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호

산자부, ‘재경부 2중대’ 탈출 시동 걸었다

힘있는 장관, 발 빠른 ‘코드’ 맞추기

  • 글: 김춘동 이데일리 기자

    입력2003-08-22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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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 외국인고용허가제 조기입법화, 차세대 성장 산업 발굴, 노사문제 적극 개입…. 윤진식 장관 취임 후 산자부가 일궈낸 굵직굵직한 성과들이다. 노대통령의 ‘신측근’으로 불리는 윤장관의 행보는 눈부실 정도인데. 참여정부 시대, 산자부는 재경부에 빼앗겼던 ‘경제 수장’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산자부, ‘재경부 2중대’ 탈출 시동 걸었다

    30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는 윤진식 산자부 장관(왼쪽 두번째).

    ‘한국경제의 차세대 먹을거리는 산업자원부가 책임집니다.’산업자원부가 참여정부 경제팀 내 핵심부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업무추진, 한국호(號)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주도적 책임감. 과거 경제부처간 현안 결정 때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춤대던 모습과 사뭇 비교된다.

    실제로 산자부는 참여정부 출범 후 짧은 기간이지만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상반기 수출호조를 이끌며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곤경에 처해있던 우리 경제를 견인했으며, 각종 기업 조세감면 정책을 주도했다.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추진’이라는 타협점을 찾아 외국인고용허가제 조기입법화를 유도, 산업현장의 혼란과 공백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과거 4대 정권, 17년 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이다. 현금보상 문제를 놓고 구설에 오른 데다 주민 반대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그래도 큰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우리 경제성장을 담보할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에 있어서도 산자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차세대 먹을거리’를 강조한 이후, 산자부는 550여 명의 산·학·연·관계 전문가들과 5개월의 방대한 작업 끝에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전략을 도출했다. 이후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를 주도적으로 준비해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과의 차세대 성장산업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동북아 경제중심 프로젝트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외국인투자유치 과제도 산자부에 맡겨졌다.

    ‘집중과 충직의 진돗개’



    산자부가 경제 핵심부처로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 및 각종 기업조세 감면, 삼성전자·쌍용차 수도권내 공장설립 허용 등의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가는 모습이 그렇고, 최근 현대차 노사타결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경하게 우려를 표시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산자부의 이같은 변화는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직접적 동인은 재경부 시절 ‘집중과 충직의 진돗개’로 명성을 날렸던 윤진식 장관에게서 찾을 수 있다. 취임 직후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의 ‘베팅’을 시작으로, 윤장관은 유연하고 일관된 업무처리로 국무위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것은 물론 산자부 조직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재경부 경력과 화려한 인맥, 부총리보다 앞선 행시 기수 프리미엄 등도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현재 윤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장관으로 통한다고 한다.

    산자부의 부상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경제의 과도기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생산성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점을 맞은 한국경제가 향후 잠재성장률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 및 외국인투자유치에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거시적 토대를 제공한다면 그 위에 실질적 성장엔진을 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산업계의 대표격인 산자부 외에 달리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윤장관의 생각이다.

    산자부와 윤진식 장관의 ‘도박’은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으로부터 시작됐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사업은 과거 4대 정권에 걸쳐 17년간 추진됐지만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1997년 과기부에서 산자부로 주무부서가 변경된 후에도 해법은 실타래처럼 꼬여만 갔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대책 논의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진식 장관은 “8월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겠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약속했다. 원전수거물 부지 유치의 ‘당근’으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과기부로부터 산자부로 이관해 달라는 제안이 수용되자 구체적 시한까지 못박고 나선 것이다. 8월말까지 부지선정을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양성자 가속기 사업’은 다시 과기부로 넘긴다는 약속도 했다. 말 그대로 부지유치 사업에 ‘올 인’(모두 걸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양성자 가속기 사업’이란 무엇인가. 양성자가속기란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원자핵 등과 충돌시켜 깨뜨리는 대형 핵물리 연구장치다. 원자 단위의 미세한 연구가 필요한 생명기술(BT)과 전력반도체, 나노기술(NT)에 필수적인 설비다. 1600억원에 이르는 투자규모는 물론, 연구인력 및 관련 벤처기업 유치 등 막대한 산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장관은 장관직 사퇴라는 강수를 던진 대신 시한부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넘겨받아 원전수거물센터 부지선정에 적극 활용키로 한 것이다.

    현금보상의 경우에도 윤장관은 주민설득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당연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현금보상 문제가 논란이 되고 국무회의에서 ‘불가’ 결론이 나자 윤장관은 이를 두말없이 수용했다.

    물론 원전수거물센터를 설립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 더불어 1년 간의 환경평가도 거쳐야 한다. 산자부는 이미 현지 주민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290억원 규모의 ‘전선 지중화 사업’을 필두로, 특별교부세 100억원 지원, 부안 10개년 종합개발계획 수립 등 부안 발전을 위한 다양한 청사진과 추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양성자 가속기 사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은 산자부·과기부의 성공적인 업무협조, 노무현 대통령의 조정력과 윤장관의 뚝심이 빛을 발한 사안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노대통령은 연찬회 자리에서, 앞으로 5~10년의 먹을거리 산업을 찾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이후 기업인을 중심으로 550여 명의 산·학·연·관계 전문가들과 5개월 간 머리를 맞댄 끝에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전략’이라는 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산자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전략’을 통한 신성장 시대로의 도약, 그 모토가 될 한국경제의 비전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제시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국정모토가 됐다. 국민소득 1만달러의 벽을 넘어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본투입 주도형 경제에서 혁신 주도형 경제로의 전환과 제조업·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선순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또 우리 경제의 캐시카우(Cash Cow, 현금 창출산업) 역할을 할 주력산업을 주력기간산업·미래유망산업·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산업군 별로 차별화한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전전략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2012년까지 360조원의 추가 부가가치 창출과 1574억달러의 수출 증가, 276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7월 24~25일에는 기 소르망, 존 나이스빗 등 세계적 석학들이 참석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 역시 지난 3월 윤장관이 아이디어를 낸 것. 회의를 통해 산자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전략’을 발표했고 참석자들 간에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논의됐다. 산자부는 오는 9월에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유치하기 위한 ‘허브 코리아(Hub Korea)’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노사문제 적극 개입, 재경부와 대조

    차세대 성장 산업과 관련해 산자부에 보기 좋게 추월당한 정통부, 과기부 등에서는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기부 모 국장은 “향후 국가경쟁력을 책임지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는 과기부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현재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고 국가 R&D 비용이 전용될 위험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더라도 일단 대세는 산자부 쪽으로 기운 듯하다. 산업혁신과 강남훈 과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산자부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과제라는 인식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분위기가 강화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재경부 2중대’ 탈출 시동 걸었다

    핵폐기물 부지선정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핵폐기장 설치 반대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북 부안 주민들.

    산자부는 지난달 노동부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관계법·제도 선진화 과제’를 제출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수립을 앞둔 시점에서 바람직한 노동관계 법·제도 개선방향을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한 것. 정부는 8월까지 그에 대한 안을 마련한 후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10월말까지 노동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산자부가 제출한 ‘노동관계 법·제도 선진화 과제’에는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법체계를 개편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돼 있다. 특히 산자부는 “현행 노동관계법은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취업근로자 보호 중심의 불공정한 체계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취업자와 취업희망자 모두를 위해 시장경제 원리에 맞도록 노동관계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12개 개혁과제를 담은 선진화 방안에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노조전임자제도 개선, 복수 노조화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쟁의행위 요건 강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산별노조 산별교섭을 이유로 한 연대 동정 파업 금지 등의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 개혁방안으로는 기업 변동 시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및 고용승계 의무 배제, 중소기업 정리해고법제 적용배제 특례조항 도입 등의 고용유연성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정리해고 사전통보기한 단축, 해고보상금제 도입,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 계약기간 3년으로 연장, 노조전임자 축소 폐지 및 전임자에 대한 노조의 임금부담, 쟁의 조정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 우편투표 허용, 파업찬반투표 의결정족수를 3분의2로 상향조정 등도 포함됐다.

    노동현안에 대한 산자부의 적극적인 의사개진은 현대자동차 파업 타결 직후 윤장관의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윤장관은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결과는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저해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용 유연성 제고 등 우리나라 노사관계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선하고, 공정한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동관계 법 제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장관의 강경한 입장은 같은 날 “해외공장 운영에 대한 노조의 경영간섭 조항은 이전부터 논의돼 온 내용”이라며 “현대자동차 경영진은 많이 양보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힌 김진표 부총리의 입장과 대비를 이뤘다.

    토론 즐기는 행동파 장관

    앞에서도 밝혔듯 산자부 변신의 중심에는 윤진식 장관이 있다. 윤장관의 유연하면서도 집요하고 성실한 업무스타일은 정평이 나 있다. ‘집중과 충직의 진돗개’라는 재경부 시절 별명도 그로 인해 얻은 것이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위기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이를 직보할 정도로 사명감과 강단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윤장관의 산자부 장관 인선은 사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2월27일 조각발표 당시 재경부 직원들과 송별 오찬을 하다 인선소식을 듣고 청와대로 부랴부랴 달려갔을 정도다. 정통 관료로서, 청와대와 이른바 ‘코드’가 맞는 것도 아니었다.

    재경부 출신인 만큼 산자부 직원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윤장관 선임이 알려지자 일부 산자부 직원들은 ‘우리가 재경부 2중대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산자부는 과거에도 임창열, 정덕구 등 재경부 차관 출신 장관들의 입성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윤장관 자신도 초기에는 ‘재경부 차관일 때보다 오히려 언론의 관심이 적다’며 산자부의 위상에 대해 농담 섞인 푸념을 하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윤장관은 이처럼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불과 5개월여 만에 참여정부의 경제 해결사로 급부상했다. 참여정부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장관업무 수행도 조사에서 경제 각료 중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 전체 장관 중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청와대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신측근’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비전제시와 함께 현안 해결능력을 인정받은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강조해온 ‘현장에 있는 장관’으로서의 자세를 충실히 견지한 것도 눈여겨볼 점. 지난 7월28일 대통령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노사관계 전담부처인 노동부장관을 제치고 수행을 맡았을 정도다.

    산자부 내부의 평가도 좋다. 모 국장은 “처음에는 재경부 출신 장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산자부의 경우 무역, 산업, 자원 등 여러 파트가 있어 비전문가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첫 연찬회에서 보니 매우 소탈한 분이더라. 그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선 산자부의 입장이 잘 대변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방사성폐기물팀 나성화 사무관은 “사업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부안군의 경우 지역갈등 현안으로 인해 찬반 의견이 갈렸다. 해당 지역에서 자극적인 반응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위축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장관이 흔들림 없는 자세를 견지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편했다. 산자부에 4년 동안 있었지만 수시로 관련 과장까지 불러 토론형태로 업무를 파악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은 담당 실장부터 서기관까지 자유롭게 발언하고 평가한 후 결론을 내린다”고 전했다.

    윤장관은 재경부 경력 및 인맥, 고참 행시기수의 프리미엄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윤장관은 재경부에서 금융정책과장, 공보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 등 요직을 거친 데다 행시기수도 12회로 김진표 부총리보다 한 기수 빠르다.

    윤장관의 이러한 이력은 관세 및 각종 기업조세 감면시 재경부를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산자부는 원유 수입관세 인하를 비롯, 연구·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 생산성향상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올해 말로 끝나는 25개 조세감면 제도 연장 등 조세정책에 있어 재경부의 양보를 얻어냈다. 노동현안에 대한 적극적 의사개진이 가능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재경부에서는 “요즘 산자부가 지나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경제정책 총괄부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짬밥(기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말로만 총괄부서지 산자부 등 타 부서가 우리 제안이나 요청을 수용치 않을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고 말했다.

    “분위기 고조, 일할 맛 난다”

    윤장관은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해 유가폭등 대책 마련에 고심했고, 전후(戰後)에는 복구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직접 중동권 국가들을 방문해 현장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곧 이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창궐로 수출에 치명타를 입게 되자 각종 세금감면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분주했다.

    수출에 직격탄을 날린 화물연대 파업기간에는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상반기 국내 경기부진과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은 양호해 청와대로부터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 과정에도 윤장관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내부업무는 주로 차관에게 맡기고 해당 팀을 진두지휘하며 직접 팀장 역할을 했다. 인터넷 공모를 통해 전담팀을 만들었으며, 1계급 특진 등의 파격적 조건도 내걸었다. 이에 자극받은 해당 간부들은 전국의 원전 신청지역을 돌고 환경단체를 찾아다니며 강행군을 펼쳤다.

    윤장관은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와중에도 내부조직 추스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무원 특유의 권위적 문화를 타파하는 데도 앞장섰다. 산자부 직장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장·차관 결재시 간소복 차림을 허용하고, 토요일 자유복장, 매달 교양 프로그램 마련 등 7가지 조직문화 활성화 실행방안을 실천했다.

    산자부는 이같은 실행방안을 홈페이지 및 게시판에 공고하고, 매달 초 실행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오는 9월2일에는 일본 요요기 경기장에서 일본 경제산업성 관리들과 친선축구경기를 가지며, 농림부와 함께 콘서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산자부 이기섭 공보관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못했을 정도로 장관 본인이 열심히 뛰고 있다. 주말에도 지방과 산업현장 등 현장방문으로 늘 분주하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높아졌다. 인사도 공정하게, 무리 없이 진행했다는 것이 내부 평가”라고 밝혔다.

    한 비서관은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등 국가적 현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기대도 많다. 윤장관은 현장형이자 솔선수범형이다. 이번 휴가도, 외부에는 쉬는 걸로 해 두었지만 사실은 매일 출근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의 귀가 시간도 덩달아 늦어진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2중대’서 ‘현안 해결사’로

    산자부는 옛 상공부 시절 한국호(號)의 수출경제를 진두지휘하며, 재무부 경제기획원과 경제부처의 수장(首長) 자리를 다투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각종 산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상실하면서 그 위상이 빠르게 추락했다. 통상·정보기술 업무마저 타 부처로 이관된 후에는 핵심 경제부처의 주변을 맴도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산자부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은 듯하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성장의 변곡점에 도달한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산자부가 추진중인 ‘차세대 먹을거리산업 육성’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등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산자부 김종갑 차관보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금융·거시 경제 중심으로 운용돼 왔다. 이제는 산업 발전에 눈을 돌려 그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실제 성장엔진 확보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산자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때마침 맞이한 ‘힘있는’ 장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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