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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마라톤계의 ‘괴물’ 이봉주

풀코스 완주 29회… 뛰고 또 뛴 ‘국민 영웅’

  • 글: 김화성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mars@donga.com

세계 마라톤계의 ‘괴물’ 이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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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는 눈에 쌍꺼풀이 없어 한동안 고생했다. 달릴 때 땀이 눈에 들어가 영 성가셨던 것. 결국 ‘쌍꺼풀 수술’을 했지만 ‘천연’보다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봉달이는 고글형 선글라스를 쓰고 뛴다.

선글라스를 쓰고 뛰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따가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다. 같이 뛰는 주변의 경쟁자들에게 표정변화를 읽히지도 않는다. 또한 ‘밤에 뛰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똑같은 코스와 날씨 조건이라면 밤에 뛰는 게 낮에 뛰는 것보다 기록이 좋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봉달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맨머리가 듬성듬성 드러나 땀이 바로 얼굴로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그 땀이 눈 속으로 파고들면 눈까지 따가워 가뜩이나 힘든 레이스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동안 봉달이가 태극 머리띠를 두르고 달린 것은 각오를 다진다는 뜻도 있었지만 이마의 땀이 눈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이유가 더 컸다.

봉달이는 지난 5월9일 서울 강남의 CNP차앤박 모발이식센터에서 휑하던 정수리 부분에 2004가닥의 머리카락을 심었다. 굳이 2004가닥을 심은 것은 2004 아테네올림픽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내년 올림픽에서 반드시 월계관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8월에 열리는 아테네올림픽 기간 날씨가 무더울 것으로 예상돼 남자 마라톤 출발 시간을 오후 6시에 잡아놓았을 정도.

수술을 집도한 황성주 박사는 “이봉주는 머리 앞부분 숱이 많이 줄었고 탈모 증상이 정수리까지 확대돼 머리 뒷부분 모근을 채취해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황박사는 이봉주의 열성 팬으로 이번 수술도 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수술비는 무료.



일단 심은 머리카락은 한달 뒤인 6월초에 다 빠지고 그 자리에 3개월 후부터 새로운 머리가 자라 올림픽 두 달 전인 내년 6월쯤이면 앞 머리에 새카만 머리카락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라톤 선수의 특징인 머리가 작은 것도 이번 모발 이식 수술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다. 보통 마라톤 선수가 머리가 크면 기록이 늦어진다. 황박사는 “이봉주는 다른 사람에 비해 두상이 작아 2004가닥을 심었어도 2600가닥 정도를 심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과정에서 봉달이는 마라토너다운 ‘철의 심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수술을 할 경우 일반인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90~110회(보통 땐 70~85회)인 데 비해 봉달이는 수술 내내 분당 52회를 기록해 수술진들을 놀라게 한 것.

봉달이는 “머리카락 심은 모습을 거울로 보니 한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요즘 옹알이가 한창인 아들 우석(2월21일생)이도 무럭무럭 잘 자라 남은 소망은 내년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뿐”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씨도 “맨머리가 보이는 봉주씨보다는 머리카락이 수북한 봉주씨가 더 멋있다”고 맞장구 친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150kg의 충격

봉달이는 지금까지 공식대회 풀코스를 29번이나 완주했다. 1년에 2.2회꼴로 5~6개월에 한 번씩은 반드시 뛰었다. 뛰다가 도중에 기권한 것은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우승 9번에 준우승 6번, 10위권 이내 7번. 두 번에 한 번 꼴로 1, 2위를 다퉜고 10위권 밖으로 처진 것은 7번에 불과하다. 1990년 10월 전국체전에서 2시간19분15초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데뷔한 이래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의 한국최고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그 절정을 이뤘다. 봉달이는 그만큼 끈질기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마라토너가 보통 한 대회를 완주하려면 대회 40여 일 전부터 하루 40~50km씩 모두 1500km 안팎을 달려야 한다. 29번을 완주한 봉달이는 여태껏 4만3500km를 달렸다는 계산이다.

마라토너의 수명은 뛴 거리로 따진다. 실제 나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이런 면에서 마라토너의 수명은 자동차 수명과 닮은 꼴이다. 1998년형 승용차라도 거의 운행하지 않았다면 새 차나 마찬가지이고 2003년형 자동차라도 주행 거리가 20만km쯤 된다면 거의 중고차 수준인 것이다.

마라토너는 풀코스를 한번 완주할 때마다 보통 2만5000~2만6000걸음을 내딛는다. 한 발 내디딜 때 받는 충격은 자기 체중의 2.72배 정도. 체중 55㎏인 봉달이는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약 150㎏의 충격을 받는 셈이다. 풀코스를 완주할 때까지 따져보면 거의 400t이나 된다. 마라토너의 몸무게가 적게 나갈수록 기록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마라토너의 몸은 기름기가 거의 없다. 남자 마라토너의 체지방률은 8% 내외에 불과하다. 보통 성인 남자의 체지방률이 18%선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마라토너가 너무 많은 거리를 달리면 무릎과 발목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 탄력이 줄어들어 스피드가 떨어진다. 봉달이가 준우승한 여섯 번 중에 다섯 번이 1996년(14번째 출전) 동아마라톤 이후에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1996년 이후 네 번의 우승기록(96 후쿠오카 2시간10분48초, 98 방콕아시아 2시간12분32초, 2001 보스턴 2시간9분43초, 2002 부산아시아 2시간14분4초)이 모두 2시간10분대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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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화성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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