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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기행

‘재야 컨설팅 고수’ 천주욱 동우물산 사장

“싱가포르 경영학+삼성 조직관리가 동북아 경제중심 첩경”

  • 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재야 컨설팅 고수’ 천주욱 동우물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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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욱 사장은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그룹 회장 비서실 등에서 17년간 근무했다. 삼성물산에 재직중이던 1980년대 후반, 국내 최초로 사내 벤처사업에 관여한 바 있고, 이를 계기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1997년부터 2000년 8월까지 CJ그룹의 종합상사인 CJ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지낸 3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삼성에서 일했다. 그래선지 삼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한국에서 삼성그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의 주식 시가총액만도 거래소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21%를 차지한다. 삼성그룹이 실현한 이익을 제외하면 상장기업들의 총 이익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든다. 이러다 보니 출판가에는 삼성 관련 책을 내면 기본적으로 3만권이 팔리고, 이건희 회장 관련 책을 내면 5만권이 팔린다는 말까지 나돈다. 삼성의 인기가 치솟자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삼성 출신 임원들은 출신과 학벌에 상관없이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천 사장은 이렇게 분석한다.

“우선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잖아요. 삼성전자는 해마다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예요. ‘삼성 출신들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받을 겁니다. 이익치(전 현대증권 회장)씨 같은 사람이 삼성에는 없잖아요.”

왜 삼성에는 배신자가 없는 것일까. 천 사장은 “삼성이라는 회사가 직원보다는 직원 가족들에게 잘 보여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가령 삼성은 직원들에게 설이나 추석 선물을 보낼 때 직원의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주곤 했다. 천 사장이 삼성에 입사했던 1970년대 중반, 삼성물산은 설 연휴 전 직원에게 설탕 한 포대씩을 선물로 줬다. 당시만 해도 귀하기 그지 없던 설탕을 한 포대씩이나 받은 그는 기쁜 마음에 설탕을 어깨에 둘러메고 경남 마산의 고향집을 찾았다. 천 사장의 어머니는 그 설탕을 조금씩 나눠 이웃집에 돌렸고, 고맙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다고 한다. 이럴 때 자식과 자식의 회사에 대해 느끼는 부모의 뿌듯함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이처럼 집에서 인기를 얻는 회사라면 좀체 배신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금은 ‘기술의 삼성’이라고 부르지만 삼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리의 삼성’으로 불렸다. 그만큼 삼성의 조직관리는 치밀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가 삼성에서 배운 조직관리 노하우는 어떤 것일까. 그는 대학이나 기업에서 강연할 때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인사관리의 요체는 ‘좋은 사람을 돈을 많이 주고 쓰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주들이 사람을 쓸 때 좋은 사람을 싼값에 쓰거나, 나쁜 사람을 비싸게 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람관리에 실패하면 기업이 잘될 수 없다. 좋은 사람이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업무지식이 많으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는 오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달에 회사에 나오는 날이 며칠 안 된다. 그래도 조직이 조화롭게 작동된다. 상호 견제하고 경쟁하는 조직을 만들기 때문이다. 조직에 상응하는 힘을 주되, 한 조직에 과도한 힘이 실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오너의 역할이다. 삼성에는 ‘힘이 없는 조직은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다. 힘있는 조직끼리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 감사팀은 감사 대상 부서에 학교 선배가 있어도 봐주는 법이 없다. 철저하게 뒷조사를 한다. 물론 과도하게 경쟁하다 보면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을 비싸게 써야 한다. 사람이 나쁘면 서로 비난하게 된다.”

‘싱가포르學 박사’

천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글을 사이트에 종종 올린다. 그는 “이 회장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기까지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2인자로 묵묵히 일한 18년의 세월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이병철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다 호통치고, 해고하고, 반도체사업 등 신사업을 지시할 때 이건희 회장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은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않고 물어보고 직접 실험도 했다. 독일에서 신차가 나왔다고 하면 독일로 달려가 차를 사서 아우토반으로 몰고 나갔다. 그저 차를 모는 데 만족하지 않고 엔진을 뜯어서 과거 엔진과 무엇이 다른지 연구했다. 엔진을 반으로 쪼개 구조가 달라진 게 없는지 살펴보는 열성 덕분에 자동차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천 사장은 사업가로서 이 회장의 변화과정을 ‘준비→수성(守城)→축성(築城)→진출’ 등 4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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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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