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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경영일기

“비싸서 안 사면 빌려준다”고객 감동 이끈 발상의 전환

  • 글: 박용선 웅진코웨이개발 대표이사

“비싸서 안 사면 빌려준다”고객 감동 이끈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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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은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든 해다. 나는 1981년 헤임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1992년 웅진출판의 경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4년 웅진미디어 관리이사로 한번 더 옮겼다. 1996년에는 그룹 종합감사실장으로 부임했다. 1996년을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꼽는 이유는, 열정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넓은 안목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의 상황을 살피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동안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폭넓은 인간관계도 구축할 수 있었다.

1997년 10월 웅진코웨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97년 하반기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산업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웅진코웨이는 25%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감사실장으로서 경영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1997년 11월 윤석금(尹錫金) 현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식구 모두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밤을 새우며 강행군을 거듭했다.

“정수기가 비싸서 안 사니 빌려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그 과정에서 나왔다.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은 업계의 주류(主流)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렌털 시스템이다. 합리적인 소비 문화에 목말라했던 고객들은 이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사실 뒤집어보면 너무도 간단한 해결책이 있었던 것이다. 해결책은 바로 문제 안에 있는 것이다.

대(對) 고객 서비스도 혁신이 필요했다. 기존의 정수기 관리 주부사원 개념을 새롭게 재구축했다. 그것이 바로 웅진코웨이개발을 부동의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코디(Coway-lady)’다. ‘코디’라는 네이밍은 전직원 공모를 통해 뽑은 것이다. 이로써 웅진은 외환위기라는 힘겨운 고비에서 비단 웅진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희망을 주는 혁신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사업성은 미래 가치로 판단하라”



1998년 웅진코웨이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한 나는 이러한 바탕 위에 코디 업무 규정, 운영 시스템, 유니폼, 제도 등을 마련하고 실천해나갔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코디들에겐 친절과 전문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절 전문강사를 채용했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CS교육부를 신설하고 친절아카데미, 기술아카데미 등의 강좌를 마련했다. 1997년 25%에 그쳤던 고객 만족도는 그런 노력에 힘입어 1998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50%를 넘어섰다. 현재 웅진코웨이개발의 고객만족도는 85%를 상회, 국내 업체 중 3년 연속으로 고객 만족도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모든 직장인의 꿈이라는 CEO의 중책을 맡았을 때 나는 41세였다. 현재 웅진그룹에는 그룹을 대표하는 4개의 계열사가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을 비롯해 웅진코웨이, 웅진닷컴, 웅진식품인데, 이들 모두를 40대의 젊은 CEO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룹 내에서 전례가 없던 파격 인사였다.

대표이사가 되기 전 종합감사실장으로 일했기에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CEO가 되고 보니 어려움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렌털 사업을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위한 도입 작업부터 진통을 겪었다. 실무진에서는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데만도 2년 이상이 걸릴 만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도 있었다. 특히 하급 직원들에게는 조직과 직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때 내가 보여줘야 했던 것이 바로 용기였다. 실무진에게 렌털 사업의 가능성을 설득하는 데 애를 많이 썼다. 이 사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사업성을 현재 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의 잣대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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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용선 웅진코웨이개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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