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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엄마는 ‘매니저’, 先行학습은 필수 그들만의 ‘로열서클’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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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초등학교 하교 시간만 되면 교문 앞이나 운동장은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들의 차량으로 가득 찬다.

도대체 ‘강남식’ 사교육에 어떤 특징이 있기에 이렇게 학부모들이 ‘시키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강남 초등학생들이 받는 사교육은 강북이나 여타 지역과 똑같다. 단지 ‘단가’만 비쌀 뿐”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2003년 5월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학원은 무려 1248개나 되지만 강북구는 305개에 불과하다. 인근 서초구와 송파구의 학원을 합치면 3000개 가까이 된다. 수가 많은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학생들이 ‘골라 배우는 재미’ 또한 여타 지역보다 훨씬 크다. 최근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한 주부 김명신씨는 “조간신문에 들어오는 학원 전단지가 강남에 있을 때는 하루에 10개나 됐는데, 강북은 이틀에 1개꼴이라 매우 놀라웠다”고 말했다.

강남 아이들에게 영어·수학은 기본. 하지만 학원 한 군데 다니지는 않는다. 수학을 예로 들면, 형편이 넉넉한 아이들은 ‘영재수업을 시킨다’는 학원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과외선생에게 다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 강남 일대 학원에서는 ‘3년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유행이다. 즉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학교 1학년 수학을 배우기 시작해 중학교 입학할 때쯤 중학교 3년 과정을 마친다는 것. 선행의 정도가 심한 만큼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면 과외선생에게 다시 배우며 반복학습을 한다.

과외선생으로는 서울교육대 학생을 선호한다. ‘전문지식’은 그 과목을 전공한 학원 강사에게서 배우고, 초등교육을 전공한 교대생 과외선생에게는 학습은 물론 보살핌과 같은 전인(全人) 교육을 받는다는 것. 과외비는 최소 월 30만원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면 학원을 다니면서 주로 ‘눈높이 대교’ ‘윤선생 영어교실’과 같은 학습지를 함께 택한다. 3만∼4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1주일에 한 번 담당 선생한테 점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 이처럼 한 과목을 배우는 데도 2개 이상의 사교육 기관을 이용한다.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학원들은 접수조차 쉽지 않다. 특히 조기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어린이 영어학원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치동의 E어학원은 지금(6월 현재) 접수하면 10월쯤 레벨 테스트를 볼 수 있고 12월은 돼야 등록이 가능하다.



이 학원의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외국인과 한국인 교사가 함께 가르치는 회화 중심 프로그램 CHESS(Children English Study School)로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 전에 접수해야만 들을 수 있다. 접수 전날이면 밤새며 순서를 기다리는 학부모가 학원 앞에 가득하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대한 관심은 등록 후에도 계속 된다. 그냥 맡기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있는 날마다 학원으로 전화해 학습진도나 자녀의 학업성취도를 확인한다. 대치동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이모(25)씨는 “학원 강사에게 ‘잘 봐달라’며 선물을 하는 엄마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오후 8시경 E어학원에서 학원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5∼6명의 학생들에게 “수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대뜸 “사탕을 줘서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주로 팀워크 활동을 많이 하는데, 잘하는 팀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상으로 준다는 것. 이 중 한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이 학원 CHESS 코스를 들었다는 아이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듣는 반에서도 잘하는 편”이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학원 관계자는 “기본 CHESS 코스만 마치면 중학교 3학년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초등 토익, 초등 토플, 미국 초등교과 과정, CNN 청취, SSAT(미국의 사립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험) 준비반도 초등학생들에게 열려 있다. 열성파 아이들은 기본 CHESS 코스에 이 과정들 중 하나를 추가한다고 한다.

프리랜서 리포터인 박모(32)씨는 최근 강남에 사는 조카에게 영어책을 사줬다가 오히려 ‘무시’를 당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에게 영어책을 선물했더니 ‘SSAT반에서 다 배웠어. 시시해’라고 말하더군요. 조카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꽤 수준이 있어 보이는 교재를 골랐는 데도 말이죠. 요즘 강남 초등학생들은 고학년만 돼도 자신들이 다른 지역 아이들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잘 알고, 그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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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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