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호

전직 프로그램 통한 제2의 인생설계

“자신의 ‘몸값’과 ‘적성’ 재확인하라”

  • 글: 김규동 DBM 코리아 대표 cdkim@dbm.co.kr

    입력2003-10-28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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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퇴직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겨워 지겨워’를 입에 달고 살면서 출근 지하철에 몸을 실을 바에야 과감한 변신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轉職 지원 컨설팅을 통해 얻는 인생 업그레이드 노하우.
    전직 프로그램 통한 제2의 인생설계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명퇴자들을 상대로 재취업이나 창업이 아닌 ‘은퇴 후 인생설계’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POSCO)는 지난 2001년부터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그린 라이프 디자인(Green Life Design)’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컨설턴트가 회사에 상주하면서 퇴직 예정자들에게 ‘제2의 인생’ 설계를 도와주고 있는 것. 퇴직 예정자는 1년간 특별휴직을 하면서 회사가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포스코가 1년 뒤 회사를 떠날 예비 퇴직자들을 상대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퇴직 후 재취업이 쉽지 않은 고령인력들의 사회 적응을 위해서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과거와는 달리 감축 인원의 규모보다는 인사적체 및 인력 역(逆)피라미드 구조 개선 등 인력구조 선진화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고령인력이 제일 먼저 조정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포스코나 한국전력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년퇴직 예정자를 위한 전직(轉職) 지원 제도는 퇴직을 앞둔 고령 인력들이 퇴직에 앞서 좀더 유리한 위치에서 실질적인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 기업은 정년 퇴직을 앞둔 고령인력을 위해 전직지원센터를 운용하거나 경력개발 연수 등을 실시해, 퇴직 전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의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민영화 이후 고령화, 인사적체, 특정 직급 과다 등 인력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58세라는 고령 정년퇴직 인력의 특성을 고려한 전직지원 프로그램(outplacement)을 도입해 이를 자연스럽게 기업의 고유한 문화로 정착시켰다. 포스코에 적용된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재취업이나 창업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던 기존의 전직지원 프로그램과는 달리, 대상자가 실질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퇴직 후 제2의 인생 설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른바 ‘은퇴설계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특히 퇴직 이후의 삶에서 가족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부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통해 삶의 질과 폭을 넓히고 은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고 풍요로운 은퇴 후 설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퇴직자들이 평생을 직장생활에만 전념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나 ‘삶의 또 다른 의미와 질’을 찾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전직지원(outplacement) 업체인 DBM코리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취업에 성공한 고령자의 경우 정규직을 택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각자의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탄력적인 근무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한번 전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40대에 퇴직한 사람들의 경우 앞으로 적어도 2∼3번은 더 전직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한번의 재취업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욕구 변화와 고용환경 변화에 따라, 전직지원 컨설팅도 개인의 진정한 고용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전직지원은 구직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만 여겨졌고, 많은 기업과 개인, 심지어 전직지원 컨설팅을 담당하는 일부 업체들조차도 퇴직자를 조기에 재취업시키는 것에만 전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컨설팅의 많은 부분이 당장의 재취업을 위해 보다 많은 채널을 동원해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할애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실물 경제가 살아 있고 경기 전망이 밝을 때의 이야기다. 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고용환경에서는 개인의 고용경쟁력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지원은 일회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퇴직 이후의 대안을 재취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퇴직을 계기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자신의 목표를 재점검하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DBM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DBM 코리아의 전직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퇴직자 중 35%가 창업을 선택했다. 이는 1998년의 17%와 비교해 2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창업자의 증가는 최근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재취업의 문이 좁아진 데도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 창업에 대한 직장인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요인이라 하겠다. 과거에는 재취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취업이 안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생계형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데 비해 현재는 재취업과 창업을 똑같은 선택지에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을 ‘부업’으로 생각하지 말라

    이런 기회포착형 창업자들의 경우 창업에 접근하는 태도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IMF 사태 당시의 창업자들은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어 무엇이든 다급하게 시작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성급하게 창업을 하려했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위험 부담도 컸고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비해 요즘 창업자들은 과거 선배 창업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좀더 성숙된 자세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창업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관련 서적 및 뉴스 등을 꼼꼼히 챙기며 섣부른 선택을 자제한다. 직접 프랜차이즈 본사의 신용도를 확인하거나 창업 전 수개월간 현장 체험을 통해 경험을 쌓는 등 전문가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창업을 단순한 ‘부업’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창업자 중에는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산의 일부만을 투자한 뒤 자신의 전재산을 투자하지 않았다 해서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또한 개인이 일을 떠나 삶의 가치를 돌아보고 자신의 가치에 맞추어 인생을 재설계하게 되는 부분도 퇴직자들의 전직과정에서 새로이 주목받는 부분이다. 과거 직장인들은 직장과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러한 삶을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뿐 아니라 여가 생활이나 가족 관계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전직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총체적인 삶의 다양한 요소들 즉 경력, 가정, 재정, 여가, 종교, 사회 생활 등에 대한 진단을 통해, 각 부분에 대한 개인들의 성향을 새롭게 조명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 직장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은 경력개발의 책임이 어디까지나 근로자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하여 평생직업 시대에 걸맞은 자신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재직시절부터 스스로 자신의 경력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전직 또는 퇴직에 대비하여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전직 역시 자신의 경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명예퇴직 후에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를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전 직장과의 관계는 의도적으로라도 관리해야 한다. 경력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은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명심하고 재취업시에는 아니라 창업시에도 가능하면 자신의 경력을 살리는 것이 현명하다.

    전직지원은 개인이 새로운 직업 및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능력을 배양하며,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한 단계 발전시켜 자신감을 갖고 자기 주도적인 목표를 설정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은 퇴직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직지원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퇴직 시점만 무사히 넘기기 위한 대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개개인의 고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퇴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경력에 책임을 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될 때에만 그들의 고용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노동시장 유연화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경제의 효율성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용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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