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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굴 주역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

“암호명 흑장미 … 보드카로 원혼 달래며 5년 사투”

  • 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굴 주역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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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이 같은 제안에 해수부는 부랴부랴 전문가집단을 꾸렸다. 그러나 일본과의 공동작업으로 돈스코이호를 찾았을 경우 이에 고무된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꾀할 수 있다는 점과 지분 분배로 인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국내 독자 발굴 쪽으로 결정을 봤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사업추진계획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일이 암초에 부딪혔을 즈음 동아건설산업이 총 사업비 70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러시아·일본·미국 등에 가서 러·일 전쟁 기록을 수집했는데, 각 나라 기록자마다 침몰 위치를 다르게 표시해 놓은 거예요. 탐사 범위를 정하기조차 어려웠죠. 타이타닉호는 침몰지점에서 해류에 의해 3km 흘러갔다는 정확한 기록이 있어 탐사가 용이했는데 돈스코이호 찾기는 정말 막막했어요. ‘포기하자’고 말하는 연구원들도 적지 않았어요.”

해양탐사에는 탐사대원 15명과 온누리호(1440t), 이어도호(359t), 올림픽호(16t), 태평양호(98t) 등 네 척의 배가 투입됐다. 각 배마다 장착된 장비가 조금씩 다른데 가장 비싼 장비가 4억원 남짓한 해저영상탐지기 멀티빔이고 자력기도 한 대에 1억원이 넘는다.

“주요 탐사과정에서 중천해용 다중빔 음향측심기를 이용해 해저면을 3차원으로 영상화하고 해저지형, 사이드 스캔 소나, 자력 탐사 등의 자료를 정밀 분석해 침몰선 예상지점을 선정했습니다. 이어 심해용 카메라, 무인잠수정, 유인잠수정을 투입해 침몰선의 잔해와 선체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한 전사(戰史) 기록에는 돈스코이호가 수심 200m 지점에 침몰했다고 돼 있는데 실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배는 4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 지점은 험난한 해저산이 많고 2m 전방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암흑세계라 고가의 탐사장비도 많이 잃어버렸다.



“미국에서 수입한 100만달러짜리 센서도 분실했어요. 돌출암반에 무인카메라가 부딪혀 고장나기 일쑤였고….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큰 문어가 나타나 카메라를 끌어안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걸쳐 침몰된 배는 약 2500척. 음파 조사를 통해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난제였다. 처음 70개부터 시작해 36개로, 여기서 다시 20개, 10개로 서서히 범위를 좁혀나갔다. 각종 정밀조사를 거쳐 지역당 최종 3∼4개만 남으면 그 때부터 무인카메라, 유인카메라를 투입해 촬영을 시작했다.

카메라 한 대가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4∼5시간. 하루 1시간 정도의 심해 촬영을 위해 연구원들은 5시간 이상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했다. 동해 한복판이니 해수면이 잠잠할 리 없었다. 파도가 엄청나게 심해 밥 먹을 때도 흔들흔들, 잠을 잘 때도 흔들흔들….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배가 해류에 떠밀려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일쑤여서 하루하루가 바다와의 전쟁이었다.

소액주주들의 ‘엽기적’ 훈수

“매일 ‘이번에 결과가 없으면 끝내겠다’고 마음먹었죠. 겨울에는 날씨도 안 좋고 또 얼마나 추운지. 여름에는 반대로 너무 더워 죽을 맛이었고요. 폭풍 때문에 피항을 할 때도 문제였어요. 하루 피항하는 데 온누리호가 1200만원, 이어도호가 580만원이 드니까요.”

누적된 피로와 배멀미로 쓰러진 한 연구원은 1개월 남짓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환자를 육지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배들이 안 태워주는 거예요. 배에서 사람이 죽으면 문제가 시끄러워진다는 거였죠. 승강이 끝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 착수 전, 바다에 보드카와 꽃잎을 뿌리고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의 넋을 위로한 덕분일까. 다행히 이렇다할 안전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대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훼방꾼들이 나타났다. 동아건설의 일부 소액주주들이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유박사님, 지금 어디 있습니까? 에이, 거기 아닙니다! 등대에서 좌측방향으로 배를 옮기세요.”

유박사가 탐사대원들을 지휘해 한참 현장조사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 소액주주들은 줄기차게 유박사의 핸드폰을 울려댔다. 그러고는 ‘위치가 잘못됐다’ ‘왜 일 안 하고 놀고 있냐’ 등 갖은 참견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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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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