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호

‘헬스테크’ 바람 일으키는 노화방지클리닉의 세계

월 진료비 수백만원, 세포단위까지 체크, 혈관도 대청소

  • 글: 조선혜 자유기고가 ejangdok@hanmail.net

    입력2003-10-27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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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에 접어들면 누구나 팔팔한 젊음을 부러워한다.
    • 팽팽한 피부에 봐줄 만하던 체형…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심리를 파고들어 최근 1∼2년새 서울을 중심으로 젊음을 되찾아준다는 노화방지클리닉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 한 달에 최소 100만원 이상 든다는 노화방지클리닉.
    •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효과를 보기에 그곳을 찾는 것일까.
    ‘헬스테크’ 바람 일으키는 노화방지클리닉의 세계
    현재 서울 강남 일대에서 노화방지를 전문으로 내건 병원은 30여개. 진료분야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는 병원까지 합치면 더욱 많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관련의사의 귀띔이다. 이들 노화방지클리닉은 모두 병의원급 개인 클리닉이다.

    그 중엔 1억원이 넘는 회원권을 발급하고 그만한 경제력을 가진 최고급 고객만 받는 병원까지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노화방지클리닉은 아직 서민들에겐 문턱이 높다. 진료비가 못해도 한 달에 100만원에서 300만∼400만원까지 들기 때문이다. 일반 봉급생활자는 꿈도 꾸기 힘든 액수다. 그럼에도 개원 초보다 3배 이상 고객이 늘었다는 병원이 대다수다.

    강남 일대에만 30여 개소 영업

    노화방지클리닉은 어떤 치료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것일까. 일정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나름대로 전문적인 노화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병원들을 둘러본 결과, 국내 노화방지클리닉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미국·유럽 등에서 이미 소문난 노화방지프로그램과 제휴해 현지에서 받는 것과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곳이다. 미국 팜스프링스 생명연장연구소와 제휴한 서울의원(반포동), 미국 크로노스와 제휴한 제롬 크로노스(도곡동), 프랑스 라 클리닉 드 파리와 제휴하고 있는 신 클리닉(신사동), 미국 세너제닉과 제휴한 세너제닉 클리닉(역삼동)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인에게 맞는 토종 노화방지프로그램을 주창하는 곳으로 권용욱 노방클리닉(잠실동), 클리닉 나인(신사동), 라쥬네스 노화방지 메디컬센터(도곡동) 등이 이에 속한다.

    두 노화방지클리닉의 프로그램은 겉보기엔 별반 차이가 없다. 설문지 작성과 분야별 상담, 1시간 이상의 의사 문진, 여러 가지 정밀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건강상태뿐 아니라 노화 정도를 구체적 수치로 나타내 알려준다. 그에 따라 개인에게 맞는 1대1 맞춤 식생활 처방, 운동 처방, 나쁜 생활습관의 교정 등이 제공되고, 나이에 비해 각종 노화수치가 높게 나타나거나 피로, 우울증, 불만족스런 성생활, 각종 갱년기 증상 등에 대해 환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는 호르몬요법과 항산화제의 복용을 권한다.

    호르몬요법은 노화의 주원인인 호르몬의 부족을 채워줌으로써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론에 따른 것으로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DHEA, 성호르몬 등이 쓰이고, 병원에 따라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만든 복합호르몬주사제를 시술하기도 한다. 항산화제는 현실적으로 일반 식사에서는 충족시키기 어려우므로 인체 노화를 막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필요한 양만큼 개인에게 맞춤처방한다.

    여기에다 환자에 따라 혹은 병원에 따라 필수아미노산을 투여해 간기능 및 대사개선효과를 증대시킨다든지, 혈관을 청소하고 심장과 뇌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효소 Q10 등의 특수효소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또 스트레스 조절을 위해 음악치료, 명상치료, 열치료 등을 하는 곳도 있다. 식이요법과 1:1 맞춤운동 처방, 잘못된 생활습관의 교정은 병원마다 빼놓지 않는 필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개별 클리닉에서 실제로 행하는 프로그램은 검사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실제 노화방지프로그램을 시행할 때도 병원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이나 그에 따른 시설과 규모가 조금씩 다르다.

    초정밀 검사 통해 노화 정도 알아내

    4년 전에 문을 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클리닉 나인은 6층 건물 안에서 노화방지와 관련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노화 정도를 알아내고 호르몬요법 등을 시술하는 데 필요한 검사는 60여 가지. 이 병원에선 호르몬치료, 항산화제 처방과 함께 특히 맞춤운동 처방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기본적인 운동처방 기구부터 수중 러닝,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바쿠 등 고가 장비를 두루 갖췄다. 또 환자의 요구에 따라 피부관리, 보톡스 주사 시술, 초음파 지방분해요법, 지방분해 마사지 등 외적인 노화방지법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노화방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분비계 전문가, 스포츠의학 전문가, 영양학 전문가, 통증 전문가 등이 한 팀이 되고 그에 맞는 시스템과 인력·장비가 갖춰져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처음부터 시스템과 장비를 갖추고 통증, 비만,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함께 진료하고 있다.”

    클리닉 나인의 권도윤 원장은 최근 노화방지클리닉이 아무 준비 없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잠실에 있는 권용욱 노방클리닉은 상담 및 설문지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환자의 1주일간 생활을 일기식으로 기록해 식사, 수면, 운동, 음주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조사한다. 그리고 신체검사로 각종 수치를 얻고, 체지방, 호르몬 수치, 전신 반응 속도, 폐활량, 근력, 순발력 등을 테스트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운동프로그램과 식이요법 처방을 하며, 혈액·호르몬 검사를 토대로 약물치료를 한다.

    외국의 유명한 노화방지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들도 위의 두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클리닉의 시설이나 규모는 운영하는 의사가 비만, 피부미용, 운동치료 등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다만 외국의 노화방지프로그램을 도입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미국이나 유럽 현지로 보내 정밀혈액검사를 한다는 것이 다르다. 또 환자에게 투여하는 복합호르몬주사제나 항산화제 등 먹는 약도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다.

    제롬 크로노스 이무연 원장은 “검사를 위해 채취한 각종 샘플을 미국 크로노스 검사센터로 보내면 그곳에서 정밀하게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와 미국의 의료진이 협의해 처방을 내리면, 미국 크로노스 제약회사가 고객 개개인에게 적합한 미세영양치료제, 호르몬제제 등을 맞춤조제해 보내준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의사는 주로 환자를 상담한 뒤 필요한 시술을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외국의 노화방지프로그램과 제휴한 클리닉들의 경우 각 클리닉마다 차별적인 의료서비스를 강조한다. 서울의원 정 누시아 원장은 “종합호르몬요법의 특허를 가진 팜스프링스 장수의학연구소는 DHEA,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갑상선호르몬,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 8가지 호르몬을 사용한다. 이것은 특허가 나 있어 우리만이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라 클리닉 드 파리와 제휴한 신 클리닉의 경우 혈압, 혈당, 암표지자검사, 콜레스테롤 수치, 간 수치 등 일반적 건강진단 내용뿐 아니라 정밀한 호르몬 수치, DNA 손상 정도까지 약 950가지 항목을 분석할 수 있음을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렇게 세포단위까지 건강성을 체크하면 앞으로 걸릴 수 있는 병까지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검사비만 별도로 320만원이 들지만 신 클리닉측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국내에선 이 검사법이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시아에선 10년, 유럽에선 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돈 안 쓰기로 유명한 중국인도 우리 병원 치료를 받는 걸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비싸지만 ‘몸이 무기’인 사람들이 이용

    그렇다면 실제로 노화방지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먼저 연령대를 보면 30∼80대까지 아주 폭넓지만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가 가장 많다. 남녀 성비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반반 정도인 곳도 있지만 7대3의 비율로 남자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직업을 보면 최고경영자, 기업체 임원, 개인사업자, 자영업자 등 경제분야에 종사하는 남성들이 많다. 그 중엔 자주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는 이름난 기업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변호사, 목사, 교수 등도 찾지만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 중엔 깎아달라거나 홍보를 해줄 테니 그냥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노화방지를 위한 약이나 검사비 등에 기본 원가가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원장 부모가 와도 많아야 5%밖엔 할인해줄 수 없다. 그래선지 소위 몸이나 건강이 무기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한 노화방지클리닉의 상담직원이 전하는 말이다.

    여성의 경우도 교수, 고소득 전문직, 상인, 사업가 등이 많다고 한다. 의사의 경력에 따라 갱년기를 넘어선 주부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당장 체력이 뒷받침돼야 사회활동을 잘할 수 있는 여성들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들의 경우 먼저 알고 치료를 받아 본인이 효과를 보면 대부분 배우자를 데려오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심지어 노화방지클리닉에 다니는 사실을 배우자에게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치료를 받고 나면 성기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헬스테크’ 바람 일으키는 노화방지클리닉의 세계

    노화방지클리닉들은 환자의 신체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최신의 첨단의료기기를 이용한다.

    “흔히 노화방지클리닉이라고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젊음만 생각하는데, 실제론 삶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내적인 노화방지가 주된 목적이고 효과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봐도 별 소용이 없어서 찾아왔다가 만족하는 사람이 많다. 또 6개월 이상 장기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병원을 옮기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 편이다. 금방 눈에 보이는 효과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개 처음 상담하는 과정에서 탈락한다.”

    세너제닉 클리닉 최수경 원장의 말이다. 그는 또 노화방지클리닉이 성업중이라고 소문나 있지만 실제로 의사들에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주사제 및 검사 비용, 약값이 만만찮고, 환자들 대부분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데다 개인별 상담을 길게 하기 때문에 하루에 아주 제한된 수의 환자만 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이지 당장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원래의 전공과목을 보는 게 나은 의사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또 다르다. 한달에 최소 100만원에서 400만원 가량을 치료비로 쓸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만 노화방지클리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경제적 여유가 넘쳐 주름살, 잡티 등을 제거하는 차나 값비싼 건강보조식품 등에 비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노화방지클리닉 이용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헬스테크’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남녀 공히 20대 젊은이 같은 체력과 활력을 자본으로 여겨 건강을 위한 투자로 보고 치료받는 사람들이 더 많다. 최근 들어 30∼40대 남성들의 방문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입증해준다.

    미국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와 운동선수들이 노화방지클리닉을 많이 찾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생활이 바쁜 사업가나 정신 노동자, 갱년기 여성,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들은 일정한 경제력을 갖춘 사회의 상류층이다. 그래서 노화방지클리닉에선 환자들을 환자라 부르지 않고 고객이라 칭한다.

    부유층이 이용하는 만큼 노화방지클리닉은 거의 대부분 호텔 수준의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최근엔 VIP용 환자 대기실, ID카드를 넣으면 처방된 운동량과 강도를 알아서 정해주는 운동기구, 간단한 사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를 갖춘 곳도 생겼다.

    특기할 점은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이나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숫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홍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강남 일대에 배포되는 각종 노블 잡지나 입소문에 의한 귀족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쓴다.

    실제 노화방지클리닉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효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까. 50대 후반의 한 사업가는 IMF 외환위기를 넘긴 후 사업이 궤도에 올라 재미를 느끼던 차에 오후만 되면 피로하고 쉽게 지쳐서 도저히 일을 해낼 수 없어 클리닉을 찾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재산은 있지만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즐기려면 좀더 돈을 벌어야 할 처지여서 일찍 은퇴할 수는 없다는 것. 게다가 사업분야도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 초조한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젊은 사람의 60% 수준으로 떨어진 것 외에는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고 항산화제를 처방했다”는 게 담당의사의 얘기다.

    효과는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후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3개월 후엔 활력이 넘쳐서 피로를 모를 정도가 됐고 전보다 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효과엔 대부분 만족하지만…

    유통업을 하는 A(52)씨도 비슷한 경우다. 특별한 병은 없었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늘 피곤하고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5개월 전부터 권용욱 노방클리닉에서 노화방지 치료를 받아왔다.

    “원래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늘 피로하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좋다는 건 다 해보고 보약도 먹었다. 건강검진도 할 만큼 해봤지만, 신체의 이상유무만 알려주면서 잘 먹고 잘 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운동도 열심히 해봤지만 피로는 더할 뿐이었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고 인터넷을 뒤져 노화방지클리닉을 알게 된 그는 반은 호기심으로 찾았는데 지금은 크게 만족한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도 잘 안 믿는다.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지금까지 해본 다른 어떤 것보다 큰 효과를 봤기 때문에 만족한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은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고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A씨는 클리닉에서 처방한 항산화제와 호르몬주사의 효과가 컸다고 말한다. 혹시나 있을 부작용에 대해 물어보자 의사를 믿고 하는 것이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화방지 치료 뒤 성인병이 치료된 사례도 있다. 서울의원에서 노화방지 치료를 받았던 K(74·여)씨는 종합호르몬요법을 1년 반 정도 받았다고 한다.

    “심장병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세 번째는 환자가 너무 밀려 수술을 못하게 돼 미국으로 수술을 받으러 가려던 차에 노화방지 치료를 받았다. 마당에 내려와 걷지도 못하고 계단도 못 올라갔는데 지금은 등산도 가고 아무 불편 없이 일상활동을 한다.”

    K씨의 치료를 담당한 정 누시아 원장은 신부전증 등 성인병 환자가 노화방지 호르몬요법을 병행해 병 치료에 좋은 결과를 본 경우가 흔히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이나 우울증도 노화방지 치료로 좋아지는 질환이다. 7개월 전에 노화방지클리닉을 찾았던 Y(63·여)씨는 이전과 아주 다른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쉽게 피로해지고 자주 우울해져 가끔씩 참여하던 교회활동마저 그만두려 할 정도였는데, 요즘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고 했다.

    “가족력상 당뇨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단 것 안 먹고, 커피도 안 마셨다. 운동은 하루에 맨손체조 30분 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몸에 활기가 생기니까 부지런히 다니게 되고 그래선지 체형이 오히려 좋아졌다. 치료받은 지 2∼3개월 지나자 아랫배가 들어갔고 얼굴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됐다.”

    Y씨는 호르몬을 병원에서 받아가 집에서 자가주사를 놓는다. 밤 11∼12시 사이 체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에 맞춰 주사를 놓고, 비타민제와 항산화제도 함께 먹는데 그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한다.

    호르몬요법, 과연 문제 없나

    노화방지클리닉의 의사들은 노화방지가 수명연장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분야라고 말한다. 또 사람마다 실제 나이와 생체나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생체나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화도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 호르몬요법을 시술받고 항산화제를 투여하는 데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다며 그 효과를 자신한다.

    그들이 말하는 성장호르몬의 효과는 크게 신체적 효과와 정신적 효과로 나뉜다. 신체적 효과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체지방 분해와 근육의 증가다.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복부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증가시켜 체형이 좋아지고 활력과 성기능이 증진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효과로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고 불면증 해소, 피로감 감소, 의욕증진, 자신감 회복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성장호르몬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노화방지 효과가 뛰어나고 오히려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의사도 있다.

    “치료 초기에 손발이 붓는 부종이 약 20%의 환자에게서 발생하고 근육통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절로 사라지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항간에는 여성호르몬이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장호르몬이 암 발생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이 사용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로 인해 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없다. 또 당뇨병의 경우 증식성망막증이 있는 환자에겐 호르몬 투여를 자제하는 등 제대로 된 클리닉이라면 모든 안전장치를 다 가동한다. 따라서 전문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당량을 투여하는 것은 안심해도 된다.”

    노방클리닉 권용욱 원장의 얘기다. 클리닉 나인 권도윤 원장도 “노화방지클리닉에서는 호르몬을 필요한 만큼만 보충해주는데, 아주 미량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며 호르몬요법의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호르몬이 남용되는 경우. 호르몬 주사를 처방하면 치료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병원에서 남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호르몬요법이 거의 ‘기적의 치료법’으로 알려질 만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데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호르몬 치료 효과를 인정하지만, 거기에 완전히 기대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호르몬 치료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항노화에 사용하는 수백 가지 제제도 누구에게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분당 차병원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교수의 충고다.

    최근 노화방지클리닉이 유행하면서 병원 경영난을 타개하려고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다. 모 외국계 노화방지클리닉의 국내 체인점 사업설명회엔 의사들 수백 명이 운집해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노화방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문과목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전공의든지 간판을 내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실력은 갖추지 못한 채 환자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노화방지는 현재 ‘임상실험중’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하는 의사도 있다.

    노화방지클리닉의 의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원래 전공과는 별도로 노화방지 분야를 독학하거나 미국 등에서 연수를 받는다. 그래서 최근 들어 미국 노화방지학회에 가면 한국인 의사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식으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의사들이 학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노화방지학회에 대한 시각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상반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돈만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의료산업이라는 큰 시장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폄하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대한노화방지연구회, 대한임상노화방지학회 등의 단체가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구심력을 갖지 못한 상태다.

    노화방지전문이란 간판을 내걸었지만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은 것도 문제다. 검사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수백 가지나 되는 검사를 해서 환자에게 고액을 지출하게 하는 것도 과잉진료라는 측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이용할 수 없을 만큼 진료비가 비싼 것도 문제다. 현재 한 달에 300만∼400만원이 드는 노화방지클리닉이 많고, 한국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값을 낮췄다고 해도 한 달에 70만∼90만원은 기본이다. 그것도 일회성 치료가 아니라 최소 6개월이고, 1년은 해야 제대로 효과가 난다고 하니 일반 서민은 더더욱 접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미국계 노화방지프로그램과 제휴한 한 의사는 외국에서도 노화방지클리닉은 고가이며, 같은 프로그램인데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추다 보니 미국 현지보다 2배 이상 값을 낮춰야 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노화방지클리닉의 진료비와 관련, 최근엔 마치 골프회원권처럼 노화방지클리닉 VIP회원권이 1억원 넘게 책정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를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1년에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3000만∼4000만원의 진료비가 들기 때문에 평생회원제로 하면 환자와 클리닉이 서로 편할 것 같아 그렇게 추진했다는 것. 해당 클리닉은 비난 여론이 일고 되레 환자를 제한하는 역효과가 나자 평생회원제 계획을 취소한 상태였다.

    한국인에 맞는 프로그램 시급

    노화방지클리닉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제휴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외국의 치료법을 그대로 옮겨와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한 노화방지클리닉의 의사는 이 문제에 대해 “몇 년 전 개업했을 때는 외국 현지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실정을 몰라 치료제를 사용한 뒤 여드름이 난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한국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따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형 클리닉들이 서로 자기 클리닉의 치료법이 최고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한국인에게 맞는 노화방지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하는 문제점은 개선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연령 및 성별로 한국인 약 2500명의 생체나이를 측정해 비교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인에게 맞는 종합적인 생체연령 측정법을 개발했고, 그에 맞추어 노화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라쥬네스 배철영 원장은 최근 한국적인 노화방지프로그램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적지 않지만, 이제 노화방지클리닉은 하나의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건강 패러다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0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75.9세이고, 2020년경엔 80세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제는 수명을 늘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만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관건이 됐다. 노화방지에 대한 학계와 정부의 연구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 된 것이다.

    최근 노화방지클리닉으로 발길이 이어지는 현상은 한국적 의료현실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노화방지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노화방지에 대한 정보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만족할 만큼 건강상담도 할 수 없었던 점을 지적한다. 자신의 건강문제를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만한 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러도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노화도 병인 사람이 있고 자연현상인 사람이 있다. 병적인 수준에 이르는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생활 속에서 노화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윤방부 교수는 적당히 골고루 먹는 식습관, 알맞은 수면과 휴식, 스트레스에 대한 대비,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 질병에 대한 관리 등 이미 그 효과가 알려진 일반적인 방법부터 해보길 권한다. 젊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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