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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그작가 장덕균의 정치 개그 비화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개그작가 장덕균의 정치 개그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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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노 통장’이 무대에서 사라졌는데요.

“더 이상 ‘노 통장’을 보고 관객이나 시청자가 즐거워하지 않아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노 대통령의 인기하락이 ‘노 통장’ 퇴출에 한몫했다는 건가요.

“그렇죠. 처음에는 ‘맞습니다 맞고요’만 해도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난리가 났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개그 소재로서의 가치도 하락했고. 노 통장을 더 이상 살려둘 수 없었죠. 우리(개그콘서트팀)끼리 한 얘기지만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기에 ‘노 통장’더러 ‘너도 재신임을 받으면 (봉숭아학당에) 다시 넣어줄게’ 그랬다니까요(웃음).”

-직·간접으로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알게 모르게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어디, 정치권뿐인가요. KBS ‘유머 1번지’(1987년)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는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 않고 우리나라 재벌 회장을 코믹하게 그렸어요. 그때 재계에서 ‘재벌 총수를 너무 희화화한 게 아니냐’면서 은근히 압력을 가해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민주화 열기가 거셌던 1987년 대선 당시 선거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작은 제재나 통제도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정치권이든 경제계든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진 않았어요.”

1990년대 초반 정치풍자 코미디의 ‘봄’이 시작됐다. 그는 “정치·시사풍자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맞은 것은 김영삼 대통령을 풍자한 ‘YS는 못 말려’(1993년)의 출간이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식 때 ‘문민정부’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이제는 때가 됐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방송소재에 대한 제약이 많던 시절이라 대통령을 상대로 정치풍자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어 출판에 눈을 돌렸어요. 책을 내면서 실은 좀 겁이 났고 방송가도 긴장을 했죠. 출간 당일 SBS의 한 PD로부터 ‘청와대에서 널 찾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가슴이 두근 반 서근 반 했으니까요. 당사자인 김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제 ‘목’도 달려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출간 다음날 ‘집사람과 함께 책을 읽었다’면서 김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가 된 걸 축하한다는 말에 우리 집사람이 세컨드 아니다’라는 조크와 ‘YS의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니 내가 왼손잡인 거 아나?’라고 받아친 내용을 직접 거론하며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마디 하자 긴장했던 방송가도 분위기가 확 뒤집힌 겁니다. 대통령이 자신을 풍자하는 것에 대해 딴죽 걸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게 된 거죠.”

“광고 내릴테니 알아서 하라”

그 ‘사건’을 계기로 방송가엔 정치시사풍자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각 방송사는 앞다퉈 정치시사풍자 코미디 무대를 신설했다. 전직 정치인을 등장시킨 SBS ‘코미디 전망대’(1993년)의 ‘전망대 당무회의’ 코너와 ‘이주일의 투나잇 쇼’등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이어졌다. 정치시사풍자 코미디의 백미는 1996년 SBS ‘코미디 펀치펀치’의 ‘배워서 남 주나’ 코너였다. ‘배워서…’는 장씨의 작품.

-당시 ‘배워서…’가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프로그램 이름은 몰라도 전두환(탤런트 박용식 분), 노태우(탤런트 김기섭 분) 두 전직 대통령과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개그맨 최병서 분)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웃음을 자아냈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하하. 말도 마십시오.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니까요. 정 회장 역을 맡은 최병서가 여자 연기자에게 ‘너, 몇 살 때부터 이렇게 예뻤어?’ 하고 묻습니다. 그랬더니 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에 난리가 났어요. 정 회장이 연예가뿐만 아니라 세간에 여자와 관련해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잖아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쪽(현대그룹)에서 그 대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소문을 염두에 두고 쓴 대본도 아닌데…. 아무튼 (방송국의) 윗선에 현대의 압력이 가해졌다고 해요.”

-정 회장의 캐릭터를 빼달라는 것이었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갑자기 정 회장이 빠지면 이상하니까요. 그 일 이전에도 정 회장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지면 (현대에서) 연락이 오곤 했거든요.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삼가’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그 대사가 나온 이후 현대가 얼마나 열 받았는지 ‘SBS에서 (현대의) 광고를 내린다’고 했다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현대가 잘나가는 재벌 그룹 중 하나였는데. 상업방송의 ‘돈줄’인 광고를 내린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현대가 광고를 안 주면 방송사로서는 손해가 엄청날 거 아닙니까.”

-그래서요?

“조심을 할 수밖에요.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요. 최병서씨와 이주일씨는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선후배 사이고, 널리 알려졌다시피 정 회장과 이주일씨는 절친한 사이잖아요. 정작 당사자인 정 회장은 이주일씨와 만난 자리에서 ‘최병서더러 나 좀 재미있게 표현하라고 전해달라’고 주문할 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보였는데 그런 정 회장의 의중과 상관없이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기었던 겁니다. 권력상층부에 잘 보이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이 눈치껏 방송사에 압력을 넣는 것과 비슷한 양태를 보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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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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