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호

로또 당첨, 벼락 맞을 확률보다 높다

  • 글: 이충환 cosmos@donga.com

    입력2003-03-26 09: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로또 당첨, 벼락 맞을 확률보다 높다

    로또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 창구에 몰려든 직장인들

    흔히 복권 1등에 당첨되기란 벼락 맞기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다른 복권보다 당첨되기 어렵다는 로또 복권의 경우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과학자들은 매년 전세계적으로 1000명 이상이 벼락에 맞아 죽고 수천 명이 벼락에 맞아 다친다고 예측한다. 60억명 가운데 1만명만 잡아도 매년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60만분의 1이다. 언뜻 보면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보다 높다.

    하지만 두 확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계산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벼락 맞을 확률은 1년치인 반면, 복권 당첨 확률은 단 1회의 제비뽑기에 적용된 것이다. 로또 복권의 경우 1년(52주) 동안 매주 한번씩만 참여해도 1등 확률은 15만7000분의 1로 올라간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높은 것이다.

    복권 당첨 확률을 소행성 충돌 확률과 비교하면 어떨까? 2002년 11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휩쓸 만한 소행성은 1000년에 한번 지구에 충돌한다고 한다. 매주 10만원어치씩 로또 복권을 산다고 했을 때 1등에 당첨되는 데 3120년이 걸린다고 하니, 후손이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기 전에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칠 것이란 얘기다. 물론 확률이 높든 낮든 소행성 충돌은 복권 당첨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소행성이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떨어진다면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보다 더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은 많다. 지금으로부터 45억년 전에 탄생한 지구에 첫 생명체가 나타날 확률,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외계 문명과 교신할 확률, 어머니의 자궁에서 사람이 태어날 확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람의 경우 수억 마리의 정자 가운데 하나만 난자와 결합해 수정란이 형성된다. 사람은 수억분의 1이라는, 로또 복권 1등 당첨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확률로 태어난 셈이다.



    우주에서 가장 일어나기 힘든 사건은 무엇일까? 바로 우주의 탄생이다. 우주가 탄생할 확률에 대해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거의 무한대분의 1”이라고 말한다. 우주가 탄생한 일은 불가능이 가능하게 된 사건이다.

    우리는 무한대분의 1에 가까운 확률을 극복하고 이 우주의 조그만 오아시스 지구에 속한 후,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수억분의 1이라는 확률 속에 소중한 생명이라는 엄청난 ‘대박’을 맞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