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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김진수 기자의 밀착 추적기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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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매듭에 관한 의문은 사인에 대한 보조자료일 뿐, 단정적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프루지크 매듭 그 자체만으로는 타살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 이과장에 따르면 국과수가 내놓은 부검 소견은 ‘타살 가능성이 배제될 수 있다’였다.

외견상 장씨의 변사 현장도 비교적 보존이 잘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최초 발견자인 여관 종업원 신모씨(33)로부터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관악경찰서 봉천4동 파출소 김정주 경장(42·현 봉천8동 파출소 근무)의 기억.

“현장에 도착해보니 여관 종업원이 변사자가 혹시 살아 있을까 싶어 목을 맨 끈만 잘라놓았을 뿐, 다른 이상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사체를 확인하면서 통상적인 자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변사자의 신분증을 보고 ‘수배중인 그 사람’이라는 데 생각이 미쳐 경찰서 상황실로 즉시 무전연락했다. 초동조치 이후론 출입자를 통제하느라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서울지방경찰청 감식반과 검찰이 현장수사를 했다. 당시 현장에선 장씨의 유서와 서류가방이 발견됐는데, 자세한 내용은 보지 못했다. 이 유류품들은 그대로 검찰에 인계된 것으로 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체 발견-현장 보존-검사 지휘-부검에 이르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는 없었던 셈이다. 장씨 가족은 처음에 자살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부검 직후 자살 소견에 이의를 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씨의 죽음이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비화한 까닭은 무엇일까.

‘금고 수사’ 전형 된 동방금고 사건



이에 대해 당시의 수사팀은 “그다지 특이한 사건이 아닌데도 야당이 정치공세를 위해 장씨의 죽음을 적극 활용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장씨가 죽기 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정현준씨가 일종의 ‘자구책’으로 야당에 관련자료를 이미 건넸고, 야당측이 그 자료를 통해 동방금고 사건의 실체를 검찰만큼 꿰뚫고 있던 차에 공교롭게도 수배중인 장씨가 자살함에 따라 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동방금고 사건 수사를 맡은 곳은 서울지검 특수2부. 이덕선 당시 부장검사(49)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군산지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은 뒤 2002년 10월 변호사로 개업, 현재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는 “당시 야당이 끊임없이 관련 성명을 쏟아내고 언론도 장씨가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인물인 양 대서특필했지만, 돌이켜 보면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나 장씨는 고위 인사들과의 교분을 가진 ‘중량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동방금고 사건은 신용금고를 사(私)금고처럼 주무른 전형적인 단순 사기극이지 항간의 억측처럼 권력형 금융비리가 결코 아니다. 설령 장씨가 로비 창구였다 손치더라도 금감원에 대한 수차례의 검찰수사 결과 로비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동방금고와 금감원간 로비를 매개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동방금고 사건 이후 금고사건이 몇 개 더 터졌는데, 검찰은 더 이상 ‘로비’ 관련 수사를 시도하지 않았다. 동방금고 사건 수사 당시 ‘실체 없는 로비’ 수사로 골치를 썩인 뒤로 ‘금고사건=불법대출사건’이라 판단하고 ‘심플’하게 수사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동방금고 사건은 다른 금고사건들의 ‘별볼일 없는 실체’를 미리 깨닫게 해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변호사가 말하는 에피소드 하나.

“2000년 11월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야당측이 ‘여권 실세가 정현준씨의 사설펀드에 가입했으며, 펀드를 통해 조성한 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며 펀드 가입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박순용 검찰총장을 다그쳤다. 그러나 내가 막상 갖다주니 야당의원들은 ‘볼 필요 없다’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그럴 만큼 야당은 동방금고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 명단은 ‘수사중인 사건 관련기록은 내줄 수 없다’고 버티던 끝에 검찰총장이 3당 간사가 모인 자리에서 비공개로 제출한 자료였다.”

이변호사는 “사설펀드는 ‘별것’ 아니었다. 공무원과 언론인 등이 가입자 명단에 일부 포함돼 있었지만, 월급쟁이들이 재테크 차원에서 지인(知人)들을 통해 알음알음 가입한 일종의 계(契) 성격이 짙었다”며 “명단에 거명된 가입자 중 상당수에 대해 계좌추적을 했지만, 사기라든가 하는 이렇다할 범죄혐의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설명에 대한 진실성은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펀드 가입자 명단엔 실명과 가명이 뒤섞여 있었는데다, 이 명단이 언론 등 검찰 외부로 공개 혹은 유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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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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