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법인후원금 71억6500만원 증발 내막

●영수증 80억3700만원 발부 ●선관위 신고는 8억7100만원 뿐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11-25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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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법인후원금 71억6500만원 증발 내막
    기업이 정당 후원회에 후원금을 내면 후원금 영수증을 발부받는다. 후원금 영수증엔 후원금액, 일시, 후원받은 정당 이름이 기록된다. 정당은 후원자 이름이 들어간 같은 내용의 자체 보관용 영수증을 하나 더 작성해둔다. 이들 영수증을 모아 알기 쉽게 정리해두면 영수증 관리대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자금 후원이 이뤄질 경우 이는 합법적인, 혹은 공식적인 후원금 주고받기가 된다. 기업들은 정당으로부터 발부받은 후원금 영수증을 세금감면 등 각종 대내외 증빙 자료로 사용한다.

    정당 소속 후원회는 보관하고 있던 영수증들을 모아 매년 1회 1월 중순에서 2월15일 사이에 전년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1년치 후원금 수입·지출액 총액을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다. 이것이 ‘후원회의 수입·지출 명세서’다. 이 보고서는 후원금 수입을 개인, 법인, 익명으로 구분하고 있다. 후원금 모금은 중앙당 후원회뿐만 아니라 정당 시도지부 후원회에서도 할 수 있으며 후원금 회계처리 및 선관위 보고방식은 동일하다.

    영수증 교환 없이 기업이 정당에 돈을 주면 비자금으로 전용될 소지가 커진다. 선관위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므로 말 그대로 비자금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정상적인 정치자금과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구분하는 일반적 방식이다. 영수증처리를 해줬느냐, 안 해줬느냐가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03년 11월10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런 상식을 깨는 발언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검 관계자는 이날 “정상적 자금(후원금)의 외형을 갖췄다 해도 돈을 받은 쪽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해 사용한 것은 불법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이 부분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후원금 영수증이 발부된 돈이라고 해서 100% 합법적으로 수입·지출이 이뤄진 정치자금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3개 지부 후원금 영수증 장부

    ‘신동아’ 취재에서도 영수증이 발부된 후원금 가운데 특이한 사실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중앙당 후원회가 거둬들일 수 있는 후원금 한도액이 일찌감치 차버렸다. 이에 따라 대선 직전인 11월과 12월 후원금 한도액이 남아 있는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제주지부를 동원해 후원금을 추가로 모금했다.

    ‘신동아’는 최근 이상수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제주지부 후원금 수입 내역을 제외한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후원금 영수증 관리대장과 관련 후원금 영수증 사본들을 입수했다. 3개 지부가 2002년 11월과 12월 개인 또는 기업 및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거둬들인 후원금을 각 지부별로 정리해둔 자료다.

    이들 자료에 기록된 대다수 후원자(업체)의 이름, 후원금액, 후원금을 낸 시기는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해당 언론은 ‘신동아’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가 입수한 자료는 이들 후원자(업체)들이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중 어느 지부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을 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천시지부 후원회 영수증 관리대장’ 자료에 따르면 기아자동차(6000만원) 현대모비스(6000만원) INI스틸(7000만원) 현대하이스코(5000만원) 현대캐피탈(5000만원) 로템(5000만원) LG이아이(1억원) LG MMI(1억원) LG에너지(1억원) 해양도시가스(2억원) 서라벌도시가스(1억원) LG이노텔(1억원) LG마이크론(2억원) LG엔시스(2억원) LG MRO(2억원) LG CNS(1억원) LG경영개발원(1억원) LG투자신탁운용(1억원) LG선물(1억원) LG니꼬동제련(2억원) 극동도시가스(1억원) 대동종합건설(3000만원) 교보생명(1억원) 등 23개 법인이 2002년 11월28일부터 12월12일까지 총 24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민주당 인천시지부 후원회에 납부했다. 이 자료는 “인천시지부 후원회 영수증 사용내역-무정액 63장(32억8710만원) 정액권 400장(100만원×400장)”이라고 기록해두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민주당 인천시지부 후원회가 영수증 처리를 해준 법인 후원금 수입은 24억70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인천시지부 후원회는 2002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동안 법인으로부터 거둬들인 후원금은 모두 5700만원이라고 2003년 2월 인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자료만 놓고 봤을 때, 민주당 인천시지부 후원회가 법인에게 영수증 처리해준 후원금 수입 중 24억1300만원이 선관위에 수입 신고하는 과정에서는 누락된 것이다.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법인후원금 71억6500만원 증발 내막

    민주당의 법인후원금 관련 자료들. 민주당 서울시지부는 선관위에 2002년 법인후원금 수입을 1억5500만원이라고 보고했다(원안).

    민주당 경기·서울지부 후원회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도지부 기부금 내역’ 자료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2억원) 블루텍(2억원) 크레듀(2억원) 토로스물류(1억원) 삼양사(6000만원) 삼양 Genex(1억4000만원) 삼남석유화학(1억원) SK제약(2억원) SK임업(1억원) 청주도시가스(5000만원) 포항도시가스(1억원) 대한도시가스(2억원) 익산도시가스(1억원) 와이더엔닷컴(2억원) SK텔레시스(2억원) 이노에이스(2억원) 글로벌신용정보(1억5000만원) 코오롱건설(2억원) 풍산마이크로텍(2억원) 풍산기계(5000만원) 동부화재(1억원) 동부증권(5000만원) 동부건설(7500만원) 동부한농화학(7500만원) 길의료재단(2억원) 고려정보통신(700만원) 금강주택(5000만원) 진양건설(3000만원) 태평양종합건설(1억원) 등 29개 업체가 36억3700만원의 후원금을 경기도지부에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 경기도지부는 2002년 1년간 법인후원금 수입이 6억6000만원이라고 경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29억7700만원이 선관위에 신고한 법인 후원금 수입에서 빠져 있는 것.

    서울시지부의 경우 태영(1억) 팬택&큐리텔(5000만원) KT(3000만원) 한국타이어(5000만원) 스포츠아이콘(2000만원) 동양종금(1억원) 효성(1억원) 동양매직(1억원) 동양생명보험(1억원) 동양창업투자(5000만원) 동양시스템즈(1억원) 농심(1000만원) 동국제강(2000만원) 동양선물(5000만원) 롯데자이언츠(1억원) 동화약품(1000만원) 롯데산업(2억원) 롯데후레쉬(1억원) 롯데닷컴(1억5000만원) 동아제약(2000만원) 굿모닝시티(1억원) 마란츠코리아(1000만원) 태평양종합건설(1억원) 삼부토건(1000만원) 포스코건설(1억원) 등 24개 업체가 19억3000만원의 후원금을 서울시지부 후원회에 냈다. 그러나 2003년 1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2002년도 법인후원금 모금액은 1억5500만원으로 17억7500만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이상의 민주당 서울·인천·경기지부 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3개 지부는 2002년 11월과 12월 법인에게만 80억37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해 같은 액수의 영수증을 해당 법인들에게 발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3개 지부가 2002년 1년 동안 법인으로부터 모금한 후원금이라고 선관위에 신고한 총액은 8억7200만원이다. 이들 3개 지부가 실제로 법인에게 영수증을 끊어준 후원금 액수인 80억3700만원 중 71억6500만원이 선관위에 보고한 법인 후원금 수입에서는 누락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체에 영수증을 발부해준 합법적인 후원금이라도 선관위 보고 때 누락하면 비자금이 되는 것인데, 돈을 받은 쪽이 그런 방식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당의 서울·인천·경기지부 후원회의 법인후원금 수입은 총액만 보고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체가 정당에서 받은 후원금 영수증을 세금감면 등에 활용하더라도 국세청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선관위가 기업체의 후원금 납부 내역을 알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체에 후원금 영수증을 끊어준 뒤 정치인이 해당 자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더라도 선관위가 이를 일일이 검증하기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의원, “전혀 문제없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서울·인천·경기지부가 선관위에 보고하면서 실제 거둬들인 후원금과 총액만 맞추고, 그 안의 개인/법인 후원금은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앙당 후원회 모금 한도액이 찼기 때문에 중앙당이 후원금을 더 모금하기 위해 서울·인천·경기지부 후원회를 차용한 것이다. 이들 지부의 후원금 모금도 중앙당에서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보고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영수증을 발부해준 법인후원금의 상당수가 선관위에 신고된 법인후원금 수입액에서 누락됐다면 이는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여러 의혹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서울·인천·경기지부 후원금에서 돈이 유용된 사례는 전혀 없다. 개인-법인에게 영수증을 발부해주고 후원금을 받았으며 받은 후원금은 전액 선관위에 차질 없이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후원회가 영수증을 발부해주고 거둬들인 법인후원금 총액과 선관위에 신고된 법인후원금 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로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의원의 비서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확인 결과 해당 선관위에 법인후원금 수입을 정확하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민주당 해당 지부에 직접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와 3개 지역선관위는 “민주당 3개 지부가 보고한 2002년도 법인후원금 수입액은 당초 밝힌 수치가 맞다. 민주당측은 지금까지 수정보고도 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의원의 비서관은 “선관위에 보고된 3개 지부의 후원금 총액은 실제 거둬들인 후원금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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