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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수능날개 달고 EBS 독주 ‘맏형’ 교육개발원은 뒷짐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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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는 안병영 교육 부총리(오른쪽)와 EBS 수능위성방송.

EBS는 1999년 교육부 산하기구에서 방송위원회 산하 한국교육방송공사로 위상이 바뀌면서 교육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받기 어렵게 됐다. 당시 정부는 자체자금 조달을 통한 교육프로그램 제작 및 운영을 전제로 EBS의 공사화를 추진한 것. 이에 따라 교육부는 EBS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직할 체제인 교육학술정보원 육성에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자 EBS는 인터넷 동영상, 오디오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방송교재 판매에 나서는 등 수익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이 학생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EBS가 지난해부터 들고 나온 것이 수능전문채널. 위성을 이용한 수능전문채널을 만들어 인터넷 방송을 하면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데 당시 윤덕홍 부총리도 공감하고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사이버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교육학술정보원의 영역과 겹쳐 교육부 실무진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BS는 먼저 한나라당 쪽을 설득, 인터넷 방송을 위해 200억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EBS 지원에 나섰다. 박종근 의원은 “인터넷 쌍방향 방송 서비스를 통해 교육의 평준화를 이루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고, 이성헌 의원은 “교육방송에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질의·응답 쌍방향 통신을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여기에 참여정부 출범초기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파동으로 1년을 낭비한 교육부가 안병영 부총리 체제로 바뀌면서 서둘러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이 e-러닝에서 EBS는 여야로부터 동시에 지원을 받는 ‘행복한’ 처지가 됐다.

2·17대책이 발표된 이틀 후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에 나선 안 부총리는 5년 동안 1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EBS의 경우 한나라당이 이번에 수고를 많이 하셔서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말로 한나라당에 공을 넘기며 2·17대책에 더는 ‘딴죽’을 걸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수능방송이 사교육비 경감의 궁극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EBS도 잘 알고 있다. 2월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석만 EBS 사장은 “방송과 통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같이 가는 신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비전을 밝히면서 “EBS 수능강의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가 도입되는 2008학년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그 한계를 분명히 했다.

TV과외와 e-러닝

사실 TV과외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1980년 과외금지조치와 함께 TV과외(가정고교방송)가 등장했다가 곧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경험이 있고, 1989년에 과외금지 해제조치의 보완책으로 TV과외가 다시 등장했다. 오랫동안 금지됐던 과외가 허용되면서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문제풀이 위주의 EBS ‘고교가정학습’ 프로그램으로 과외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펼쳤다. 그때도 “사회문제가 될 만큼 과열된 과외공부를 완화해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해설이 따랐다. 덕분에 시골 흑백TV가 컬러로 교체되던 시절이었다.

TV과외의 효과를 입증하는 데는 교육개발원이 앞장섰다. 1990학년도 대입 학력고사에서는 TV과외 내용의 시험반영률이 77.5%였고 다음해에는 80%까지 올라갔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교육개발원은 TV과외가 다룬 문제 가운데 문항의 진술방식이 아주 비슷하거나 답지의 순서, 진술형태가 약간 다른 것을 ‘적중문항’, 주·객관식 형태를 바꾼 것을 ‘유사문항’으로 취급, 80%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였다고 치켜세웠다. TV과외가 과열과외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1990년 EBS는 KBS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TV과외는 본격 시행된 지 2년도 채 안 돼 “입시위주 교육이 낳은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는 질타 속에 그 효과를 의심받기 시작해 대입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새로운 입시제도가 도입된 1994학년도부터 중단됐다. 당시 교육방송 관계자는 “입시제도가 바뀐 것이 계기가 됐지만 근본적으로 문제풀이 중심의 TV과외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방송내용을 바꾸겠다”고 했다. TV과외의 적중률을 자랑하던 초기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언론도 “TV라는 비정상적 학습행위는 이제 끝내야 마땅하다”며 근시안적인 교육정책을 꾸짖었다.

고교교육의 목적이 수능인가

1997년 여름 무궁화 위성방송채널을 이용한 위성과외 시대가 열렸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학습보충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성과외는 바로 안병영 교육부 장관 시절(1995년 12월~1997년 8월)에 결정된 정책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반대 여론이 높았다. 고려대 전성련 교수(교육학)는 ‘위성TV과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방침은 별도의 과외를 받지 않더라도 위성과외방송 시청만으로 수능대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고교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능대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전 교수는 “이것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민심흡수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고려라면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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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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