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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박영순의 커피 인문학

커피 시원지는 예멘 아닌 에티오피아

  • 박영순|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twitnews@naver.com

커피 시원지는 예멘 아닌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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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진정한 축복

칼디가 어느 시기 인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사연이 구전으로만 이어져서다. 말을 전하는 사람마다 기원전 2~3세기, 기원후 2~3세기, 기원후 6~7세기 등 가지각색이다. 따라서 칼디의 전설을 소개할 땐 그 시기를 ‘아주 먼 옛날(A long time ago)’이라고 언급한다. 칼디와 염소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는 여러 종류의 상상도엔 칼디가 아랍인 복장을 한 무슬림으로, 때론 웃통을 벗은 아프리카 원주민으로 묘사된다. 칼디가 예멘인인지, 에티오피아인인지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에티오피아가 커피나무 시원지로 밝혀졌다고 해서 예멘보다 더 깊은 역사를 지닌 건 아니다. 에티오피아 건국신화를 보면, 그들의 핏줄엔 예멘 조상의 피가 흐른다. 에티오피아의 기원은 지금부터 3000년 전 솔로몬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에선 드물게 뼛속 깊이 구약성서를 믿는 국가인 것이다. 반면 예멘의 역사는 이보다 앞서면서 종교적 색채가 다신교를 거쳐 이슬람교로 굳어진다. 아랍인의 유래와 그 문화의 시작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예멘이다.

이런 점에서 칼디의 정체성을 따지는 건 곧 예멘과 에티오피아의 기원은 물론 고대 종교들의 뿌리, 상호 연관성과 변화상을 성찰하는 멋진 실마리가 아닐 수 없겠다. 유대교와 다신교의 만남이 에티오피아를 잉태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신교는 구약성서에 눈을 떠 훗날 이슬람교를 내면화할 수 있는 경험을 한다. 이스라엘-예멘-에티오피아의 역사가 커피에서 만나 한데 어우러지고, 유대교-다신교-기독교-이슬람교가 구약성서를 토대로 교감을 나눈다는 사실은 커피 애호가로선 가슴 벅찬 일이다.

종교로 인해 인류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는가. 종교는 화합보다는 역설적이게도 인류를 적과 동지로 파편화하는 쐐기로 작용하기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커피를 통해 인류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얘기하며 동질감을 찾아가는 기회를 갖는 건 값진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축복이다.





시바 여왕, 역사적 사실로 재탄생

예멘의 기원을 찾아가다 보면 아랍(Arab)의 시작을 만난다. 아랍은 페르시아만, 인도양, 아덴만, 홍해에 둘러싸인 아시아 서남부를 일컫는 지명이다. 아라비아(Arabia)반도가 곧 아랍을 의미한다. 고대 페르시아어의 ‘아라비아(Arabya)’ 역시 메소포타미아 서쪽과 남쪽 땅을 가리킨 지명에서 나왔다.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사람들은 유프라테스 강 너머 서쪽에 거주하는 민족을 아랍인이라고 불렀다. 메소포타미아에선 기원전 5000년경 문자를 사용한 역사시대가 열렸으며, 기원전 3500년경엔 수메르인이 도시를 형성했다. 그러다 기원전 1000년경부터 아라비아반도 남부(지금의 예멘)에 거대한 무리가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셈족 언어를 구사했는데, 아라비아 중북부 사막지대의 유목민과 달리 정착 생활을 하며 도시국가 성격의 왕국을 형성했다. 이것이 기원전 955년부터 840여 년간 부유함을 자랑하며 번영한 시바(Sheba) 왕국이다. 사바(Saba)라고도 하는 이 왕국엔 여왕이 군림하고 있었다.

시바의 여왕(Queen of Sheba)은 명확한 이름 없이, 그 존재마저도 구약성서 일부와 구전을 통해 전설처럼 전해져왔다. 그러나 2000년에 영국-캐나다-미국 발굴팀이 예멘 북부 루브알칼리 사막의 마리브(Marib)에서 시바 여왕의 신전 등 왕국의 유적을 발굴함으로써 실존한 역사임이 입증됐다. 마리브는 현재 예멘 수도인 사나(Sanaa)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져 있으며 해발고도 1200m 고지대에 조성된 고대 도시로 시바 왕국의 수도였다. 당시 마리브의 규모는 인근의 ‘그레이트 마리브댐(Great Dam of Marib)’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기원전 7~8세기에 건설된 이 댐은 길이 580m에 높이는 4m에 달했다. 기원전 2세기경엔 높이가 14m로 증축돼 주변 100㎢ 면적에 사는 수만 명에게 물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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