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호

PK·서울대·미국유학파 뜨고,호남·군 출신 지다

  • 정리: 이형삼 hans@donga.com> 정리: 김기영 hades@donga.com 정리: 엄상현 gangpen@donga.com

    입력2003-03-26 14: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행정부·청와대 장차관급 민주당 실세그룹 완벽 인명록 노대통령은 과연 누구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선택했을까. 그의 부름을 받은 이들은 누구인가. ‘신동아’는 2회에 걸쳐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을 집중 분석한다. 이번 호에는 최근 인사를 마친 청와대와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로 그 범위를 좁혔다.
    • ‘신동아’ 5월호 ‘노무현 정권의 파워엘리트㉻’편에서는 1급 이상 정부부처 주요 공무원의 인사 파일 정리할 계획이다. 장·차관급 인사들의 업무 스타일 및 프로필 등 1차 자료는 동아일보 정치·경제·사회부의 해당 부처 출입기자들이 작성했다.
    노무현(盧武鉉) 정권을 이끌어갈 요직 인사가 마무리됐다.

    집권 초기 큰 폭의 인사와 이로 인한 소동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하지만 노무현 정부만큼 진통이 심했던 적은 없었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고 마침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과 검사가 논쟁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노무현 정권의 1기를 책임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신동아’는 내부 토론과 동아일보 정치·경제·사회부 등 각 부처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모아 노무현 정권 초대 내각과 청와대의 핵심인물 61인을 선정했다.

    정부부처 장·차관은 모두 포함했고 청와대비서실의 장·차관급 비서실장, 정책실장, 보좌관과 수석비서관 13명도 여기에 더했다.

    외청장과 산하 위원회 가운데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사정부처의 장·차관급 수장들도 그 역할과 권한, 정치적 비중을 고려해 포함시켰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 노사정위원장이 바로 그들. 또 권한이 막강해진 국무총리와 총리 직속의 장관들, 그리고 언론개혁의 조타수 몫을 할 국정홍보처장도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해 포함했다.



    청와대 13명도 포함

    PK·서울대·미국유학파 뜨고,호남·군 출신 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부처 1급 이상의 핵심 공직자들은 제외했다. 3월15일 현재 차관급 이하 고위직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현업 부서에서 사실상 최고실무자로서 정책을 조율할 1급 공직자에 대한 자세한 신상명세와 프로필은 다음호(5월호)에서 다룰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주요 장·차관급 인사 48명을 노무현 정권의 초기를 이끌어갈 파워맨으로 분류했다. 청와대에는 13명의 장·차관급 보좌진 외에 8명의 주목받는 비서관을 따로 구분해 소개했다. 이들 비서진 가운데에는 오랜 기간 동안 노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대해와 정서적으로 일치하는 측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노무현 정권을 뒷받침할 중요한 인재 풀이다. 대선 이후 정당구조개편작업이 한창이다. 인물의 비중과 역할이 일치하지 않는, 일종의 공백기라 부득이하게 이번 ‘노무현정권 파워맨’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노대통령이 훗날을 위해 아껴둔 인물들이 적지 않이 남아 있다. 이강철 염동연 안희정 윤석규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노무현 정권 첫 인사의 특징은 해당분야에서 대체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젊고 개혁적인 인물을 가려 뽑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될 특징이다. 노대통령이 워낙 강한 빛을 발하는 대중정치인이라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진들은 반사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걸까.



    노무현 정부는 50대 정권이다. 61명의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무려 53명(86.9%)이 1953년 이후에 출생한 인물들이다. 40대 3명을 포함하면 무려 92%가 6·25전쟁 이후 세대에 해당된다. ‘70대 대통령 60대 장관’에 익숙하던 국민들로선 대통령 옆에 즐비하게 늘어선 40~50대 장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세상을 실감할 수 있을 듯.

    호남 유권자의 90%가 넘는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탄생했지만 노무현 정권을 호남정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조사대상인 차관급 이상 61명의 출신지역만을 두고 보면 PK 출신이 15명으로 전체의 24.6%에 이른다. 이밖에 대구·경북 출신이 12명으로 19.7%이고, 광주·전남북은 이보다 적은 11명으로 18%다.

    전체적으로 ‘PK 약진, 호남의 상대적 위축’으로 요약되는 인사 결과를 보면, 지난 정권까지 왜곡됐던 편중인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대통령이 꺼내든 처방 역시 또 다른 편중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출신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무려 39명(64%)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고려대(4명 6.6%)와 연세대(3명 5%)가 그 뒤를 잇고는 있으나 이들 두 학교 출신을 합쳐도 8명의 장·차관급을 배출한 서울대 법학과 단일학과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노무현 대통령 정권에서도 서울대 집중현상이 계속되는 현실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경제·외교·국방 등 분야에서는 그 분야 최고 엘리트를 찾은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며 “그러다 보니 그동안 흠 없이 경력을 관리해온 서울대 출신 엘리트들이 자연스럽게 중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서울의 명문 3대 공립고교다. 이들 공립 3강은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빛을 보고 있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거 정권에서 경기고가 근소한 차이나마 서울고와 경복고보다는 더 많은 장·차관을 배출해왔는데 새 정부 들어 이 관계가 역전된 것. 서울고가 8명의 장·차관을 배출한 데 반해, 경기고와 경복고는 각각 6명을 고위직에 내보냈다.

    그런데 서울고 출신이 수적으로는 많지만 장관급인 신홍 노사정위원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차관급이라는 점. 양에서는 앞서나 질적으로까지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조건식 통일부 차관, 유보선 국방부 차관, 김주현 행정자치부 차관,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 김정호 농림부 차관, 박길상 노동부 차관, 송광수 검찰총장 등이 서울고 출신 차관들이다.

    서울고에 비해 수는 적지만 경기고 출신들은 노무현 정권의 정부와 청와대에서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고를 대표하는 인물은 고건 국무총리.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경기고 동문이다. 청와대에서는 금융정책의 조율사인 조윤제 경제보좌관과 여야관계를 다루는 유인태 정무수석, 권오규 정책수석 등이 경기고 출신이다.

    6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직을 배출한 경복고도 정부와 청와대에서 만만찮은 인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복고 출신으로는 행정부의 최고위직에 오른 동문이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정상명 법무부 차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문희상 비서실장, 김희상 국방보좌관과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경복고 출신이다.

    지방 고교에서는 경북고의 약진이 눈부시다. DJ 정권 초대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고위직에 발탁된 경북고 출신은 단 3명.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서는 5명이 요직에 발탁됐다.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권기홍 노동부 장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 등이 그들이다. 청와대에서도 장관급인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북고를 빛내고 있다.

    노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은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단 1명. YS, DJ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실업계 고교 출신 각료와 비서진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통적인 실업계 고교인 상고나 공고뿐 아니라 농업고와 종합고 출신도 있다. 남해종고를 졸업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필두로, 김영진 농림부 장관(강진농고), 김광림 재경부 차관(안동농고), 권오갑 과학기술부 차관(고양종고) 등이 이색 고등학교 출신들이다.

    미국유학파 28명으로 최다

    노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는 경남고 출신들이 그마나 체면치레를 했다. 경남고 출신 새 정부 요직 인사는 3명.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김재섭 외교통상부 차관이 행정부의 경남고 동문들이다.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부산고 출신으로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과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 등 두명이 발탁됐다.

    출신고교별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 정부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청주고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 이번 요직 인사에서 청주고는 3명의 동문을 배출했는데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변재일 정보통신부 차관, 안재헌 여성부 차관이 바로 그들이다.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고 꾸준히 관료의 길을 걸어온 결과 오늘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는 평이다.

    장·차관급 인사들의 전직(前職)을 보면 전문 관료 출신이 가장 많아 무려 36명(59%)에 이른다. 그 다음이 대학교수로 8명이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 6명, 기업인과 변호사가 각 3명, 사회단체와 언론인 출신이 각 2명이다.

    새 정부 요직 인사 가운데 해외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33명인데 그 가운데 대다수인 28명이 미국에서 수학(修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유학파와 영국 유학파가 각 2명이었고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이 1명이었다. 새 정부 고위직 인사 가운데 미국유학 경력자가 많다는 점이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주요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사람은 21명. 그 가운데 행시 14회가 가장 돋보여 이용섭 국세청장을 필두로 4명이 요직에 진출했다. 13회와 17, 18회가 각 3명의 요직 인사를 배출했다.

    정부 및 청와대 인선을 통해 본 새 정부 리더그룹의 특징은 한마디로 ‘50대 중반의 PK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거쳐 관료로 성장한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민 대통령을 지휘자로 이들이 엮어낼 국가경영의 하모니는 과연 어떤 색깔일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