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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로 ‘퍼주기’ 비난 잠재운다

베일 벗는 ‘노무현식’ 대북지원 카드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로 ‘퍼주기’ 비난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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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로 ‘퍼주기’ 비난 잠재운다

지난 3월26일 러시아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사장과 회담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북한측 공식대표는 신영성 전기석탄공업성 부상(한국의 산자부 차관에 해당). 이외에도 전기석탄공업성 국장급 및 과장급 관리 등 4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에너지경제연구원 심상렬 동북아협력실장은 “북측 대표는 직급도 우리보다 높았지만, 논의과정에도 이례적일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안되는 여러 가지 방안과 의제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연해주 부지사와 대통령 직속 감독관, 에너지 관련부서 및 외무부 실국장, 관련기업 대표 등 3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참석했다. 에너지를 ‘파는’ 입장인 만큼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반면 몽골은 에너지 관련부서 차관급 인사 2명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규모. 그밖에 UN개발계획(UNDP),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관련 국제기구 대표들도 참석했다.

한편 회의 직전까지 참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과 중국은 끝내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일본은 수교를 맺지 않은 북한과는 당국자 회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으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관련 연구진 10여 명이 비공식 참관해 논의과정을 꼼꼼히 주시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제안, 발제, 뒤처리까지 한국 주도

중국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불참 이유는 최근 단행된 정부 조직개편으로 인해 주무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2030년이 되면 필요한 석유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할 만큼 심각한 에너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대표를 보내지 않은 것은 예상 밖이라는 것이 회의를 주관한 UNESCAP 담당자의 평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회의의 공식 주최자는 UNESCAP이었지만 실질적인 주최자는 한국이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이미 산자부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동북아 에너지 협력체 건설’이라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다른 나라들에 제안한 것 역시 우리측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준비과정에 참여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당초 UNESCAP과는 무관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참여하게 하려면 UN의 틀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한국 정부가 끌어들인 것이다. 사실 이번 고위당국자 회의 또한 원안은 평양에서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의 내부사정이나 한반도 정세가 여의치 않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바꾸게 되었다.”

회의 진행과정도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합의문 또한 우리 정부에서 준비한 안이 거의 그대로 채택됐다는 것. 새로 만들어지는 협의체의 의장도 한국이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 역시 북한측 입장을 고려해 UNESCAP이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번에 만들어진 협력체의 공식회의는 오는 10월 다시 열릴 예정이지만, 실무그룹과 연구센터, 사무국 등은 그 이전에 활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를 준비하는 업무 또한 우리 정부가 담당하고 해당기구는 한국에 설치하기로 잠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외형적으로는 다자간 협력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정부의 사업에 인근 국가들이 ‘몸만 대주는’ 형국이다.

동북아 전체를 포괄하고 북한까지 함께하는 사업의 규모와 특성 때문에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재경부 등이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단 실무추진은 산자부에서 맡고 있지만 관계부처들을 조율하려면 청와대가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 대표단에 참여한 정부 당국자는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출발하기 전에 청와대로부터 훈령을 받았고, 돌아오자마자 즉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비밀로 분류된 이 보고서는 장관을 거쳐 청와대는 물론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재경부 등 관련기관에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편 단장을 맡았던 산자부 심의관은 귀국 직후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향후 실질적인 정책총괄을 맡게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관련된 정보를 상당부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추진위는 금융·물류 등과 함께 에너지 분야의 동북아 경제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4월29일에는 산자부 고위 관계자가 위원회에 출석해 블라디보스토크 회의와 합의사항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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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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