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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본격 인터뷰

현정은 현대 회장

“몽헌 회장, ‘삼촌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해”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현정은 현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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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 회장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10월21일 현대 회장에 취임, 남편 정몽헌 회장의 ‘후계자’가 됐다.

1월13일 오후 서울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에서 현정은 회장을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인터뷰가 성사됐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말 없기로 소문났던 정몽헌 회장 못지 않게 현 회장의 입도 인터뷰어를 시종 긴장케 하는 ‘단답형’이었다. 정상영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왕자의 난’에 이은 ‘숙질의 난’으로 비쳐지며 비난을 사고 있는 마당에 행여 공연한 설화(舌禍)를 더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에서는 또박또박한 어조로 ‘논술형 답변’을 이어나갔다.

-정몽헌 회장이 생전에 정상영 명예회장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때도 몽헌 회장 편을 들어줬을 뿐 아니라 몽헌 회장은 자금사정이 어려울 때면 늘 정 명예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정 명예회장이 몽헌 회장 자택을 담보로 잡은 것도 다른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몽헌 회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하다 마지막 남은 재산인 집마저 날릴까봐 그걸 지켜주기 위한 배려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몽헌 회장이 죽기 1년쯤 전인데, 출장을 다녀온 날이었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마구 화를 내는 거예요. 좀체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안 해줬지만 ‘정상영 회장은 질이 나쁘다’고 하더군요. 다시 캐물으니까 정상영 회장님이 뭔가를 ‘못하게 해놨다’고만 했어요. 그 얼마 후에 숙부님 댁에 인사를 갔더니 그 댁 큰아드님이 저더러 ‘몽헌이형이 지금 무척 안 좋은 상황인데,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정 명예회장)뿐이에요. 아마 도와드릴 겁니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게 병 주고 약 주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담보로 가져가신 것도 저희 식구들이 길에 나앉을까봐 도와주느라 그러셨다고 하는데, 금호생명에 KCC 주식을 담보로 내준 대신 제 친정 어머니 주식을 맡으셨으니 정말 도와줄 생각이면 집이야 그냥 20억 담보 풀어서 저희한테 주시면 되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얽어매신 걸 보니까 그때 이미 따로 생각하신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몽헌 회장이 죽기 달포 전, 그러니까 작년 6월 말경에-이건 저도 몇일 전에 들은 얘깁니다만-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가 다니러 와서 식사를 같이 했는데, 그때 ‘내가 친척들을 위하느라 혼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정상영 회장이 그것도 몰라주고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래요.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제가 보기엔 (정 명예회장이) 애들 아빠가 죽기 전부터 회사를 가지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처음부터 자사주를 내놓으라고 하신 걸 봐도 그렇고….”

-몽헌 회장이 정 명예회장에게 어리광도 피우고 하면서 가깝게 지냈다고 하던데요.

“아유, 아니에요. 딱 한 번 만났대요.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님이 정상영 회장님과 오래 전부터 친했어요. 김 사장님이 현대건설에 오래 계셨는데, KCC가 현대건설 납품업체였거든요. 정 회장님이 저희 집 담보 가져가시고 할 무렵에 김 사장더러 ‘몽헌이는 왜 안 오는 거야, 가서 오라고 해’ 하셔서 그때 한 번 찾아갔대요.”

-그 이전에는 사이가 어땠습니까.

“특별히 가깝거나 하진 않았어요.”

상속 포기 강요

-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정 명예회장이 “빚이 상속받을 돈보다 많으니 빚잔치를 하고 끝내는 게 낫겠다’고 했다면서요.

“처음부터 줄곧 상속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셨어요. 원래는 상속 포기 여부를 석 달 안에 정해야 하는데, 못 정하면 석 달을 또 연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도 무조건 한 달 기한을 주시면서 그 안에 포기하라고. 몽헌 회장 삼우재 끝나고 바로 그러셨어요. 애들 아빠가 죽은 날에도 그 댁 큰아드님이 아산병원에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큰일났다’ ‘우리한테 290억원 부채가 있는데…’ 하면서 왔다갔다 하더래요. 그래서 다들 ‘사람이 죽었는데 상가에서 왜 돈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냐’며 수군거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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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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