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12-29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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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수도, 공업단지, 베드타운 형식의 계획도시들이 세계 곳곳에서 조성되어왔다. 경제개발, 인구분산 등 도시건설의 목적은 다양하다. 그러나 도시의 존재 이유는 본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낭만적 삶’은 삶의 질의 최고 단계다. 캐나다 스트랫퍼드시는 바로 이 ‘낭만’을 설계해낸 도시다. 특히 스트랫퍼드의 도시계획은 한국 지방도시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스트랫퍼드 도심 에이븐 강변.

    1832년,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주 토론토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떨어진 시골길에 ‘셰익스피어’라는 호텔이 있었다. ‘더 캐나다 컴퍼니’라는 회사의 사장인 토머스 존스는 이 호텔의 주인에게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그림을 선물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이 호텔 주변 지역은 ‘스트랫퍼드(Stratford)’시로 명명됐다. 스트랫퍼드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시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다. 캐나다 스트랫퍼드시 중앙을 관통하는 강도 ‘리틀 템스(Little Thames)’에서 ‘에이번(Avon)’으로 개명됐다.

    스트랫퍼드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런던’이라는 꽤 큰 도시가 있다. 영 연방이었던 캐나다는 이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영국 지명을 그대로 차용해 지명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스트랫퍼드시는 호텔의 일화 이외엔 극작가 셰익스피어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다.

    20세기 들어 캐나다 동부의 도시들은 철도 노선을 따라 발전했다. 스트랫퍼드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도시는 기차의 엔진과 기타 기관들을 수리하는 산업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일거리가 없어졌다. 이 도시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캐나다 평원의 수많은 곳들 중의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랬던 이 도시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다름아닌 한 잡지사 기자의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서다. 1953년 스트랫퍼드 출신의 톰 패터슨 기자는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이라는 연극 축제를 개최했다. 에이번 강가에 허름한 천막을 치고 무대와 객석을 만든 뒤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들을 공연하는 행사였다. 당시 패터슨 기자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우연한 일인지 모르지만 우리 도시가 마침 셰익스피어의 고향과 이름이 같다. 16세기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다시 환생시켜 이 도시를 먹여 살릴 비즈니스로 만들어보자.”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이 아이디어의 지지자들이 이내 늘어났다.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민간 공익재단이 설립되었고, 스트랫퍼드시청도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민관이 함께 새로운 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프트웨어적 도시계획’

    2003년 현재 스트랫퍼드시(http:// www.city.stratford.on.ca/)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잘 계획된 도시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친환경적 도시의 성공모델, 개성이 뚜렷한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 스트랫퍼드는 ‘연극의 도시’‘낭만의 도시’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관광산업, 제조업도 호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인위적으로 노력한 결과였다.

    스트랫퍼드시의 도시계획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측면, 민관 협력 측면에서 함께 이뤄졌다. 아시아 대다수 신도시들이 토목공사 위주의 하드웨어적 측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은 ‘소프트웨어적 도시계획’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 행사는 매년 4~5월부터 11월까지 7~8개월간 열린다. 눈이 많이 내리는 캐나다의 특성을 고려하면 스트랫퍼드는 연중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인 셈이다. 지역주민들만이 참여하는 축제라면 그리 주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스트랫퍼드 축제에는 전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인구 3만명의 소도시 스트랫퍼드에 연간 국내외 관광객이 인구의 20배인 60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된 데엔 범도시적 차원의 계획이 주효했다.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의 주요 콘텐츠는 연극이다. 2003년 11월23일은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기자는 페스티벌 극장에서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를 관람했다. 공연장 문앞에 셰익스피어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토론토 위성도시인 미사사구아에서 온 관광객 로리 리저(여·32)씨는 “대도시에서 온 수준 높은 관객의 눈에 맞추기 위해 스트랫퍼드는 공연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리저씨의 일행인 티나 웨이데리히(32·여)씨는 “스트랫퍼드 공연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면서 “매년 2박3일의 일정으로 이 도시를 찾는다”고 말했다.

    시청은 축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스트랫퍼드 페스티벌’ 재단에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해준다. 이런 지원 덕에 톱 클래스 급의 현대식 극장 4개가 스트랫포트에 건설됐다. 시청은 또한 페스티벌을 캐나다와 미주, 세계 각 도시에 효과적으로 홍보해 관광객이 많이 찾게 하는 일을 맡는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스트랫퍼드시 전경. 엄격한 도시계획에 의해 숲처럼 보이는 위·아래 주택가와 중앙의 상업지역이 잘 구분되어 있다.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의 켈리 티헨 홍보 디렉터는 “스트랫퍼드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북미 최상급의 연출자와 배우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극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끊임없이 재해석해 공연하는 한편, 셰익스피어 이외의 연극작품들도 다수 공연한다. 연극에 사용되는 모든 소품들까지 자체 제작한다. 켈리 티헨씨에 따르면 ‘페스티벌 극장’의 경우 1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2000년 성균관대 대학원생 김동욱씨는 논문에서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의 연극 수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북미의 셰익스피어 공연은 질에 있어서 영국의 스칼라십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연에 있어서 북미지역을 대표하는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은 누적된 경험, 수준 높은 시설, 풍부한 인적자원, 효율적 행정이 조화롭게 운영되어 이에 대한 제 비평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셰익스피어를 ‘도시 브랜드’로”

    페스티벌 주최측은 연극공연 등 1년치의 구체적 축제 일정을 그해가 시작되기 전 인터넷과 각종 홍보자료를 통해 공개한다. 관광객들이 미리 방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자 캐나다 토론토, 미국 디트로이트, 시카고에 사는 사람들도 연극을 보기 위해 차를 몰고 스트랫퍼드로 오게 됐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백조들의 퍼레이드. 스트랫퍼드에선 연중 축제가 열린다.

    스트랫퍼드시는 연극에서의 성공을 극대화했다. 음식축제, 책축제, 음악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을 기획해 이 도시를 ‘축제의 중심지’로 만든 것이다. 사진작가인 존 리더만씨는 “스트랫퍼드의 ‘사진축제’는 캐나다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어 내년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트랫퍼드시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대부분 여름철에 절정을 이루는데, 각종 피서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이 도시는 여름휴가 때 연중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로터리클럽 등 사회단체들도 이러한 지역 행사에 적극 참여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는 도시를 ‘셰익스피어 연극 도시’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이 도시의 초등학교 이름은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등으로 되어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전문학교도 세워졌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관광객들이 극장 밖에서도 셰익스피어 연극의 분위기에 계속 젖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극장을 둘러싼 도시 환경이 마치 16세기 영국의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역시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스트랫퍼드시가 치밀하게 수행해오고 있는 ‘연극 도시’ 만들기 계획의 성과물이다.

    스트랫퍼드시는 연극에서 거둔 성공을 축제의 성공으로, 이를 다시 관광업의 성공으로 연계시켰다. 예를 들어 스트랫퍼드시의 레스토랑들 중엔 캐나다에서 ‘최고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많다. 숙박시설은 호텔, 모텔, B&B 등 이 있다. B&B(Bed & Breakfast)는 아침을 제공하는 민박 주택으로, 시설과 가격대는 한국의 펜션과 비슷하다. B&B 업주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공동행사를 갖기도 한다. 연간 60만명에 이르는 이들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있다. 토·일요일만 돼도 도시 곳곳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스트랫퍼드의 ‘연극 도시’ 만들기 계획은 사실 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기도 했다. 스트랫퍼드는 친환경도시로 평가받는다. 스트랫퍼드 시 전경을 촬영한 항공사진은 그것이 사전 계획된 결과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도시는 행정·상업지역, 주거·공원지역, 제조업지역, 농업지역으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특히 주거·공원지역은 숲으로 둘러싸여 한눈에 행정·상업지역과 구별된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연극의 도시’ 스트랫퍼드시에서 2003년 열린 뮤지컬 공연.

    스트랫퍼드 주거지역엔 몇 개의 편의점을 제외하면 상가가 전혀 없다. 시의회 조례로 상가 건축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스트랫퍼드엔 6층 이상 건물이 없다. 이 역시 시 조례를 통해 인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스트랫퍼드 시청 관계자는 “스트랫퍼드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는 고층 빌딩이 많다. 그러나 스트랫퍼드가 토론토를 닮을 필요는 없다.” 시청과 의회가 있는 한 스트랫퍼드 도심도 건물들의 높이가 낮고 일정하다. 이는 이 도시를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거지역의 경우 3층 이상 주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역시 시 조례를 통해 3층 이상 주택을 건축할 경우 건축비가 올라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는 또 주거지역을 더욱 세분화해 어떤 지역은 방 5개짜리 B&B가 영업할 수 있지만 어떤 지역은 방 3개짜리 B&B만이 영업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주거지역의 심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처다. 몇 년 전 스트랫퍼드에선 주거단지 내 도로변 주차문제가 이슈가된 적이 있다. 시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대다수 주민대표들은 “승용차가 주거환경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결과 주택 건축시 주차장 확보 규정이 크게 강화됐다.

    스트랫퍼드에서도 빈부격차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스트랫퍼드시청에 따르면 자신의 수입으로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시는 이들에게 저층 아파트형 주택을 제공하는 공익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스트랫퍼드엔 ‘슬럼가’가 없다. 스트랫퍼드 관광청의 캐시 레버그 마케팅 협력관은 “시는 주거지역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철도 노선을 두고 시민들이 격론을 벌인 적도 있다. 도심을 흐르는 에이번 강변을 따라 설치하느냐, 아니면 도심 외곽으로 돌리느냐는 문제였다. 스트랫퍼드 시민들은 도심 외곽 노선을 택했다. 에이번 강변 노선을 선택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거지역과 공원지역의 경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스트랫퍼드시 도시계획의 궁극적 목표는 쾌적한 삶의 추구에 맞춰져 있다. 친환경적 주거지역을 유지하는 것이 시의 최우선 정책이다.

    한국에서 주택이나 건물의 층수 제한, 도시계획수립 등은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정하는 건축 관련 법률과 관련 행정조항에 의해 전국적으로 일률 적용된다. 한국의 중앙정부는 ‘난개발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건축관련 행정 권한의 전권을 위임해주지 않는다. 여기엔 지방자치단체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앙정부가 전권을 쥐고 있음에도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스트랫퍼드는 여름휴가 때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캐나다 외무부에서 근무중인 닐 스윙(34)씨는 “한국의 도시들은 캐나다의 도시들에 비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간 거리가 너무 가깝다. 거의 혼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주거단지의 개인적 공간과 쾌적성을 지켜줄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트랫퍼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캐나다에선 이 같은 건축 관련 행정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에 따라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스카이라인과 형태를 갖고 있다. 시의회의 결정과 시의회의 조례는 법률만큼이나 막강해서, 도시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바대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국 중앙정부의 논리와는 달리, 오히려 시의회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는 난개발을 억제해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낭만’은 도시의 궁극 목표

    도시에 실질적 자치권을 주어야 개성 있는 도시가 생기며 그것이 그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논리가 캐나다에선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문영석 강남대 캐나다학과 교수는 “캐나다의 도시들은 주거, 상업, 공단, 교통 등 도시의 각 기능을 명확하게 분화시켜,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도시설계를 한다”고 말했다.

    스트랫퍼드에서 B&B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아 애덤스(여·58)씨는 10여년 전 이 도시에서 평생 기억할 만한 낭만적 순간을 맞았다. 연극을 좋아하는 애덤스씨는 스트랫퍼드 연극축제를 관람한 뒤 혼자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옆자리의 비슷한 또래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두 사람은 연극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 배우자를 암으로 잃고 혼자 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밤새 연극 이야기를 하고, 에이번 강변을 거닐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을 했으며 스트랫퍼드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축제기간 중의 불꽃놀이.

    스트랫퍼드의 친환경적, 친문화적 도시계획은 마리아 애덤스씨처럼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캐나다의 예술가들은 지적 수준이 높고, 예술적 영감으로 늘 가득 차 있고, 숲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이유에서 스트랫퍼드로 아예 이사를 한다. 이러한 이주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도시의 격을 높이는 일이 되고 있다.

    경제발전은 저절로 따라와

    성공적 도시계획은 공장도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주로 ‘싼 임금’과 ‘산업기반시설’을 중요한 입지요건으로 꼽는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로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들에겐 ‘주거환경’과 ‘자녀교육환경’이 입지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고임금 체제’로 전환되는 한국 도시들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최상의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 질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수준 높은 초중등 교육시스템과 1시간 거리에 유수의 캐나다 명문대들이 있다는 점, 의료체계를 잘 갖춰놓았다는 점에서 스트랫퍼드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

    스트랫퍼드 외곽에 별도로 마련된 산업단지엔 자동차 부품, 가구 등 다양한 업종의 세계적 브랜드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스트랫퍼드시의 외자유치 담당자는 “최근에도 일본을 방문해 산업자본 유치활동을 벌인 결과, 한 일본 기업이 스트랫퍼드의 도시계획에 만족해 입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업, 제조업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랫퍼드 주민들은 풍부한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인 재산세부담을 다른 도시에 비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스트랫퍼드시는 도시가 거의 사라질 뻔했던 경제적 위기를 독특한 도시계획으로 극복한 사례다. 이 도시는 16세기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정해 양적·질적으로 최고의 연극도시로 가꾸는 데 전력투구했다. ‘연극’ ‘축제’ ‘자연친화’라는 기본 컨셉트에 맞는 통일된 도시계획을 세워 수십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인문학적 측면에서, 도시공학적 측면에서 도시의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것이 ‘연극의 도시’ ‘휴양도시’ ‘고급 주거지’라는 인지도를 높여 관광·제조업 발달을 가져왔고, 재정 자립을 이루게 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문학과 자연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운동을 벌여 이룬 것이다.

    스트랫퍼드 도시계획의 큰 주제는 ‘삶의 질’과 ‘낭만’이다. 이 도시는 개발도상에 있는 많은 도시들에게 힌트를 준다. 1등의 최고급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는 2등, 3등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보다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유럽의 낭만주의자 노발리스는 세계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로 도시의 낭만화를 들었다.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 낮은 자아가 고급의 자아로, 저속한 것이 숭고한 의미로, 잘 아는 것이 미지의 품위로 낭만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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