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입냄새 없애려면 혓바닥부터 관리하라

  • 글: 차창선 목동예치과병원 원장

    입력2003-06-25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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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냄새 없애려면 혓바닥부터 관리하라

    핼리미터로 구취를 측정하는 모습

    입냄새도 이혼 사유가 될까. 유대인 경전인 탈무드에선 아내의 입냄새를 이유로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심한 입냄새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입냄새는 보통 질병 때문에 나타난다. 일시적인 거라면 괜찮겠지만 만성적인 경우라면 대개 구강 내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90%쯤 된다. 또 코·인두·폐의 질환, 당뇨, 만성신부전증 같은 내과적 질환때문인 경우도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입냄새가 심해졌다면 나이 탓이 아니라 십중팔구 잇몸과 치아보철물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원인질환이 존재하는 만성 입냄새는 구강청결제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이럴 땐 치과에서 구강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치과에선 ‘핼리미터’란 구취측정기로 입냄새의 주범인 휘발성 황화합물(VSC)의 수치를 측정한다. VSC는 구강 내 혐기성 박테리아에 의해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황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핼리미터는 이 VSC의 존재 정도를 ppb 단위(10억분의 1)로 수치화해주는데,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 비춰 VSC 수치가 100ppb 이상이면 상대방에게까지 입냄새가 전달되는 것으로 본다.

    핼리미터의 측정방법은 간편하다. 앉은 자세에서 3∼5분간 말을 하지 않은 후 측정기에 연결된 튜브를 3∼5㎝ 정도 구강 내에 넣고 최대한 입을 오므린 다음, 수치가 최고치에 달할 때까지 숨을 참으면 된다. 이 과정을 3회 정도 반복한 뒤 평균치를 낸 것이 측정결과다. 핼리미터는 VSC가 전혀 없거나 적은 수치임에도 강박증에 시달리는 ‘상상구취’ 환자를 식별해낼 때도 쓰인다. 이들에겐 증상에 따라 정신과적 치료를 권하기도 한다.

    핼리미터 측정을 받으려면 사전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내원 6시간 전에 음식물이나 구강청결제, 칫솔질 등을 금한다. 양파·마늘 등 향이 강한 음식물은 48시간 전, 흡연은 12시간 전, 항생제는 3주 전까지 삼가고, 화장품도 24시간 전엔 바르지 않아야 한다. 인위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측정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냄새의 원인이 구강 내 질환 탓으로 판명되면 원인질환을 치료해 증상을 개선한다. 치아 사이에 낀 치석을 스케일링으로 제거하거나 구강 혐기성 세균을 줄이는 린스용액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상구취가 아니면서 치과질환도 없다면 내과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므로 내과 검진을 권한다.

    입냄새를 예방하려면 평소 치아관리를 잘해야 한다. 음식물을 먹은 뒤 칫솔질로 구강을 깨끗이 하고 혓바닥 역시 별도로 관리해준다. 무엇보다 각종 구강질환을 일으키는 치석을 정기적으로 제거해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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