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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붓 따라 길 따라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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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표충사에서 솟았다는 불기둥은 혹 이런 모양새였을까

굵은 빗줄기 소리에 잠이 깨었다. 표충사 경내 37개 누·전·각·당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와 처마를 타고 내리는 낙수 소리…. 가람 전체를 휘감은 대나무밭을 어루고 핥으며 내려앉는 비에 후두둑 놀라 떠는 댓잎의 탄식….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오케스트라처럼 어우러진다. 멍이 풀리듯 시원한 가슴을 헤집고 새벽 예불을 드리는 스님들의 목탁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듯 이어진다.

사명대사는 13세에 출가, 선문에 들었다가 어느 여름날 소나기에 지는 낙화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절에서 열반한 조계종 초대종정 효봉스님은 “무(無)” 한마디를 남기고 입적했다던가. 비는 오는데 가야할 길은 멀다. 어제저녁 그토록 감싸안는 듯하던 산사는 오는 사람 반기지 않았듯 떠나는 손에게도 아쉬움을 표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한 조각 구름 서쪽으로 날으더니 / 굴리던 염주소리 문득 끊어지고 / 마지막 다만 한마디 ‘무’ 라는 말씀 남겨놓고 / 가부좌 하신 채로 어디로 가시는고’.

효봉선사 비문을 소리내어 읽으며 절을 내려오는데 동행한 밀양신문 장현호 기자가 “너무 감탄하지 마세요. 밀양엔 보고 감탄할 게 아직 많습니다”며 소맷자락을 끈다.

그의 말은 맞았다. 표충사를 나와 삼랑진 읍으로 내려갔다가 왼쪽 산길로 꺾어 30여 분을 올라가 만난 것은 경이, 그 자체였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꼬부랑 산길이 지겹게 느껴질 무렵 느닷없이 그 너덜겅이 나타났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숲이 어느 순간 뚝 끊기더니 크고 작은 물고기 형태의 검은 돌밭이 한눈에 가득히 들어왔다.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비 오는 날의 밀양시내는 고즈넉하다

만어산의 불영경석이다. 수천 수만 개의 돌이 하나같이 머리를 바싹 쳐들었다. 산 위에서 울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으려는 모양 같기도 하고 숨이 막혀 너덜겅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치솟으려 발버둥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만어산 정상께부터 중턱까지 100여 m. 울퉁불퉁 뻗어나간 너덜겅은 온갖 형상의 박제 물고기를 산 가득 심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돌은 두드려보면 경쇠소리가 난다. 돌 하나하나가 다 고개를 치켜든 것도 신기한데 몸에선 쇳소리가 나니 문득 이 돌들이 모두 살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인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이 모든 돌을 다스리고 호령했음직한 불영석과 마주하는 순간 극에 달했다. 말로는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어떤 신비를 만났을 때의 떨림이 뱃속 깊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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