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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 빅딜 약속 안 지켰다”

6년 만에 물러난 ‘재계의 입’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 글: 이나리 byeme@donga.com

“DJ정권, 빅딜 약속 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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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경련 회장을 추대하기까지 진통이 많았던 걸로 압니다.

“처음에는 회장단의 뜻이 이건희 회장으로 모아졌습니다. 말씀드리니 고사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이유가 납득할만한 것이었어요. 그럼 다음으로 누가 좋으냐, 손길승 회장이 좋겠다 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손회장도 처음에는 “전문경영인인 내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고사했는데 오너 회장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아주 열심히 설득을 했습니다. 책임감 때문이었겠지요.”

-이건희 회장이 고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굳이 밝히지 않으렵니다.”

-명분도 좋고, 적절한 시기에 잘 그만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사실 제겐 회장 모셔오는 게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경련 회장님들께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고, 제대로 된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때문에 4대 그룹 회장 중 한 분을 꼭 모셔오는 것이 제 가장 큰 과제가 된거죠. 그래야 새 정부와 교감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대화할 것은 또 대화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회장 새로 모시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각 그룹 회장님들을 일일이 찾아 뵙고 뜻을 들어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원로 고문단도 만나야 하고…. 그런 컨센서스를 이루는 과정이 전화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어쨌든 노심초사 끝에 새 회장을 모시고 나니 그 때서야 제 거취 문제가 고민이 되더군요.”

-시원섭섭하신가요.

“시원하지도 않고 섭섭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맘이 편해요.”

-손회장을 옆에서 도울 수도 있었을 텐데요.

“친구간에 상하관계가 된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손회장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점도 있겠다 싶었어요. 또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키는데 프리 핸드를 주는 것이 도리일 수도 있겠고. 솔직히 말씀드려 온몸을 던져 6년 동안 난파선을 이끌다 보니 심신이 정말 피로했어요. 또 종교활동, 제가 하는 봉사생활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요(손부회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제가 하는 봉사활동 중에 부부일치운동(ME·Marriage Encounter)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 및 아시아 ME 대표를 맡고 있는데 그간 전경련 일로 바빠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요. 이제 자유로워졌으니 주어진 소임을 잘 완수하고 싶습니다.”

손부회장은 지난 1월4일 평화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대기업과 재벌의 분리, 상속세와 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 노무현 당선자 쪽의 재벌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대기업과 재벌은 다르다”는 노당선자의 당선 기자회견 발언과 관련,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전경련이 새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날 제가 언급한 내용은 이미 5년 전부터 재계의 스탠스가 정해져 있는 것들입니다. 특별히 새로울 게 없어요. 전경련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느닷없이 나온 말들이 아닌 거죠.”

-시기가 문제였겠지요.

“당시 인수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왔기 때문에, 뭐 그게 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가 되고 하니 재계도 어떤 입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인터뷰가 그렇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자로서 평화방송 시청자위원이에요. 다른 도움은 못 줘도 몸 품 드는 거야 괜찮겠다 싶어 인터뷰에 응했죠. 또 토요일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이라 누가 들을까 했는데 그만 평화방송에서 크게 PR을 하는 바람에…. 야, 거참 내 의도와는 달리 언론이 이렇게 보도하고 확대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혹 그런 것들 때문에 ‘더 있다간 피곤해지겠구나’하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요.

“저는 전경련에 몸담은 동안 참으로 험난한 시기를 겪었습니다. 심지어는 단체를 해체하라는 공식적 얘기까지 들어야 했고요. 건물 앞에서는 연일 민노총이 데모를 하고…. 하지만 전 대화를 통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ME 운동이 결국은 대화법 훈련이에요. 노조와도 맘 터놓고 대화를 하면 뜻이 통한다는 걸 노사정위에 참여하면서 절감했어요. 서로 윈윈을 해야지요. 재벌 정책에 대해서도 비록 정부와 우리 입장이 다르다 하나 대화를 하면 하나의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런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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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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