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호

일본 야쿠시마(屋久島)

7000살 삼나무가 두 팔 벌려 태평양을 맞는 섬

  • 입력2003-10-29 11:1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본 야쿠시마(屋久島)

    야쿠시마에는 바닷가에 인접한 해수 노천온천이 많다.

    풍부한 물은 수없이 많은 아름드리 나무를 키우고, 나무가 뿜어내는 깨끗한 공기는 섬 전체를 흥미로운 생태계로 만들어놓았다. 거제도보다 조금 크지만 해발 1000m를 넘는 산이 30여 개나 모여 있는 일본 가고시마현 남쪽 야쿠시마(屋久島). 관광 명소가 많은 일본이지만 야쿠시마에서 만나는 신비로운 풍광은 ‘기묘하다’는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자연이 만든 ‘식물전시관’

    하늘에서 내려다본 야쿠시마는 온통 바다와 숲뿐이다. 한 달에 25일 이상 비가 내린다는 야쿠시마에서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는데…. 10km에 이르는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둘러보았다. 바다에서 하늘을 향해 곧장 솟아 있는 산과 수십 미터는 될 듯한 폭포, 작은 틈새 하나 없이 빽빽한 삼나무 숲에 이르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열대와 온대가 만나는 북위 30도 선상에 위치한 야쿠시마가 독특한 생태계를 갖추게 된 것은, 산이 거의 수직에 가깝게 뻗어올라가는 지형과 엄청나게 큰 연교차 때문이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야쿠시마의 평균 연교차는 20.7℃. 솔송나무, 삼나무 등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침엽수부터 밤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활엽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종이 수직 분포대를 형성하고 있다.

    군소식물의 분포대 역시 지구촌 어느 곳보다도 그 폭이 넓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 지대에는 철쭉, 두루미꽃, 백두산제비꽃 같은 산지성 꽃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지며, 중간 지대에는 월계수, 저지대에서는 열대식물인 맹그로브와 화려한 색상으로 변형된 무궁화 등이 동시에 피어난다. 지구촌 곳곳의 식물군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식물전시관’인 셈이다.





    일본 야쿠시마(屋久島)

    야쿠시마의 등산로는 대부분 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안보 강(江)을 따라 연결된 등산로는 하루에도 관광객 수백 명이 오르내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 두 시간 남짓 오르니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 눈앞을 가득 메운다. 태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삼나무들과 인간의 발길이 전혀 미치지 않은 듯한 두꺼운 이끼, 베어낸 나무의 그루터기 위에 새롭게 뿌리를 내린 어린 나무까지.

    특히 산길을 걸은 지 4시간 만에 마주선 ‘조몬 삼나무(Jomon-sugi Cedar)’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뿌리 둘레 43m, 나무 둘레 16m, 높이가 30m다. 이 나무의 나이는 자그마치 7200세. 선뜻 믿기지 않는 숫자다. 하나의 생명이 이렇듯 긴 시간 동안 지구 위에서 살아남은 것은 연평균 4500㎜에 육박하는 엄청난 강수량과 접근이 쉽지 않은 험준한 산세 덕분이었을 것이다.

    조몬 삼나무 인근에는 그 외에도 독특한 자태를 간직한 나무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윌슨 삼나무’.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교토에서 호카사(方向寺)라는 절을 건립하기 위해 벌목한 윌슨 삼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 반경 10m가 넘는 나무 속에 들어가 위를 바라다보면 삼나무 줄기들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황홀하다. 등산객들은 한 쪽 구석에 있는 작은 신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야쿠시마의 다양한 나무들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야쿠스기랜드(Yaku-sugi Cedar Land)에 가야 한다. 이 곳에 있는 네 개의 산책로에서는 삼나무, 솔송나무, 노송나무, 가문비나무, 활엽수인 상수리나무와 밤나무에 이르기까지, 야쿠시마에 서식하는 나무들을 모두 볼 수 있다. 또한 야쿠시마의 대표적인 동물인 사슴과 원숭이, 삼나무를 파먹고 사는 야쿠쥐와 족제비 등 야생동물도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센터와 야쿠스기 박물관, 환경관 등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어 야쿠시마 지역의 자연환경은 물론 지구촌 자연생태계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 야쿠시마(屋久島)

    등산로와 고지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산열매 색깔이 아릿하다.

    섬의 북쪽에는 이끼가 가득한 습지로 이루어진 시라타니 계곡이 자리잡고 있고, 서남쪽에는 매년 2000∼3000마리의 바다거북들이 찾아와 산란하는 이나가하마 해변과 바닷가에 뿌리내리는 열대식물 맹그로브 군락지, 오가노 폭포 등이 있다.

    그렇다고 야쿠시마에 오래된 나무와 동식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해변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드넓은 바다를 배경 삼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과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어촌, 삼나무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공방 등도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전설의 시간을 간직한 자연 생태계 위에 갖가지 볼거리가 함께하는 곳이 바로 야쿠시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