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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는 왜 실패했나

막오른 ‘힘의 정치’, 무너진 주권평등 원리

  • 번역·정리: 이남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irun@donga.com

유엔 안보리는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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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정치에서 첫 번째 변화를 생각해 보자. 미국이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나타날 현상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먼저 미국에 대응하는 경쟁국들의 연합이 출현했다. 냉전 종식 이후 프랑스인, 중국인, 러시아인들은 세계가 더욱 균형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길 희망했다. 프랑스의 전 외무장관 후버트 베드린은 “정치적으로 단일화된 세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단극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싸워왔다. 1990년대 초반 시라크 대통령의 외교정책 자문이던 피에르 렐로쉬에 따르면, 시라크는 “유럽이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힘에 대응할 수 있는 다극 체제를 원했다”고 한다. 시라크는 “유일한 지배 권력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공동체도 위험하며, 그 곳에는 반작용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도 같은 문제로 골몰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두 국가가 2001년 7월 ‘다극 체제’를 약속하며 체결한 조약에서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단극 체제’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고,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똑같이 말했다. 독일은 뒤늦게 참가했지만, 최근 미국의 헤게모니에 가장 강력하게 대항하는 파트너로 떠올랐다. 독일의 피셔 외무장관은 2000년 “1945년 이후 유럽의 주된 관심사는 여전히 개별 국가가 헤게모니에 대한 야망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무트 전 수상은 “독일과 프랑스가 강력한 동맹인 미국의 헤게모니에 편입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주된 관심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워싱턴 행정부는 미국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해 어떤 행위라도 실행할 의도가 있음을 명백히 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국가안보전략을 담은 백서를 배포하면서 어떤 국가도 군사력에서 미국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 악명 높은 서류에 선제 공격에 대한 미국의 독트린이 명시됐다는 점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유엔헌장의 조문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유엔헌장 51조는 ‘자위(自衛)를 위해서’ 동시에 ‘유엔의 구성원에 대해 무력 공격이 있을 때’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우리의 적이 먼저 공격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적들의 악의에 찬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은 가능한 한 먼저 공격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원인은 유엔에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서로 갈렸다는 점이다. 이 간극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무력간섭이 적절한가’와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에 있어 문화의 차이는 북서 지방 국가들과 남동 지방 국가들을 갈라서게 했다. 1999년 9월20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거대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이 결코 용인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가들간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이 연설은 몇 주 동안 유엔 회원국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이끌어냈다. 공개적인 발언을 한 국가들 중에서 3분의 1은(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인권이 침해되는 환경에 인도주의적 무력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3분의 1은 그 의견에 반대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주목할 것은 상당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무력 개입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반대자들은 대부분 남미,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들이었다.

이러한 의견의 불일치는 단순히 인도적 무력 개입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2월22일 비(非) 유엔회원국의 외무 장관들은 콸라룸푸르에서 회담을 갖고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선언에 서명했다. 114개 개발도상국이 모인 이 단체는 지구상 인구의 55%를 차지하며 유엔 회원국들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유엔의 법규는 ‘언제 무력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란 문제를 놓고 단일한 세계관과 보편적 법을 추구하지만, 유엔 회원국들은 이에 대해 명백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무력사용에 대한 문화적 입장은 단순히 서구 사회와 나머지 국가로 분리할 수 없다. 미국과 나머지 서양 국가로 분리가 된다. 특히 핵심적 키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가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던지는 화두는 국제 관계에서 법의 역할이다. 태도의 불일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규정을 만드는 최초 단체가 국가인가 아니면 초국가적 단체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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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정리: 이남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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