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연예인 訟事가 남발하는 까닭

소송은 스타로 가는 통과의례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입력2003-11-26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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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訟事가 남발하는 까닭
    톱탤런트 A군은 얼마 전 어렵게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톱스타 대열에 올라섰음에도 소속사로부터 그에 걸맞은 연예활동을 보장받기는커녕 오히려 ‘연예행위’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갈협박을 받으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인기정상의 연예인 B양도 최근 소송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남자로부터 거액을 사기당한 것이 소송 배경이다.

    연일 쏟아져나오는 연예계의 크고 작은 송사에 최근 톱스타 최진실과 최민수도 가세했다. 10월27일 최진실은 남편 조성민과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틀 뒤인 29일 영화배우 최민수도 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선친 최무룡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생’에서 ‘원수’로

    지난해 일일드라마 한 편으로 10년 무명설움을 씻고 톱스타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탤런트 장서희도 최근 8개월간의 지루한 법정투쟁을 끝마쳤다. 올 2월 그의 전 소속사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했다며 장서희에게 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위약금 1억3000만원을 전 소속사에 지불하는 조건으로 장서희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줬다.



    연예계에서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계약해지 분쟁은 가장 흔한 소송.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법정까지 오가는 이러한 싸움에는 톱스타나 신인이 따로 없다. 톱스타 이병헌, 이정재, 이미연 등도 전속계약 파기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고, 최근 인기스타로 발돋움한 김래원, 하지원, 정다빈 등도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 분쟁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벼락스타’들이 늘어나면서 ‘소송은 스타로 가는 통과의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최고 3000만원 정도의 전속금을 받던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이들 중에는 시트콤 출신 미남 탤런트 C군, 신인임에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탤런트 K군, 꽃미남 스타 J군 등이 있는데 한결같이 소속사와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파기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최진실과 최민수의 소송건을 맡고 있으며 연예인 소송 전문 변호인으로 활동중인 이종무 변호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은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있을 정도로 소속사와 연예인 사이의 소송은 빈번한 일”이라고 한다.

    현재 C군과 K군의 소속사 계약해지 소송도 맡고 있는 이변호사는 “뜨는 신인에게 계약파기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고 덧붙였다. 한창 주가가 오른 신인 연예인을 영입하려는 다른 소속사들의 ‘물밑작전’이 전 소속사와의 계약파기를 부추긴다는 것. 한솥밥 먹으며 ‘공생’하던 소속사와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어 등 돌리는 것도 이젠 연예계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소속사 울리는 ‘5000만원 법칙’

    연예계 신인과 매니지먼트사 사이의 수익금 배분은 5대5가 일반적이나 간혹 3대7, 신인가수의 경우에는 계약금 이외의 로열티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수익금 배분이 최저 8.5대1.5나 9대1인 톱스타와 매니지먼트사의 계약조건에 비하면 턱없이 불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악덕’ 매니저라도 만나게 되면 전속계약금조차 못 받는 경우도 각오해야 한다. 이런 경우 톱스타로 떠오른 신인들은 전속계약 파기를 심각하게 고려한다. 연예계에 이른바 ‘5000만원 법칙’이 떠도는 것도 그 때문. 신인 연예인의 CF수익금이 5000만원을 넘으면 전속계약 파기로 인한 위약금보다 많아져 ‘떳떳하게’ 소속사를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매니지먼트사가 신인 연예인에게 가혹한 계약조건을 내밀 수밖에 없는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신인 연예인은 평균 3~5년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 치아교정, 성형, 스킨케어 등 ‘스타 만들기’에 쏟아붓는 비용은 한달에 대략 300만~500만원으로 매니지먼트사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1년에 나오는 100장의 앨범 중 15장, 즉 15% 정도만이 성공할 만큼 ‘불량률’이 높은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보니 언제 떠날지 모르는 연예인을 묶어둘 족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해올 경우 매니지먼트사의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소속사측에서 남은 기간 해당 연예인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연예활동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 이종무 변호사는 “아직 법원에서는 연예활동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사례가 없고 계약파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도 계약금을 돌려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관행이다”며 “현 소속사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에겐 나가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배우 이미연은 소속사와 소송 직전에 합의했고 안재욱, 송윤아, 김상중도 모두 소속사와 원만한 선에서 조정이 이루어졌다. 반면 추상미, 송승헌은 법정분쟁 끝에 각각 6000만원, 1억원의 패소 판결을 받았고 신인 탤런트 J군은 소속사로부터 연예활동금지가처분신청을 당해 법정까지 갔다. 물론 연예계에는 소속사와 평생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탤런트 고수나 소속사와 계약서 없이 활동하는 탤런트 김희선 등과 같은 ‘의리파’ 연예인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대표. 그는 영화 ‘거짓말’의 음란물 형사고발사건, 백지영 비디오 유출사건 등 10년 남짓 연예계의 크고 작은 송사를 도맡아 연예 전문 소송전문가로 불린다.

    최변호사는 “과거에는 연예인에 대한 매니지먼트사의 횡포가 심했다”며 “매니저들 가운데 소위 ‘주먹’도 있었고 여자 연예인을 술자리에 불러내거나 말을 안 들으면 따귀를 때리는 등 막 다루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대로 하는 매니지먼트사가 많이 생겼다. 최근에는 거꾸로 소속사를 괴롭히는 연예인들이 늘어났다”고 전한다.

    그에 따르면 전속계약 파기를 원하는 연예인들 중에는 연예활동 지원 불성실, 수익분배 불공평 등 ‘합당한 사유’가 아닌 “매니지먼트사가 능력이 없다”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이유’를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심지어 “매니저가 사온 김밥이 상했다” “규모가 작은 곳과는 일할 수 없다”는 애매한 이유를 대기도 한다.

    “연예인에게 소속사 선택은 결혼과 같다”는 이종무 변호사도 “신뢰와 애정관계가 바탕이 되지 않고 계약금을 많이 주거나 계약해지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해서 계약을 맺는 것은 사랑 없이 돈 많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과 같다”고 충고한다.

    일단 덮고 보자

    지난 9월 2심에서 ‘강간치사 무혐의’ 판결을 받아낸 개그맨 주병진은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1심에서 패소한 주병진은 “사건 이후 엘리베이터에 여자와 단둘이 남았을 때 당황해서 식은땀이 났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잠시 미국에 건너갔을 때도 “멀리서 동양인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며 공인으로서 받았던 심적 고통을 내보이기도 했다.

    주병진의 변호를 맡은 이재만 변호사는 “연예인이 되려면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해야 하지만 큰일이 터졌을 때는 이런 성향이 오히려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연예인들은 대개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간혹 부당한 피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거나 심지어 분쟁을 일으켰던 전 소속사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재만 변호사는 “대개의 연예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면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무조건 덮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설명한다. 주병진도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빨리 덮어두자는 생각에 상대 여성측과 합의부터 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해외도피 중이던 개그맨 S씨와 가수출신 매니지먼트사 대표 L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입국 후 얼마간 구속절차가 ‘유예’됐던 것도 각각의 변호인들이 ‘불구속’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단 하루라도 감옥에서 보내는 것을 두려워할 만큼 예민하고 심정이 약한 연예인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기 탤런트 D씨도 해체된 인기혼성 그룹 여자 멤버와의 열애설이 신문에 보도됐을 때, 격앙된 목소리로 최정환 변호사를 찾아왔다고 한다. 당시 D씨는 지나치게 과장된 보도에 화가 나 소송도 불사할 만큼 흥분해 있었다. 최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 내용이 사실인가 하는 점만 부각될 뿐”이라고 충고하며 D씨를 만류했다고 한다.

    끝까지 실명 거론 안된 ‘A양 납치사건’

    최근 모그룹의 2세와 사귄다는 소문이 났던 탤런트 O양, 인기가수 K군과 열애설이 난 W양 등도 허위보도를 이유로 현재 언론을 상대로 소송중이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아무개와 사귄다’ 혹은 ‘어디서 누구와 만났다’와 같은 스캔들에 민감한 것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삼각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연예인 Y씨. 결별 후 원만히 방송활동을 하고 있던 그가 뜬금 없이 모 여성과 열애설에 휘말렸다. 삼각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두 사람이 결별하면서 그가 더불어 주목을 받게 된 것. Y씨 역시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많은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는 가수 X씨는 자신과 모 여성이 결혼한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 보도했다며 고소했다. 최근에는 미 프로야구 선수 김병현에게 폭행당했다는 신문사 기자가 역으로 유명 스포츠인을 폭력혐의로 고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연예인의 소송 상대는 언론사뿐 아니라 광고주,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문희준은 네티즌 75명과 안티사이트 3곳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연예인이 고소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사망설에 시달린 변정수와 음독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던 장서희는 같은 시간 촬영장에서 자신에 관한 ‘비보’를 듣고 어처구니없어하기도 했다.

    연예인 訟事가 남발하는 까닭

    왼쪽부터 이종무, 이재만, 최정환 변호사.

    개그맨 주병진은 기소 전에 사건 공표를 한 것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해당경찰관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재만 변호사에 따르면 “그동안 피의사실공표죄는 사문화되었지만 그로 인해 주병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 수사관들을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얼마 전 ‘A양 납치사건’의 경우 끝까지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사를 상대로 한 고소조치는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종무 변호사는 “언론사가 고소된 경우 해당 연예인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선 연예인 초상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부쩍 늘었다. 초상권 분쟁의 시초는 1990년도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4년 1월 서태지와 아이들은 허락 없이 자신들의 사진을 도용했다며 5개 업체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해 총 9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그 후 축구선수 안정환과 영화배우 유오성이 각각 KT와 영화사, 의류업체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이미연 역시 음반사를 상대로 낸 초상권 침해소송에서 10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얼마 전 영화 ‘첫사랑사수궐기대회’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차태현은 제작영화사와 공동마케팅을 벌인 모 제과회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차태현의 사진이 무단으로 제과회사의 제품 포장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 상대측은 ‘계약에 명시된 대로 영화 마케팅을 위해 사용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종무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구분과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빚어진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예인 소송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이 평균 억단위에서 십억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영화배우 전지현은 자신이 모델로 있는 LG텔레콤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25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LG텔레콤도 이에 맞고소해 26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에 앞서 인기그룹 클론의 강원래로부터 8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보험사는 법원으로부터 21억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 분쟁에서도 손해배상금이 억대를 넘나든다. 하지만 소송전문가들은 거액의 배상금액은 대부분 ‘거품’인 경우가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연예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당하면 거액 소송을 통해 지위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소송을 취하하거나 합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재만 변호사는 “실제로 돈을 받겠다는 취지라기보다 자신의 상품 가치가 그 정도라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로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소송으로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소송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다시는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상징적인 금액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편 배상금 고액화에 대해 최정환 변호사는 ‘적절한 높임’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연예산업이 거대 비즈니스로 발전하면서 수입이 커진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배상금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변호사도 급하면 ‘주먹’ 동원

    연예인 사건 소송전문가들은 의뢰인을 대신해 법적 절차를 대신하는 역할뿐 아니라 법적 대리인으로서 언론을 상대하는 역할까지 도맡는다. 이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앞서 의뢰인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각종 기자회견이나 공식적 언급을 할 때도 의뢰인들은 이들의 치밀한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3년 전 최정환 변호사는 가수 백지영의 비디오 사건을 담당했다. 당시 최변호사는 괌에 피신해 있던 백지영을 불러 자신이 비디오 속 주인공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설득했다. 물론 기자회견 날짜와 시간도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을 ‘수요일 오후 3시’로 잡은 것은 공중파 방송 연예정보프로그램이 수요일부터 목, 토요일까지 나란히 편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기자회견 시간도 일간지 마감시간에 임박한 오후 3시로 잡았다. 별도의 편집과정을 거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최변호사는 “인기절정의 가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피나는 전략”이었다고 회상한다.

    입단속도 법적 대리인으로서 지켜야 할 철칙이다. 주병진 2심 재판을 담당한 이재만 변호사도 1심과 달리 주병진에게 언론에 접근하지 말 것과 모든 질문에 대해 ‘재판중이니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하도록 특별 지시했다.

    당시 비화 한 토막을 더 붙이자면 주병진 공판 때마다 방청석을 지켰던 개그맨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 조혜련 등 ‘측근’들이 2심 무혐의 선고에 일등공신이었다는 사실. 이재만 변호사에 따르면 이성미를 위시한 측근들은 직접 나서 목격자를 찾아오는가 하면 증거수집을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팔았고 잠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후배임에도 주병진이 ‘엄마’라고 부르던 이성미는 출산 이틀 전까지 필요한 자료를 구해주며 “더 도울 것이 없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의뢰인의 예측 못한 행동에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SBS와 야인시대 PD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영화배우 최민수는 관련 기자회견에서 감정이 격앙된 나머지 “소송에서 지면 이 나라를 떠나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이에 대해 최민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종무 변호사는 “사전에 전혀 얘기되지 않은 부분이라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오랫동안 연예계와 친분을 다져온 최정환 변호사는 소송건뿐 아니라 사소한 말다툼이나 시비 해결에도 앞장선다. 최변호사는 “술자리에서 연예인과 시비가 붙어 이가 빠졌다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이런 경우 상대방의 인상이 험악하다 싶으면 평소 친분을 쌓아둔 연예계 ‘주먹’들과 대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상 한번 쓰면 쉽게 해결되는 일도 많다”며 때로는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고.

    연예인과 긴밀한 관계 유지

    변호사들은 의뢰인에 대한 우호적인 보도를 위해 언론과도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최정환 변호사도 의뢰인에 관한 불리한 보도의 ‘낌새’가 느껴지면 사전에 파장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그 수혜자들이 바로 마약 복용혐의를 받았던 김민종, 이소라, 엄정화 등이다. 이들은 최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자신들을 마약복용 연예인으로 보도한 모 스포츠신문을 고소하고 당일 곧바로 마약반응검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 덕분에 자칫 크게 번질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최변호사는 “실제로 소송을 부추기기보다 소송을 말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업무도 분쟁이 생기기 전 조정과 협의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공짜상담을 해오는 연예인이 많고 소송건의 20%는 그의 중재로 소송을 피해간다.

    계약뿐 아니라 신변에 관한 소송까지 맡고 있으니 변호사와 연예인의 관계는 긴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연예인들은 연예계 테두리 안에서만 어울리는 폐쇄적인 집단이다. 최변호사는 “연예계에서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소용없다. 나이가 많으면 형, 나이가 어리면 이름을 부르며 편하게 지내는 것이 이쪽의 관행”이라고 한다. 그가 깍듯이 존대하는 사람들은 신인이거나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 친분 있는 연예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맡지 않는다는 최변호사는 연예 전문 변호사들이 의뢰인과 공적인 거리를 두는 일반 변호사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모르는 변호사에게 속얘기를 하는 연예인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예 전문 변호사들은 연예인 지위가 향상되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성공하려면 연예산업의 생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물론 연예인의 이미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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