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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갈등 지도 (8)|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살육·방화·약탈·강간… 잔혹한 전쟁범죄의 표본

  •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살육·방화·약탈·강간… 잔혹한 전쟁범죄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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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방화·약탈·강간… 잔혹한 전쟁범죄의 표본

RUF 반란군은 어린 아기의 두 팔마저 도끼로 내리찍어 잘라냈다.

내전 초기부터 RUF 반군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마을을 불지르고 비전투원인 양민들을 공격해 죽이거나 도끼로 손목, 발목을 자르는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부녀자들은 강간당하기 일쑤였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군은 강간을 하나의 테러전술로 일상화시켰다. 한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다 도망갔을 경우 60세가 넘는 여성조차 강간 피해자가 됐다. 1999년 1월 이들이 대대적인 공세를 펴면서 프리타운을 절반 이상 점령했을 때 많은 희생자가 났다. 반군은 거의 3주 동안 무차별적인 살육, 방화, 약탈, 강간, 그리고 도끼로 손목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국제적인 인권감시기구인 ‘Human Right Watch’가 펴낸 한 보고서는 손목 절단을 “시에라리온 8년 내전에서 가장 잔혹하고 집중적인 인권침해 행위”라고 기록하고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내전이 전세계의 눈길을 끈 것도 그때의 잔혹상이 언론보도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리타운 중심가에서 자동차를 타고 대서양 연안 쪽으로 10분쯤 가면 시에라리온 내전이 할퀴고 간 상처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전쟁부상자수용소가 바로 그곳. 등록된 사람은 약 400명이지만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상주인구는 1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RUF 반군들이 프리타운 중심부를 포함해 도시 절반을 점령했을 때 이유 없이 손목이 잘렸다.

아프리카에서 사람의 손목을 도끼로 내리치는 끔찍한 행위는 벨기에가 원조라면 원조다. 그들은 식민지 콩고의 풍부한 자원을 수탈하면서 현지인들의 저항을 억누르려고 손목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러왔다. 손목 절단은 한마디로 더러운 식민지적 유산이다. 포데이 산코의 테러전술에는 다음과 같은 수사학이 깔려 있다. “손이 없다면 투표도 못할 것이다(No hands, no more votes).” 1997년 시에라리온 대통령선거에서 현 대통령인 티잔 카바의 시에라리온 인민당(SLPP)에게 지지표를 던진 손들을 자른다는 괴상한 논리였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 피해자들은 그런 논리의 허구성을 입증한다. 프리타운 전쟁부상자수용소에서는 어린 소녀들조차 손목을 잘린 채 어두운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희망 없는 잿빛 나날들뿐이다.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가운데는 세 살 난 아기도 있었다.

범죄 행위 사면받은 반군

시에라리온 내전 제2단계는 1999년 7월 맺은 평화협정 뒤의 ‘불안한 평화’를 가리킨다. 1991년 이래 8년을 끌어온 시에라리온 내전은 로메 평화협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 클린턴 행정부까지 적극 개입한 이 평화협정으로 시에라리온 정부와 RUF 반군 양측은 싸움을 그쳤다. RUF 반군들은 내전 기간 동안 자행한 무차별 살육, 손목 절단, 강간 등 범죄행위를 사면받는 대신 무장해제를 하기로 했다. 양측은 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2년 뒤(2001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그때까지 RUF를 상대로 싸워온 것은 허약한 정부군이 아니라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서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아프리카평화유지군(ECOMOG)이었다. 평화협정에 따라 1999년 10월 유엔은 유엔 시에라리온사무소(UNAMSIL)를 창설,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손목 절단이란 무시무시한 테러행위로 악명 높았던 RUF의 반군 지도자 포데이 산코는 그동안 저질렀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포괄적인 백지 사면(blanket pardon)을 받고 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받게 됐다. 그는 각료 4명의 임명권까지 손에 쥐었다. 오랫동안 시에라리온 동부 밀림지대에서 지냈던 산코는 수도 프리타운의 호화저택에서 지내며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해 대권을 노리기까지 했다. 1990년대 발칸을 피로 물들였던 보스니아전쟁과 코소보전쟁에서 밀로셰비치를 비롯한 수십 명이 전쟁범죄자로 기소된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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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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