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랑랑 ‘차이코프스키·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집’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7-3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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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랑 ‘차이코프스키·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집’ 외
    올 상반기 내한했던 해외 연주자들 중에서는 중국계 연주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팝스타처럼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던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윤디 리, 10대 초반 일찌감치 쿠르트 마주어에게 발탁된 재미 피아니스트 헬렌 황, 바이올리니스트 하워드 창 등이 모두 중국계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그동안 클래식 연주자가 많이 배출되지 않았던 것은 문화혁명 때문이다. 문화혁명 후 중국 내 모든 음악원이 폐쇄되었고, ‘황화’ 등 공산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몇 곡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클래식 음악 연주가 사실상 금지되었다. 문화혁명의 광풍이 사라진 지금, 젊은 중국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첫 앨범을 낸 랑랑(郎郎·20)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4월 호암아트홀에서 국내 데뷔 공연을 가졌던 랑랑은 빼어난 외모와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윤디 리에게 가려진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랑랑은 일곱 살 때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고, 35곡의 협주곡과 10회의 독주회 레퍼토리를 모두 암기하고 있는 천재적인 연주자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커플링된 랑랑의 음반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조심스러움’이다. 대다수 피아니스트들이 사자처럼 포효하며 밀어붙이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악장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조심스럽고 부드럽다. 템포도 약간 느린 편이라 호쾌한 연주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침착한 템포와 부드러운 음색이 두드러진다. 미묘한 표정변화가 돋보이는 2악장도 아름답다.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절제할 줄 안다는 것은 분명 이 연주자의 미덕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시카고심포니는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음색과 풍성한 질감이 느껴지는 연주로 독주자를 잘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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