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노무현의 TK 공략 베이스캠프 ‘화요공부모임’

정계 진출, 시민정치 꿈꾸는 정치신인 사관학교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3-06-24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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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당 창당 논의, 2004년 총선과 관련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모임이 있다. ‘화요공부모임.’ 명칭부터 독특한 이 모임은 현 정권의 최대 취약지인 TK지역에 기반을 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속속 구체화되는 전국의 ‘친노(親盧) 신당 외곽단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화요공부모임’의 실체는 무엇인가.
    노무현의 TK 공략 베이스캠프 ‘화요공부모임’

    5월27일 열린 ‘화요공부모임’의 강의 장면

    5월27일 오후 7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일명 ‘법조타운’에 자리한 법무법인 ‘삼일’ 회의실. 20평 남짓한 이곳에 30∼40대 남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서로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는 이들의 외양은 여느 친목모임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8시가 되자 2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때아닌 면학 열기에 젖어들었다. 토론 주제는 지난 한 주간의 대구지역 동향과 현안들을 돌아보는 ‘지역과 쟁점.’ 토론의 초점은 보수 일변도의 지역사회에서 개혁적 논의구조를 구축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다소 더운 날씨 탓일까. ‘학습태도’는 후끈하고도 진지했다.

    오후 9시. 초빙강사인 정대화(47) 상지대 교수(정치학)의 강의가 이어졌다. 주제는 ‘정치개혁과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였다. 정교수는 이날 모임 참석을 위해 대학 강의를 마치자마자 강원도 원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온 터였다. 1시간여의 강의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다시 질의 및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밤 11시. 강의도 토론도 끝나자 이들 중 일부는 대구시 수성구 수성관광호텔 인근의 레스토랑 ‘스카이박스’로 자리를 옮겨 새벽까지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은 화요일. 매주 화요일에 이 같은 정기 모임을 갖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때늦은 ‘공부’를 자처하는 것일까.

    올해 3월 결성된 親盧 스터디그룹



    이 모임의 명칭은 ‘화요공부모임.’ ‘화요일’과 ‘공부’가 겹치니 ‘화요공부모임’이요, 모임장소가 대구여서 ‘대구화요공부모임(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화요공부모임)’으로도 불린다. 모임 회원들은 대외적으론 후자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한다. 기자가 참관한 5월27일 모임은 ‘화요공부모임’을 외부에 처음 오픈한 공개강좌를 겸했다. 모임을 주재한 김태일(48) 영남대 교수(정치학)는 “내부적으로 모임 공개 여부를 고심하던 차에 때마침 ‘신동아’의 취재요청이 들어와 이날 공개키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 귀띔했다.

    ‘화요공부모임’은 최근 들어 언론에 그 이름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민주당의 개혁신당 창당 추진과 내년 17대 총선과 관련,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의 정치지형을 바꿀 전위조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중앙무대가 아닌 지역에 기반을 둔 탓에 아직 모임의 실체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화요공부모임’의 성격을 친노(親盧) 성향의 개혁적 지식인 그룹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4월12일부터 1박2일간 대구 팔공산 모호텔에서 열린 ‘화요공부모임’ MT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핵심 측근인 이강철(56) 민주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이 초청돼 신당 창당과 관련한 의견을 발표한 점, 5월9일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인 정동영 의원이 대구의 한 호텔에서 ‘화요공부모임’ 회원들을 만나 개혁신당 창당에 대한 대구지역 여론을 들었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화요공부모임’ MT 당시 이강철 위원은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화요공부모임’의 적극적 동참을 부탁했으며, 이 자리엔 청와대 민정·정무수석실 행정관인 남영주·배기찬·김학기씨가 참석했다.

    ‘화요공부모임’ 회원들의 공통분모는 대구지역에선 드물게 개혁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 그러나 회원들은 모임의 정체성에 대해 특정정당과 연계된 단체로 인식되는 것을 꺼린다. ‘대구지역의 정치적 다양성 추구’란 모임 취지에 걸맞게, 특정정당에 얽매이기보다 참여정부 이후 대구의 미래와 정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지역의 정치현실을 바꿀 이론적 방안을 논의하는 스터디그룹의 성격이 더 짙다는 것이다.

    6월13일 현재 ‘화요공부모임’ 회원은 25명(표 참조). 대구지역 변호사, 의사, 교수, 정치인 등 오피니언 리더가 상당수다. 그 면면을 보면 김준곤(48)·권오상(45) 변호사, 이재용(49) 전 대구 남구청장, 김사열(48) 경북대 교수(미생물학), 경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형룡(38) 개혁국민정당 대구준비위원장, 권형우(47) 민주당 조직부국장 등이 우선 눈에 띈다. 대구 달서구 구의원 출신인 배남효(47)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모임 사무처장, 문화기획가로 활동중인 최현묵(45)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집행위원장 등도 대구지역 진보진영에선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다.

    보수 성향 짙은 대구에서 어떻게 이런 이례적 모임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지난 1월15일 대구참여연대는 ‘2002 대선 결과와 대구지역 시민사회, 시민운동’이란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의 초점은 지난해 대선이 가져온 정치지형의 변동에 따라 향후 시민운동이 담당해야 할 과제에 맞춰졌다. 즉 기존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과 비판·감시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실정치 참여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섰던 김태일 교수는 정치개혁 과제를 직접 수행할 핵심적 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다른 개혁인사 6명과 2월26일 준비모임을 갖고, 지역 현안과 정치개혁 과제에 대해 집중적인 공부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화요공부모임’은 이렇게 탄생했다.

    “동종교배(同種交配)가 열성유전을 낳는 것처럼, 대구지역 정치시장에서 한나라당의 독점구조를 깨지 않고는 지역 정치사회 발전은 요원하다. 이런 독점구조를 탈피하려면 이제 지역에서도 ‘정치적 다양성’을 획득해야 한다.” 김교수가 밝히는 ‘화요공부모임’의 결성 취지다.

    ‘화요공부모임’은 3월4일 개강을 겸한 첫 공식 모임을 가졌다. 장소는 회원인 김준곤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삼일’ 회의실. 이후 이곳이 ‘공부방’으로 굳어졌다.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된 때는 3월11일. 당초 이날엔 이철우 경북대 교수(지리학)의 발제로 ‘지역혁신의 개념’을 테마로 토론할 예정이었지만,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관련한 쟁점을 집중탐구할 필요성 때문에 박창화 인천전문대 교수의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과 대책: 지하철 운영 정책을 중심으로’로 강좌 주제를 바꿨다. 이날 밤 11시까지도 열띤 토론이 그치지 않자 회원들은 술자리로 옮겨 지하철과 관련한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화요일 오후 8∼11시까지 3시간 동안 강의실 토론을 진행하고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뒤풀이를 하는 이런 공부 패턴은 이후 모임 방식의 전형이 됐다.

    ‘화요공부모임’ 회원들은 1인당 50만원의 회비를 낸다. 일종의 수업료다. 모임 자체가 6월24일로 ‘종강’하는 ‘정치학교’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비는 전액 모임 운영에 충당한다. 종강 이후 모임은 포럼 형태로 존속할 예정. 원래 매주 수요일에 모이려 했다가 한 회원이 수요일마다 다른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탓에 부득이 화요일로 당기는 바람에 화요공부모임이란 명칭이 붙게 됐다.

    ‘화요공부모임’엔 공식적인 대표와 간사가 없다. 대신 모임의 산파역인 김태일 교수가 좌장(座長)격으로, 대구사회를 이끌 정치엘리트 양성 및 정치아카데미 운영을 위해 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외부인사를 강사로 초빙하는 ‘프로그램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교수는 각종 선거 때마다 대구·경북지역 입후보자들의 TV토론 사회를 도맡아온 ‘정치통.’ 현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관리자’는 ‘정치통’ 김태일 교수

    ‘화요공부모임’은 초창기에 순수한 공부모임의 성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점차 회원들간에 개인과 모임 양자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됐다.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 획득’이란 지향점엔 모두 공감하며 ‘정서적 연대’를 이뤘지만, 그것을 어떻게 현실정치에서 구현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에 대해선 회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화요공부모임’을 공론화하기로 합의하고 ‘공개·개방·확대’의 3대 원칙을 정하는 한편, 신당 창당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적지 않은 수의 회원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화요공부모임’은 한나라당 인사라도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에 뜻을 같이한다면 모임 참여를 제한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대구지역에 그런 ‘독특한’ 성향을 지닌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화요공부모임’ 회원 중 현재 내년 총선 출마의사를 내비친 이들은 적지 않다. 민선 대구 남구청장(재선·무소속)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공개지지한 이재용씨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대구시장 후보(무소속)로 출마, 39.4%의 득표율로 선전했으나 현 조해녕 시장(한나라당)에게 석패한 전력이 있다. 그는 일찍부터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페놀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 고속철도 지상화 반대 시민단체연합회의 집행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출마 경험은 없지만, 김준곤 변호사의 경우 자타천으로 출마 의사를 굳히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대구지하철참사 인정사망심사위원장을 지낸 그는 참여정부의 인재 풀로 통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다. 2000∼2001년에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경북대 교수), 김사열 경북대 교수 등과 함께 이른바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강철 위원의 측근인 권형우 민주당 조직국장은 이미 대구 달서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밭갈이’를 시작했다. 총선 출마 경험이 있는 권오상 변호사와 박형룡 개혁국민정당 대구준비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철우(46) 치과의원 원장, 김현권(39) (주)농촌과도시 대표 등도 출마 의사를 갖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최선의 정계 진출 경로는 신당 공천.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북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정책위원인 홍의락(48)씨는 내년 총선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론 고향인 경북 봉화에서 출마해 정계로 진출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화요공부모임’ 회원들의 연령대가 모두 30∼40대란 점도 또 다른 특징. 대구지역 한나라당 의원 11명의 평균연령 62세(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체 평균은 58.1세)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젊은 피’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회원들을 포함해 김현근 민주당 대구시지부 대변인, 배남효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모임 사무처장 등 12명은 5월15일 출범한 ‘대구정치개혁추진위원회(대구 정개추)’에 참여한 상태여서 ‘화요공부모임’ 회원의 반 정도가 정계 진출을 모색하는 셈이다. ‘대구 정개추’는 ‘화요공부모임’과 달리 순도 100%의 정치결사체로 내년 총선에서 뛸 ‘선수’들과 ‘서포터’들로만 구성돼 있다.

    총선과 관련해 또 하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모임 관리자인 김태일 교수의 행보. 개혁신당 참여설도 나돌지만, 그는 이를 부인한다. 김교수는 “‘대구 정개추’ 활동에 앞장서라는 권유를 수없이 받았지만, ‘선수’들이 총선을 위해 뛰는 동안 나는 시민사회영역에서 정치개혁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 밝힌다.

    이처럼 ‘화요공부모임’의 성격은 단순히 신당의 총선 출마자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총선 수혈 창구’로만 보기 힘들 만큼 복합적이다. 때문에 ‘화요공부모임’의 관심영역이 정치 쪽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지역의 사회·문화분야에도 폭넓게 관심을 두고 있다.

    대표적 케이스가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00일째인 5월28일부터 6월15일까지 중앙로역 참사 현장에서 열린 추모 만화전 ‘나, 엄마 사랑하는거 알지?’다. 이는 ‘화요공부모임’ 회원 홍의락씨(크로네스 코리아 대표)의 ‘작품’. 홍씨는 추모 만화전을 주선한 동기에 대해 “‘화요공부모임’에서 지하철 참사 수습과정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분통이 터져 추모전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하철 참사 추모전 추진위원장을 맡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신문사 화백들이 주축)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해 그들의 만평작품 60여 점을 전시했다.

    ‘화요공부모임’이 지금까지 해온 공부의 주제들도 정치 일변도라기보다는 지역사회의 비전과 정체성 등 현안에 대한 내용이 많다. ‘동북아시아 경제중심과 대구경북 지역발전’(3월18일, 강사는 김영철 계명대 교수), ‘여론조사와 정치’(4월8일,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 ‘대구지역 산업구조 변화: 과제와 전략’(5월6일, 박병진 영남대 교수), ‘남북한 관계의 현황’(5월20일,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등이 그것이다. 초빙강사도 천정배 민주당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면 학계 인사들이 대다수다.

    모임 회원 모두가 직접 현실정치에 뛰어들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동생인 이준동(46·나우필름 대표)씨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와 관련해) 대박의 꿈은 있지만 정치적 꿈은 없다”며 “모임에 가입한 건 개혁적 정치인을 서포트하기 위한 것인데, 그러려면 정치공부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모임 가입동기를 밝힌다.

    ‘화요공부모임’은 ‘대구사회연구소’(이하 대사연)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권기홍 노동부 장관, 윤덕홍 교육부총리, 이종오 대통령직인수위 국민참여센터본부장 등을 배출한 대사연은 참여정부의 정책과제와 논리를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한 진보 성향의 대구지역 연구집단. ‘화요공부모임’측은 대사연과 별 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좋든 싫든 일정 부분이 ‘오버랩’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선 모임 관리자인 김태일 교수가 대사연 정책평가센터 본부장을 맡고 있다. 대사연 시민사회연구부 책임연구위원인 홍덕률(46)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화요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김교수는 “모임이 포럼으로 발전하면 적극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이미 받아뒀다”고 밝힌다. 홍교수는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대구대 총장으로 있을 때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윤부총리는 ‘화요공부모임’ 회원 최현묵씨가 현재 맡고 있는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집행위원장을 1998∼99년에 역임한 바 있어 참여정부 각료-대사연-화요공부모임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반노(反盧) 성향의 박상희 민주당 대구시지부 위원장이 선거지원을 거부하자 당시 이강철 전 노무현 후보 조직특보를 통해 대구지역선대위원장으로 영입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권기홍 노동부 장관과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이강철 위원이 내년 총선에 영남권 신당 후보로 내세울 채비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대구지역의 특정 선거구에서 ‘우군(友軍)’끼리 경합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누가 조정할까. 김태일 교수는 “중재자 역할을 내가 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의욕을 보인다.

    ‘화요공부모임’이 초빙한 외부강사 중 이철우 경북대 교수와 김영철 계명대 교수(경제학)도 대사연 소속이다. 특히 이교수는 대사연 지역혁신시스템 연구센터 본부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코드의 동질성’을 지닌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서로 조력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개혁성을 표방한 모임이 ‘화요공부모임’뿐만은 아니다.

    대구사회의 보수성 탈피를 위한 포럼 형태로 5월24일 창립한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모임’은 지역 학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의 진보적 지식인 모임으로 계명문화대 교수협의회장인 김진규 교수, 조인호 변호사,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대구 선대본부 총괄단장을 지낸 김진태씨 등이 주축이다. 또 전적으로 신당과 결합하기 위해 5월23일 결성된 ‘경북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는 경북 안동·봉화·예천 등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 경북본부장을 지낸 이종원씨가 주축이다. 이 두 단체는 정치지도자 양성을 목표의 하나로 삼는 ‘화요공부모임’과 달리 대중중심 조직이다.

    이들 모임은 저마다 대구경북지역의 정치지형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서로 연대할 경우 개혁신당 추진세력의 기능을 가질 여지가 많다. ‘화요공부모임’ 역시 포럼화한 뒤부터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과도 연대해 복합적인 개혁연대 포럼으로 발전해나갈 계획이다.

    “시민정치네트워크로 간다”

    ‘화요공부모임’은 이에 그치지 않고, 6월4일 정치개혁(정치제도와 관행의 교체), 의회개혁(정치주체의 교체), 참여정치를 목표로 발족을 준비중인 ‘전국시민정치네트워크’(가칭)의 전국 첫 지역 순회 워크숍(대구)을 주관함으로써 신당 논의와는 다른 축에서 진행되는 정치개혁 논의의 장(場)을 열었다. 이 네트워크는 신당 논의가 무성함에도 정작 정치개혁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실종된 한계성을 지적하며, 국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서 낡은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의회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유일 대안이란 판단 아래 2000년 총선연대 낙선운동의 장점을 발전적으로 승계할 전국조직.

    ‘화요공부모임’ 김태일 교수는 “시민정치네트워크는 시민운동가뿐 아니라 개혁진보세력, 네티즌, 학생 등을 망라해 낙선운동은 물론 지지운동, 당선운동까지 벌일 것”이라 말한다. 결국 ‘화요공부모임’은 ‘신당 참여를 통한 정계 진출’과 ‘시민사회영역에서의 정치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구지역 유권자들의 정서가 ‘유연’해질지는 미지수다. 비록 대선 패배,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실망, 지하철화재참사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대구 민심이 공황상태에 빠진 탓에 ‘뉴 페이스’에 대한 기대심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그대로 총선에서 적극적 지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지지율은 78%. 전국 최고였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8.7%를 얻는 데 그쳤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대구지역 11개 지역구를 한나라당이 독식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대구를 위해 해준 게 뭐 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지만, 그것이 총선에서 반(反)한나라당 정서로 나타날 것으로 보기엔 아직은 변수가 많다.

    ‘화요공부모임’의 행보와 관련, 신우룡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사무처장은 “이강철씨의 주도로 ‘새로운’ 인물들을 모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신당 창당 논의가 한창인 지금이야 당장 눈에 띌지 모르지만, 향후 진정한 개혁신당이 아니라 인물 위주로 흐르는 ‘노무현 당’이 될 경우 대구 유권자들이 선뜻 표를 던지진 않을 것”이라 잘라 말한다.

    ‘화요공부모임’을 필두로 한 TK지역의 개혁세력들이 내년 총선에서 ‘대구=한나라당’이란 등식을 깰 수 있을까. 대구 민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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