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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브레이크 없는 한국영화, 과식· 편식 유혹 뿌리쳐라!

  • 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브레이크 없는 한국영화, 과식· 편식 유혹 뿌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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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흥행한계선을 훌쩍 넘어서서 800만,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이른바 ‘초대박’ 영화가 출현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초대박 영화의 흥행에는 ‘영화의 힘’ 이외의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미도’의 예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대중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사회·문화적인 힘이 관객 몰이에 가속 페달을 밟게 만든다. 영화가 스크린이라는 자장(磁場)을 벗어나 바깥으로 확장되어 갈 때, 즉 영화적 완성도를 넘어 영화가 환기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찾아낼 때 영화는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게 된다. 이 때부터 영화는 사회적, 문화적인 신드롬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친구’도 그러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IMF체제로 상징되는 경제위기는 ‘세속적 이익을 따지지 않던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복고 정서를 부추기는 ‘친구’의 센티멘털한 감상주의는, 이 영화가 무정한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근본적 가치에 접근해 있다는 집단적 무의식을 설파한 것이다.

‘실미도’의 흥행 성공도 마찬가지로 영화 외적인 관점에서 분석의 도마에 오른다. 엄격한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의 소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미도’는 그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해왔던 위정자들에 대한 환멸, 숨겨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무의식적 저항심리를 건드렸다. 가려진 진실, 밝혀지지 않은 허다한 미제(未濟) 사건의 보고(寶庫)인 한국 현대사에 대한 국민들의 원죄의식도 ‘실미도’ 신드롬과 연관성이 깊다.

‘실미도’가 낳은 한국영화 1000만 관객 시대는 지금까지 통용돼 왔던 한국영화 흥행지표 자체를 끌어올릴 것을 요구한다. 1000만 관객이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변화해온 한국영화산업이 또 하나의 문턱을 넘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토를 획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000만 관객 시대가 한국영화의 투자, 제작 환경에 변화를 동반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충무로의 영화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정적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제작 시스템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제작사간 인수합병 움직임은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징후이다.

떠났던 투자 자본 돌아오다

한국영화 1000만 관객 시대 이후 한국영화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 입장과 유보적 입장으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큰 영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강박증을 낳아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빼앗길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1998년 ‘쉬리’의 대박 신화가 가져온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쉬리’의 등장은 한국영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대박신화를 노린 벤처자본의 투자가 물밀듯이 밀려와 충무로 자본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덩치 영화’의 기획이 붐을 이뤘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한 ‘얼떨떨한 황금기’는 허다한 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좌충우돌 끝에 실패를 맛 본 벤처 자본은 자신들의 과오를 확인하고 대부분 발을 빼고 말았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은 1000만 관객 시대 이후에 대해 “빠져나간 자본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조심스럽게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다시 늘고 있는 현상이 강 감독의 말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실미도’ 이후 불어오게 될 골드 러시는 ‘쉬리’ 이후의 그것과 사뭇 양상이 다를 것이다. 이미 활황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영화로의 ‘컴백’을 꿈꾸는 자본들은 ‘쉬리’ 이후 영화판을 찾아왔던 ‘들뜬 자본’과는 성격이 다르다. 투자사들의 제작관리 체계는 한층 엄격해졌고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대규모 펀드 위주로 투자사들이 이합집산하던 수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소규모 자본이 연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강 감독은 “새로운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영화투자가 활발해지는 와중에도 제작 편수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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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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