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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발의에서 가결까지 65시간 막전막후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bookum90@donga.com

발의에서 가결까지 65시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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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란 제재 수단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그 존재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일반 예방의 효과가 있고, 특정인에 대한 범죄 행위의 재시도를 예방하는 특별 예방의 효과가 있다. 노 대통령과 그 세력들에게 최고 수준의 경고를 가함으로써 앞으로 국정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 조 대표에게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3월11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불법 대선자금 한나라당의 10분의1 초과시 사퇴’ 약속 발언에 대해서도 복잡한 계산을 통해 얼버무려 거센 비판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불길에 기름 부은 대통령 기자회견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같이 지켜봤는데, 회견 1시간20분 동안 ‘허허’ 하는 ‘어이없다’는 식의 감탄사만 계속됐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도저히 대통령감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고 말했고, 일부 의원들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의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에게 “저런 사람을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링컨에 비유하는 광고를 만들었느냐”고 농담 섞인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그래서 내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이에 앞서 3월10일 조 대표와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전화접촉을 갖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조 대표와 홍 총무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처리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양당에서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날까지도 ‘노 대통령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만 있으면 탄핵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피해보려고 청와대와 최후의 대화를 시도했다.

“해볼 테면 해보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를 해서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 사과하고 이쯤에서 끝내지 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이건 경계경보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다’고 말했으나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실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발의가 국회를 통과하리라고는 절대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선거중립을 해쳤다는 이유만으로 야당에 사과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굴복이기 때문이다”고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에서는 이 때문에 “어차피 사과를 한두 번 했던 처지도 아닌데 오히려 ‘탄핵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버틴 데는 노 대통령 특유의 ‘막판 뒤집기’ 승부수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의 원인이 된 노 대통령의 위법행위보다는 오히려 ‘약자 노무현’을 동정하는 역풍이 불 것을 기대해 은근히 야당의 탄핵안 제출을 기다린 것 아니냐는 ‘탄핵유도설’까지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노 대통령은 3월11일 기자회견에서 사과는 빼버린 채 측근과 가족 비리 등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일관함으로써 당초 탄핵안에 반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내 소장파 의원들까지 속속 탄핵찬성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날 회견 직후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이미 탄핵안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271석의 3분의2선인 181석)를 넘어선 185석을 확보했다는 계산을 마쳤다.

이날 밤 본회의장 주변의 교섭단체대표실 등에서 철야에 돌입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교대로 본회의장을 드나들어 분위기를 긴장시키며 3일간의 철야농성에 지쳐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진을 빼는 ‘심리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또 두 당 원내총무단은 “12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의장석을 덮칠 것”이라고 흘린 뒤 실제로는 이 시간을 넘긴 직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의장석을 급습하는 ‘연막전술’도 구사했다.

결국 3월12일 탄핵안 가결은 위법행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힘입어 표결을 강행한 야당과, 탄핵소추 강행이 불러올 역풍을 믿은 노 대통령간의 표계산과 오기가 맞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진정한 승부는 4·15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신동아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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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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