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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채팅으로 눈맞고 카드빚에 몸팔고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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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때문이었어요. 또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고요.”

인터넷을 통해 어렵게 추적해서 만난 가출 주부 이정옥(43·가명)씨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현재 집을 나와 이혼남인 대학동창과 동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투자 격언에 ‘돈이 생기면 땅에다 묻어두고 그 다음엔 사람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을 따르다 이 지경이 됐지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씨는 재작년부터 꼬이기 시작한 인생 궤적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중이어서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어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제 몫의 유산도 좀 있었고요. 그 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연하의 남자를 소개받게 됐어요.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크게 불어나지도 않아 좋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더니, 괜찮은 개발 정보가 있다며 자주 연락을 해왔어요. 그래서는 현장답사를 위해 함께 땅을 보러 다녔죠. 경기도 양평이며, 전라남도 무안, 강원도 평창 등을 두루 돌아봤죠.”



처음엔 ‘투자’라는 목적의식이 분명했는데 승용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누님, 동생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미각여행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인 같은 기분이 들게 되었고 함께 모텔까지 드나드는 사이가 되었다.

“무뚝뚝한 남편과 달리 동생은 살가웠어요. 게다가 집 밖의 남자를 믿게 되니까 간이 커지더군요. 남편과 상의도 않고 제멋대로 땅을 사고 동생에게 돈도 좀 꿔줬어요. 거기까진 좋았죠. 그런데 투자한 땅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반토막이 났어요. 유산은 거의 날아갔고 남편 돈까지 몇천만원 물렸어요. 그제서야 ‘아차’ 싶어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고 했더니 그 남자도 손해를 본 데다 누가 덥석 땅을 사려고 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잠도 못자고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고 그만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됐지요.”

승용차 앞자리에서 도란도란

당연히 이씨의 남편은 노발대발했고 부부는 크게 다투었다. 부부싸움을 거듭하다 손해난 돈이나 남자에 대해선 일절 없었던 것으로 하고 더 이상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남편이 절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했어요. 옆에 있어도 눈길 한번, 말 한마디 붙이지 않았어요. 애들 때문에 겨우 한두 마디 할 정도였죠. 자동차며 카드, 현찰을 모두 압수당하고, 남편이 일수 찍듯 하루에 딱 만원을 현관에 놓고 나가면 그것으로 아이들 간식 챙겨주고 하루를 버티는 거예요.”

지은 죄가 있어 항변은 못하지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숨막힐 듯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던 그 무렵 아내와 이혼하고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남자 대학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30대에는 애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동창들 만날 여유가 없었는데 마흔이 넘으니까 어떻게들 사는지 서로 연락을 하게 되더라고요. 꽤 가깝게 지내던 남자친구였는데 출장길에 잠깐 ‘실수’를 한 바람에 부인과 이혼을 했다더군요. 동병상련의 심정이랄까, ‘어디든 마음 붙일 곳이 있었으면’ 하던 참에 훌쩍 짐을 싸들고 남자친구의 오피스텔로 들어갔어요. 친구도 혼자 지내기 적적하던 터라 마다하지 않았고요.”

그녀는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데 남편은 애들이 결혼할 때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이혼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노는 물’이 달라지다 보니

“남들은 뭐가 불만이었냐고 그러더라고요. 착하고 성실하고 한눈 팔지 않고 월급 제때 갖다 주고. 하지만 남들이 뭐라고 남편을 칭찬하든 제게는 아니었어요.”

남편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인터넷 채팅에 빠져들었다가 가정이 깨졌다는 가출 주부 민수형(34·가명)씨. 필자와의 만남을 끝내 거절하는 바람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녀가 털어 놓은 이야기는 이렇다.

“채팅을 시작한 건 순전히 시간 때우기 위해서였어요.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나면 심심한 마음에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죠. 그러다가 차츰 상대방과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됐어요. 주로 남편에 대한 불만이었죠. 남편과는 양가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는데 살면서 보니 ‘모르쇠’도 그만한 ‘모르쇠’가 없었어요. 둔한 건지 맹한 건지 ‘그 부분’에 대해선 떠 먹여줘도 모르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그녀는 밤마다 아무리 자극을 줘도 눈만 껌벅이는 남편이 재미없어 남편이 늦게 귀가하는 날이나, 남편이 일찍 잠들고 난 후 채팅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갈수록 농도 짙은 대화가 오가다 보니 그녀의 오감을 두드리며 ‘필’이 꽂히는 남자는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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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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