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低성장·高갈등, ‘한국병’을 경계한다

엔진 꺼진 참여정부는 지금도 토론중

  • 글: 정갑영 연세대 교수 ·경제학

    입력2003-12-26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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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號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졌고 정책은 계속 표류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주홍글씨’를 단 대기업들은투자는 커녕 해외 탈출만을 꿈꾸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많고, 임금은 높고, 노사관계가 경직된 나라. 바로 2004년 한국경제의 자화상이다.
    低성장·高갈등, ‘한국병’을 경계한다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태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해외여건의 급속한 호전에도 한국경제는 내부의 각종 불안요인으로 인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때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새 정부 1년의 경제성과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2003년 성장률이 2002년 성장률 6.3%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률을 당초 5.8%에서 두 차례나 하향조정해 2.7%로 낮춘 바 있다. 한 해 동안 성장률 추정치가 드라마틱하게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세계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미국경제는 2002년 3분기에 8.2%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국 역시 9%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동남아는 물론 유로지역과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경기의 호황 속에 유독 한국경제만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새해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모든 연구기관들이 세계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OECD는 새해 선진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한국경제도 수출 호전에 힘입어 2003년보다는 나아질 것이지만, 내부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처럼 세계경제가 회복되는데 국내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수출은 크게 늘고 있지만 내수 위축은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많다. 수출과 달리 투자와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과 내수부문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예전처럼 수출의 파급효과가 내수부문에 확산되는 효과도 크지 않다. 1960년대 이후 수출주도형 전략으로 역동적 성장을 지속해온 사실에 비추어보면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추세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무엇이 우리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과연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서부터 경제 활력을 찾고 성장의 동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인가.

    지난 1년의 경제성과에는 참여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동북아 경제중심을 내걸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새 정부의 정책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동안 수많은 로드맵(road map)이 발표되었지만 정작 제대로 해결된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도 표류하고 있고, 스크린 쿼터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미국과의 투자협정도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만 무성할 뿐, 수도권에 대한 공장 증설이나 출자총액제한 문제도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고 노사관계가 개선된 것도 아니며, 규제완화와 시장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도 아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오히려 노사간 갈등만 증폭되고, 정치개혁도 말만 무성한 채 구체화된 정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투기대책이 경제정책의 전부였다고 힐난하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가 서울시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정부는 말과 토론의 성찬으로 먼 달나라의 지도(로드맵)만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동북아중심 경제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부혁신과 세제개혁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현 정부 들어 많이 거론되었지만 정작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말만 들으면 틀린 얘기가 없고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마땅한 내용들로 가득 찼지만 정작 성장의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참여정부는 그림이나 그리는 ‘로드맵 정부’이며, 말만 무성한 ‘토론공화국’이며, 모든 것을 정체시키는 ‘스톱공화국’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토론과 개혁이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미래의 잠재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일시적인 정체라면 그런 정책을 어떻게 폄하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정책효과가 가시화하려면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토론과 말의 성찬이 언젠가 미래의 풍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경제정책은 이런 수준의 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기만 했다. 새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 자체의 ‘로드맵’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는 항상 침체와 호황을 거듭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일시적인 어려움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우리 경제가 이미 작년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새해의 성장률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새해 경기가 2003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4~5년 뒤부터 가시화할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야 올해 성장률이 관심거리겠지만,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과제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우리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미래를 보는 글로벌 안목으로 경제를 챙겨야만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자주 속도계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제한속도가 명시돼 있어 현실적으로는 시속 100~130km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속도계에는 그보다 훨씬 큰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어떤 차의 계기판에는 200~220km까지도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최상의 조건에서 그 차가 달릴 수 있는 잠재적인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경제에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 있다. 바로 ‘잠재 성장률’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 경제가 갖고 있는 이용 가능한 자원과 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성장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물론 많은 경우에는 이 잠재 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한다. 도로조건이 열악하여 최대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잠재 성장률을 초과하면 경제는 과열상태가 되고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많은 문제가 동반된다. 엔진이 과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려면 우선 잠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재 성장력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오늘 소비를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높은 성장을 달성해도 투자가 부진하면 내일의 잠재 성장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오늘의 성장이 곧 내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성장 잠재력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거기에는 다양한 경제요소가 있을 것이다. 인력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기업의 설비투자와 기술혁신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미래의 경제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수의 뒤에는 항상 정부의 정책, 기업가의 투자 마인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최근 한국 경제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좌우하는 이러한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모두 성장의 잠재력을 낮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설비투자 급감으로 성장 잠재력 약화

    우선 기업의 설비투자를 보자. 이것은 기업이 국내에서 공장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오늘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내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없고, 고용도 증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야만 성장 잠재력이 향상된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소득이 1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1995~2002년 사이 연평균 3.1%의 증가에 머물고 있다. 작년에도 건설투자만 늘었지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하여 3분기까지 1.2%가 줄어들었다. 이것은 일본의 8.8%나 싱가포르의 10.8%와는 비교가 안 되며, 미국(4.8%)과 영국(4.5%) 등 선진국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두 자리 수의 투자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최근에는 거의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다.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도 7.6%에 불과하여 우리와 경쟁대상이 되는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보다도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실질적인 설비투자의 증가율은 1997년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더욱 심각하게도 2001년에는 제조업의 설비 자체가 사상 최초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부문의 절대적인 설비투자 수준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996~97년에는 44조원에 달했던 국내 제조업에 대한 설비투자가 2000년도 이후부터는 20조원대로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국내 기업인과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국인 투자 현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꾸준히 증가해오던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9년과 2000년에 100억달러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그 후 급격히 감소해 2001년 35억달러, 2002년 및2003년에는 2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 투자에 빨간 신호가 켜진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분석한 2003년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성과를 보면 세계 140개국 중 9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만 좋은 경제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이나 아일랜드의 부상, 미국의 높은 성장률은 모두 외국인 투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는 어떤 인센티브를 제시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중국, 아일랜드, 미국과 비교하여 우리가 가진 투자유치의 장점이 무엇인가? 외국인 투자는 좀더 유리한 기업여건을 좇아 지역을 불문하고 이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 투자의 급감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이고, 이것이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는 급감하는 반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2002년 제조업의 해외투자 건수는 1800건에 달했다. 이는 국내설비투자의 10%에 해당되는 금액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1990년대 후반(1996~2000) 이후 제조업 부문의 해외 직접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4%에 달하여 일본보다는 낮지만 미국의 두 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해외로의 공장이전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로 이전하는 생산기지의 특성도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발과 섬유 등 전통적인 산업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전기전자, 자동차 등 최첨단산업의 해외이전도 증가하고 있다.

    체코 헝가리보다도 낮은 노동생산성

    이와 같은 자료는 설비투자의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이미 상당 수준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부 연구 자료에 의하면 중국 내에서 한국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력이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고, 하루 평균 2건씩 해외로의 기업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산업의 해외유출이 시작되면서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만 해도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는 504만개에 달하였으나, 2003년에는 416만개로 무려 88만개가 감소하였다. 제조업의 고용비중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2001년 한국의 제조업 고용비중은 19.1%로 독일(22.4%)이나 일본(20.3%)보다도 더 낮은 상태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10% 포인트 감소하는데 30~35년이 소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2년 만에 8% 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다.

    물론 제조업 부문에서 감소하는 고용을 서비스 부문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첨단산업에서 고용을 늘려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서비스 부문 역시 취약하여 제조업 부문에서 감축된 인력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첨단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효과가 적을 뿐 아니라 채용하는 인력도 전문기술자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미숙련 노동력을 대규모로 고용해야 될 제조업의 위축으로 실업문제는 당분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4~5년 후에는 더 큰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성장해도 일자리는 안 늘어나

    나아가 고급 전문직의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년 실업의 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전문직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가 중국과 인도, 미국 등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국내기업도 연구인력을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추세가 일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기술의 발달과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jobless growth)’이 우리 경제에도 나타나고 있다.

    低성장·高갈등, ‘한국병’을 경계한다

    제조업 부문의 위축에서 발생하는 고용 감소를 서비스업이나 첨단산업에서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생산성의 절대적인 크기를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 OECD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2년 한국의 노동투입량은 미국의 111%나 되지만, 노동생산성은 겨우 37%밖에 안 된다. 생산성이 OECD 25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다. 충격적인 것은 수 년 전부터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체코(미국의 41%), 헝가리(51%), 슬로바키아(39%)보다 오히려 더 낮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보다도 서비스 부문이 훨씬 더 심각하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연 10% 안팎에 달하던 제조업 부문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2001년 이후에는 6%대로 급속히 악화되었고, 2003년 1분기에는 드디어 3%대로 급락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지난 3년간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의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이 자료 하나만 봐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로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실업률과 임금수준 그리고 노동생산성 지표는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도처에 있는데, 과연 어느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 애국심이 투철한 기업도 이윤을 내기 위해서라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한국은 ‘전투적 노조’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反기업 문화와 국민정서도 한 몫

    기업의 해외투자가 많다고 기업인을 나무랄 수도 없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환경을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기업의 해외 탈출 경향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많고 임금은 높다. 노사관계는 경직되어 있으며 생산성보다 임금의 상승률이 높다. 이쯤 되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거기다 정책은 불확실하며, 사회적 안정도가 경쟁국보다 낮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인들이 수난을 당하며, 국민들의 기업관도 부정적이라면? 이러고도 어떻게 기업을 이 땅에 붙들어놓을 수 있겠는가.

    반면 경쟁국들의 투자유치는 얼마나 적극적인가. 경제대국인 미국만 해도 420명 정도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400만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유치 전략 얘기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법인세와 각종 인센티브로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은 이미 낡아빠진 신화가 되고 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걸고 외자유치를 위해 뛰고 있으며 기업이 요구하는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오히려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일부는 정경유착의 소산으로, 때로는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들의 행태로, 아니면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로 반기업 정서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얼마 전 발표된 조사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60%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무려 67%에 이르고 있다. 한·중·일 3개국 중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엑센츄어사의 조사에서는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2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70%의 CEO가 한국에서는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다고 대답했던 것. 일본의 45%, 싱가포르와 대만의 28%, 18%에 비교하면 한국에서 기업, 또는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기업은 공공조직(?)

    우리 국민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단지 기업 또는 기업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본질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마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분배의 개선을 도모하는 공공조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조차 이런 시각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사회주의인 중국보다도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훨씬 높은 것이다. 어느 주한 외국대사는 한국이 사회주의를 실시하고, 오히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양국의 국민정서에 더 적합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관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의 이윤추구를 비난하는 국민정서도 상당하다. 시장에서 많은 이윤을 내는 기업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언론도 많고, 기업간 경쟁을 형평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국민들도 있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세계적인 일류기업이 ‘너무 많은’ 이윤을 내서 사회적 불균등을 야기하고 경제 전체에 왜곡을 초래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기업 또는 기업가가 이윤을 추구하고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이윤은 위험 부담에 대한 대가(risk premium)가 대부분이다. 기업가 정신의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런 종류의 이윤을 비난하는 사회정서 속에서 어떻게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유능한 기업가가 등장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도 심각하다. 국내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국내기업간의 불균형을 조장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보다도 더 경직된 역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역차별적 규제의 이면에는 외국기업보다 국내기업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연 국내기업은 세계의 대기업과 비교해 얼마나 크며,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적인 규제는 바람직한 것일까?

    매출실적으로 볼 때 2002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은 유통업체 월마트였다. 무려 2198억달러의 실적을 올렸으니, 우리나라의 2002년 총수출액인 1625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그 뒤를 이어 엑손이 1915억달러를 기록했고 GM(1772억달러), BP(1624억달러)가 3, 4위를 차지했다. 매출실적이 가장 큰 월마트와 엑손의 매출액을 합치면 우리나라 2002년의 국내총생산(4766억달러)에 버금간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어디에 서 있는가? 삼성전자가 약 359억달러(40조5000억원)를 달성, 세계에서 105번째 실적을 올렸다. 국내 최대 기업이 이 정도니 세계 속의 우리 ‘대기업’은 아직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우리는 이러한 대기업을 몇 개나 갖고 있는가?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일류기업을 몇 개만 더 갖고 더 있어도 한국의 위상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았겠는가?

    기업규모가 커지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물론 생산량이 많아지고 고용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긍정적인 기여다. 그러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기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장 지배력(market power)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규모의 확장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 가격을 올리거나 물량을 조절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의 거래를 강요할 수도 있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의 보호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정부규제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지 않는 한 대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독점에 대한 규제가 가장 엄격한 미국에서도 이런 논리가 적용된다. 록펠러에 의해 설립된 엑손이 1911년 대법원에 의해 34개 회사로 분할명령을 받은 것이나, 벨(Bell)로 널리 알려진 AT&T도 1984년 8개로 분사된 전례가 존재하나 이는 독점에 의한 시장 지배력을 규제한 사례일 뿐 기업규모 자체를 억제한 정책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분사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는가.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 우리 기업도 외국의 초거대 기업과 국내외에서 경쟁해야 하는 숙명적인 처지에 놓여 있지 않은가.

    정부의 간섭과 규제도 문제

    정부는 여러 형태의 규제를 통해 기업이 적정한 규모와 조직을 갖추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적정한 기업규모와 조직은 시장의 규모, 기술수준, 공급의 여건 등 경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지주회사를 유도하거나, 특정한 지배구조의 형태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최선의 제도는 시장경쟁의 결과로서 사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사전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 전통적인 일본식 지배구조가 미국식 지배구조보다 기업성과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식 지배구조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주도로 이루어졌던 업종전문화나 ‘빅딜’의 실패 사례를 보면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한계는 너무나 명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의 초대형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을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단지 시장의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개방해주면 경영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의 문제가 시장의 통제에 의해 조정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함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만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경제의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일부 재벌에게 집중된 경제구조를 분산시키기 위해 강제분할과 같은 명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세계시장에서는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과 금융은 물론 제조업과 서비스가 융합되는 추세에 있는데, 국내에서는 오히려 산업과 금융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서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력 집중도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결코 높지 않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대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29%인데,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OECD 23개국의 평균집중도는 33%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2%와 21%로 우리보다 낮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지만, 독일과 영국·프랑스 등은 모두 30∼35% 수준의 경제력 집중도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1인당 소득이 3만달러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오히려 경제력 집중도가 높아지고, 3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후부터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패턴을 따라간다면 경제력 집중은 당분간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물론 중소기업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을 외국기업보다 역차별적으로 규제하면, 오히려 산업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뿐이다. 이것은 해외시장으로의 탈출을 촉진하여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이 붐을 이루는 것도 국내의 기업여건이 악화된 결과 아니겠는가.

    정권이 바뀌거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을 비난하는 여론이 많아진다. 부실경영이나 분식회계의 책임을 묻기도 하고, 경제 불안의 원인이 기업의 과다한 투자와 전략에 있다고 비난한다. 물론 기업 또는 기업가가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정책은 오히려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개혁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리는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반기업 정서를 심화시키는 풍토도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환경이 악화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고 신규투자도 기대할 수 없다. 어느 선진국의 경제정책을 보더라도 우리처럼 출자총액이나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지배구조의 형태를 정부가 나서서 정하는 등 기업조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을 비난하기에 앞서 정부가 먼저 세계 초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만 한다.

    빚의 함정에서 탈출하려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아직도 ‘빚의 함정(debt trap)’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외채에 몰려 빚의 함정에 빠진 우리 경제는 모든 경제주체에게로 ‘빚의 부담’이 전가되었을 뿐 아직도 그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외채는 많은 기업의 부실화를 불러왔고, 이 빚은 다시 금융권의 부실화를 가져왔다.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공공부문이 부담을 지게 되었고, 시차를 두고 가계부문으로 빚이 전가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비록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경제 내부에서 주머니만 바꿔가며 빚의 규모가 오히려 더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부채율은 낮아졌지만 부채액의 절대규모는 1996년 말보다 30% 이상 증가했고, 21조원에 불과하던 정부부채는 92조원을 넘어섰으며, 가계부채도 3배 이상 증가하여 가구당 3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빠른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 부담은 우리 경제를 투자와 소비가 쉽게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적 불안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형편이다.

    다시 쓰는 21세기 國富論

    우리 경제가 빚의 함정에서 탈출하고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자면, 우선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비를 부추겨 성장을 시도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이 흑자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1세기의 ‘국부론’은 다시 쓰여지고 있다. 자원이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자본과 기술이 있어도 국내에 투자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반대로 자원이 빈약해도 우리 땅에 투자를 유치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제품을 수출하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투자가 확대되어야만 고용이 늘어나고, 소득도 창출되며, 공적자금과 빚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경제는 오히려 거꾸로 줄달음치고 있다. 정책은 불확실하고, 노사관계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만 증대되고 있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데다 노동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임금은 높은 편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마저 투자확대를 여러 가지 형태로 규제한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국내 투자가 감소하며, 해외 탈출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이 결과 설비투자는 정체되고, 성장의 동력이 훼손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 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노령화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2만 달러는 차치하고, 산업공동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려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갈등과 대립으로 표류하고 있는 경제현안들을 글로벌 감각에 맞게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 아니겠는가. 지금은 토론만 거듭할 시점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보다 강한 정부는 없다

    또하나 시급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는 일이다. 시장보다 강한 정부는 없다. 시장에 대한 감각조차 없는 정책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오른쪽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왼쪽으로 가라고 붙든다면 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정책은 항상 경제주체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바로 시장에서 나타난다. 아무리 환상적인 로드맵이 마련된다 한들 그 길을 가는 생산의 주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대수익과 위험을 저울질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성장의 동력을 회복시키고, 미래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몇 년 후 우리 기업이 과연 얼마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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