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다시 불붙은 핵무장론

<긴급 인터뷰> 남경필 경기도지사 “자체 핵무장 준비 필요성 더 커졌다”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8-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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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격적 선제타격 배제 못 해”
    • “전술핵 배치 필요”
    • “‘미 핵우산 미가동’ 합리적으로 의심돼”
    북한은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의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런 북한은 미국령 괌을 포위해 공격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대놓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한반도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 핵을 둘러싼 안보 상황이 이렇게 긴급하게 전개되다 보니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대선 때 밝힌 ‘자체 핵무장준비’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동아’가 8월 15일 남 지사를 긴급 인터뷰해 핵무장준비론의 근거와 구체적 방안을 들어본 이유다. 



    “미국發 불확실성”

    남 지사는 2월 ‘거대한 힘의 충돌, 즉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공포가 커지는 것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말을 할 정도로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이젠 북한발(發)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미국발 불확실성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폭력성이 상상을 뛰어넘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강 대 강’으로 나와 예측이 더 어려워요. 전쟁이 일어나면 그 수혜를 보는 주변국이 있겠죠. 우리에겐 절박한 문제지만 남들에겐 이해가 걸린 문제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냉철하게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가가 일시 하락한다든지 경제 분야에서도 반응이 나오고 있고요.
    “일반 국민의 일상까지 연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우리 정부가 ‘한국 동의 없는 일방적 군사행동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고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과 대화할 여지를 열어놓되 조급하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해요. 중국과 러시아에도 북한의 모험적 행위를 자제토록 촉구해야 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따로 대국민담화 같은 조치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특히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뒤에 국내에서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시점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을 완료하는 때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보면, 레드라인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요. 시간이 갈수록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힘을 얻어갈 것입니다. 그간 경제제재 같은 비군사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제 자위적 차원에서 군사적 해법을 검토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어요. 현재로는 여전히 외교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지만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다면 ‘전격적 선제타격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어요. 긴장과 불안이 더 고조되겠죠. 더 이상 우리의 역할을 남에게 미뤄선 안 됩니다.”


    美 전략자산 → 美 전술핵 → 자체 핵

    이어 남 지사는 “우리가 배제된 채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교적 해결 대안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규모 무력충돌의 사전 예방이야말로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남 지사가 구상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수준에 따른 단계적 전략이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에 대비하는, ‘미국의 핵우산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에 바탕을 두는, 우리만의 안보 플랜도 가져야 한다고 봐요. 3단계 전략은 전쟁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죠. 1단계로, 북한이 핵 보유를 늘린다면 미군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순환 배치합니다. 북한의 위협이 그 단계를 넘어서면 2단계로 전술핵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해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죠. 마지막 단계로 자체 핵무장 준비를 시작해 공포의 균형을 통한 평화 유지를 도모합니다.”

    현 상황은 어느 단계쯤 와 있나요?
    “현 수준에선 한미 간 신뢰와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2단계인 전술핵 배치 수준에서 핵 억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현실성이 없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핵무장에 대한 국제적 경제제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몇몇 전문가는 이스라엘과 인도의 핵무장 사례를 들어 “우방국인 미국의 동의만 구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체 핵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가 있습니다만.
    “북한 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고려해야 해요. 그중 하나가 핵무장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이 생각을 열어나간다는 것과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NPT는 핵보유국이 비(非)보유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할 테니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가정이 전제됩니다. 지금처럼 미 본토가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핵우산이 혹시라도 없어질 수 있다면, 핵무장 준비와 같은 새로운 안보 정책을 구상할 필요성이 더 커지죠.”

    남 지사는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는 것이 어렵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비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도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느낄 위협과 피로감”

    최근 북한이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괌 포위 공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사의 말처럼 ‘유사시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우려해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까요?
    “북한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북한을 타격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됐어요. 미국인들이 ‘왜 우리가 남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고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인한 피로감도 커져 있어요. 물론 이러한 변화를 우리 자체의 무장으로 상쇄한다는 것은 결국 동맹을 깨자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으며, 이는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렇기에 한미동맹 내에서 상호 공동이익을 확장하기 위한 능력 증강이 병행돼야겠죠.”

    남 지사는 “지금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할 장치를 한미 간에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자체 핵무장도 중장기 카드로 검토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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