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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低성장·高갈등, ‘한국병’을 경계한다

엔진 꺼진 참여정부는 지금도 토론중

  • 글: 정갑영 연세대 교수 ·경제학

低성장·高갈등, ‘한국병’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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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토론과 개혁이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미래의 잠재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일시적인 정체라면 그런 정책을 어떻게 폄하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정책효과가 가시화하려면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토론과 말의 성찬이 언젠가 미래의 풍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경제정책은 이런 수준의 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기만 했다. 새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 자체의 ‘로드맵’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는 항상 침체와 호황을 거듭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일시적인 어려움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우리 경제가 이미 작년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새해의 성장률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새해 경기가 2003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4~5년 뒤부터 가시화할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야 올해 성장률이 관심거리겠지만,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과제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우리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미래를 보는 글로벌 안목으로 경제를 챙겨야만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자주 속도계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제한속도가 명시돼 있어 현실적으로는 시속 100~130km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속도계에는 그보다 훨씬 큰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어떤 차의 계기판에는 200~220km까지도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최상의 조건에서 그 차가 달릴 수 있는 잠재적인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경제에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 있다. 바로 ‘잠재 성장률’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 경제가 갖고 있는 이용 가능한 자원과 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성장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물론 많은 경우에는 이 잠재 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한다. 도로조건이 열악하여 최대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잠재 성장률을 초과하면 경제는 과열상태가 되고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많은 문제가 동반된다. 엔진이 과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려면 우선 잠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재 성장력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오늘 소비를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높은 성장을 달성해도 투자가 부진하면 내일의 잠재 성장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오늘의 성장이 곧 내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성장 잠재력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거기에는 다양한 경제요소가 있을 것이다. 인력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기업의 설비투자와 기술혁신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미래의 경제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수의 뒤에는 항상 정부의 정책, 기업가의 투자 마인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최근 한국 경제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좌우하는 이러한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모두 성장의 잠재력을 낮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설비투자 급감으로 성장 잠재력 약화

우선 기업의 설비투자를 보자. 이것은 기업이 국내에서 공장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오늘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내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없고, 고용도 증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야만 성장 잠재력이 향상된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소득이 1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1995~2002년 사이 연평균 3.1%의 증가에 머물고 있다. 작년에도 건설투자만 늘었지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하여 3분기까지 1.2%가 줄어들었다. 이것은 일본의 8.8%나 싱가포르의 10.8%와는 비교가 안 되며, 미국(4.8%)과 영국(4.5%) 등 선진국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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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갑영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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