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알래스카 산악국립공원

거대한 빙하, 純白의 雪原… 지상의 마지막 청정지역

  • 입력2003-09-29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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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래스카 산악국립공원

    바다로 떠내려온 빙하가 가득한 글레이셔만의 풍경

    알래스카 남동쪽을 따라 형성된 자연유산지역은 글레이셔만, 클루에인,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타첸시니앨섹 자연공원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국립공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남한보다 더 넓은 이 국립공원에는 웅장한 산악지대와 빙하지역을 중심으로 산림과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비경과 한국인에겐 낯설기만 한 동식물이 관광객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넓디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를 꼼꼼히 살펴보려면 족히 수 개월은 걸린다. 효과적으로 둘러보는 데엔 알래스카 만과 글레이셔만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크루즈가 제격. 알래스카의 관문에 해당되는 앵커리지 남쪽 시워드 항구의 여객터미널에서 호화 유람선 레전드호에 올랐다.

    뿌연 안개 가르는 독수리의 날갯짓

    항해가 시작된 지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대면한 글레이셔만 지역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만년설 봉우리와 산에서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 빙하, 솔송나무와 침엽수림이 어우러진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빙하가 녹아 유입된 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접점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선, 숲 사이에서 피어나는 안개와 독수리의 힘찬 비상. 글레이셔만의 풍경 하나하나는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알래스카 산악국립공원

    알래스카의 명물인 바다표범들이 뭍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눈부신 빙하와 안개비를 벗삼아 또 하루를 보내고서야 알래스카의 거점도시 주노(Juneau)에 닿았다. 규모는 앵커리지보다 작지만 알래스카 주의 행정수도인 까닭에 연중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 이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연 탐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글레이셔만에 인접한 타첸시니앨섹 자연공원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를 찾아 떠나는 보트 투어. 작은 보트를 타고 타첸시니앨섹 자연공원으로 접어들면 미국의 국조(國鳥)인 흰머리독수리를 비롯해 범고래와 흑등고래, 바다표범 등을 만날 수 있다. 행운이 따라준다면 거대한 범고래와 흑등고래가 하늘을 향해 꼬리를 쳐 올리는 멋진 광경도 포착할 수 있다.

    두 번째 코스는 주노 외곽에 위치한 맨덴홀 빙하다. 알래스카에는 4000여 개에 달하는 빙하가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쉽게 접근해 그 위를 걸으며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맨덴홀을 비롯해 몇 군데 안 된다.

    세 번째는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를 타고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자연공원으로 이동해 연어 사냥꾼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불곰,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순록 등을 찾아다니는 동물 투어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투어는 광활한 알래스카를 관람하는 가장 좋은 방법. ‘때묻지 않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코스다.

    주노는 알래스카의 주도답게 자연유산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곳은 에스키모와 인디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 특히 항구 앞으로는 에스키모와 인디언의 전통 문양을 형상화한 다양한 토산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늘어서 있어 관람객의 지갑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알래스카 산악국립공원

    늪지대와 빽빽한 침엽수림, 웅장한 산이 어우러진 알래스카의 풍경

    주노항을 떠나 밤새 항해하던 크루즈 유람선이 글레이셔만 국립공원과 타첸시니앨섹 국립공원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스캐그웨이(Skagway)에 정박했다. 헬리콥터와 경비행기가 수시로 이착륙하고,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과 기차가 연신 기적소리를 울려대는 작은 항구는 활기가 넘친다.

    스캐그웨이를 기점으로 둘러볼 수 있는 자연유산지역은 매우 다양하다. 항공기를 이용해 1시간 남짓 이동하면 알래스카 최대 빙하지역으로 알려진 맬러스피나 빙하를 비롯해 타첸시니앨섹 자연공원의 엄청나게 큰 U자형 빙하를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헬기에서 내려 빙하 위를 직접 걸어보면 저마다 조금씩 다른 패턴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알래스카 산악국립공원

    타첸시니앨섹 자연공원의 시냇가에서는 물을 거슬러 오르며 귀향하는 연어떼를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스캐그웨이의 거리를 따라 자리잡은 상점가와 주택은 대부분 19세기 말 골드러시 때 지어진 것들이다. 겉보기에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오래된 이 건물들은 상점이나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물건 또한 하나같이 독특하다. 알래스카에서 자라는 솔송나무나 쿠프레시폴리아 향나무에 인디언 전통 무늬를 그려 넣은 조각품, 포유류의 뿔을 이용해 만든 장식품과 액세서리는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 이들 토산품은 현지 장인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가격은 좀 비싸지만 하나쯤 간직해두면 좋을 듯.

    알래스카 자연유산지역은 지구촌의 어느 지역보다도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최근 지구촌의 이상기온으로 인해 해안지역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음은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선한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 바로 알래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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