착을 위해 사심없이 일할 뿐이다”는 입장이다.

정최고위원을 위시한 신주류와 개혁파의 물밑 신경전도 볼만하다.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천정배(千正培) 정동채(鄭東采)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 개혁파는 대선 직후 당의 주도세력 교체를 위한 은밀한 작업을 도모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은 민주당을 확실한 개혁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대선 승리 직후인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신주류와 개혁파의 암투 본격화

대선 직후인 12월22일 조순형(趙舜衡) 의원을 비롯한 개혁 성향 의원 23명이 “사람의 교체가 가장 시급한 일이며 과거 인물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그 시발탄이었다.

이들은 노당선자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선다. 특히 노당선자에 의해 차세대 주자로 지목된 정동영 의원도 1월초부터 슬슬 당권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최고위원이 사석에서 정의원을 향해 “벌써부터 당권을 노리고 다닌다”며 견제하고 나선 것도 그 시점이다. 신주류측은 “개혁파 의원들이 노당선자의 뜻을 잘못 읽고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1월초 노당선자가 참석한 워크숍에서 반격을 꾀했다. 즉 ‘개혁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추미애 정동영 의원이 워크숍 도중 자리를 빠져나온 것도 심상치 않은 부분이었다.

노당선자는 신주류와 개혁파의 한판 승부에서 일단 신주류의 손을 들어줬다. 당에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더욱이 호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파의 인적청산 요구는 자칫 정치적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당 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 몇 차례 우회적으로 전달됐다. 이상수 사무총장이 1월26일 노당선자를 만나고 온 뒤 “노당선자와 중앙위 체제를 얘기하면서, 작은 단위에서 너무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 우리 당이 권역별로 균등하지 않아 대표자의 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총장은 “노당선자는 당 대표든 중앙위 의장이든 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직선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집단지도체제 보다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신주류측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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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용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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