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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서양화가 이두식 교수의 무국

색채의 마술사가 그려낸 여백의 미(味)

  • 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서양화가 이두식 교수의 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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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두식 교수의 무국

아천동 집 정원. 이두식 교수가 손수 끓인 무국을 두 아들과 제자들에게 떠주고 있다.

먼저 무는 깍두기 절반 정도의 크기로, 마늘은 얇게, 쇠고기는 얇게 썰어 냄비에 넣는다. 여기에 간장을 적당량 넣고 중간불로 볶는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무에서 물이 조금 흘러나올 정도가 되면 물을 붓고 파를 썰어넣은 후 끓인다. 이때 불 조절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중불로 낮춰야 한다. 자칫 국물이 너무 졸아 짤 수 있기 때문.

이교수는 “무국은 육수와 무의 시원한 맛, 그리고 장맛,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또 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자극적이어서 시원한 맛이 감소할 수 있어 적당량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교수의 무국은 40년 동안 인생의 동반자이자 화가로서 동지였던 부인 손혜경씨도 무척 좋아했다. 소설가 박완서씨의 에세이집 ‘두부’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손씨는 이교수와 서울예고 동창생으로, 한국 나이로 16세에 만나 26세에 결혼해서 56세까지 함께 살았다. 지난해 결혼한 지 30년 20일째가 되던 날, 손씨는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무척 강한 여자였어요. 섬세하고 예민한 나와는 많이 달랐죠. 자연을 사랑했고 예술 지상주의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아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교수의 왕성한 작품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1970년대 초부터 그가 그린 작품은 무려 5000여 점에 달한다. 한 해에 많을 때는 300점의 그림을 쏟아냈다. 그동안 개인전만 무려 42회나 열었다. 홍익대 미술대학장이자 교수, 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대한배구협회 이사 등 공식직함만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바쁘지만 그는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서양화가 이두식 교수의 무국
이교수의 작품성은 세계적으로 입증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시가 1997년 ‘로마축성 200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로마시내 지하철 역사를 미술관으로 꾸미기 위해 벽화작업을 의뢰한 세계 70명의 유명화가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당시 플라미니오 역사에 그린 그의 작품 ‘잔칫날’은 전시작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았다. 지하철 미술관 개장기념식이 그의 작품 앞에서 진행됐을 정도였다.



한국 전통의 강렬한 색채로 독특한 ‘표현 추상주의’ 계열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화가 이두식. “보다 완숙된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 테마와 기법에 있어 새로운 변신과 변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완숙의 경지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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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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