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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추출’ 황우석 교수와의 심층 대담

“남녀 유전자 섞이지 않은 복제배아는 생명체 아니다”

  • 글: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줄기세포 추출’ 황우석 교수와의 심층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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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유전자가 절반씩 섞인 게 아니라면 진정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에서 발표하신 실험과 관련된 복제 배아 역시 생명체라 볼 수 없겠군요.

황 : 그렇습니다.

김 : 하지만 복제된 배아라도 자궁에 착상되면 개체로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진정한’ 생명체는 아니더라도 복제된 배아 역시 생명체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서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불가피하게 배아를 훼손시켜야 할 텐데 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황 : 목적하는 바에 따라 조금 다른 눈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배아복제는 난치병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얻는 실험입니다. 만일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를 복제하고, 이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다면 면역거부반응이 없을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인간배아복제의 최대 장점이거든요. 또 이때 사용된 ‘핵이 제거된 난자’는 단지 배양기일 뿐이에요. 복제된 인간배아는 이 배양기에서 체세포를 길러서 얻은 존재입니다. 즉 일반적인 배아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신성한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의 난자를 사용한다는 면에서 윤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세포질 연구를 수행하려 합니다.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배양기(핵이 제거된 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를 얻으려는 것이죠.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에는 황 교수가 수행한 인간배아복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이상 냉동보관돼 폐기될 처지에 놓인 배아, 탯줄혈액(제대혈), 골수와 같은 성체의 조직에서도 얻을 수 있다. 특히 환자(성체)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는 인간배아복제의 경우처럼 면역거부반응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모든 연구가 아직은 초기단계라 임상실험까지는 최소한 10년이 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황 교수는 평소 줄기세포를 얻을 현실적인 가능성이나 효율성을 따져볼 때 인간배아복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황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16명의 자원 여성으로부터 난자 242개를 제공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몬제를 투여해 과배란을 유도한 결과였다(보통 여성은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배출한다). 또 난자 채취가 이뤄진 한양대 의대에서 병원임상심사위원회(IRB)의 윤리적 검토과정을 거쳤다고 연구논문에 명시했다.

김 : 여성으로부터 실험용 난자를 얻기 위해서는 비록 자원자라고 할지라도 실험내용을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런 전문적인 실험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황 :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이번 실험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실험이라면 기꺼이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사실 우리 연구진도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라고 보고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정신과적 테스트까지 실시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연구진의 사회적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복제는 생태계의 교란”

복제된 인간, 그리고 복제된 인간의 배아는 진정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황 교수의 설명을 듣다 문득 복제동물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황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바로 그날 새벽 2시에 ‘가슴 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해 12월 황 교수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도록 만든 복제소를 언론에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소 가운데 갑자기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개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5개월이나 자랐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라면 자연사할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 : 가슴이 아픈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교수님이 말씀하신 ‘신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복제동물도 복제인간처럼 ‘진정한’ 생명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할 텐데요.

황 : 복제동물에 대해서는 인간과 다른 가치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소나 돼지는 고기로서의 가치가 있고 개는 반려동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량돼지를 복제하고 애완견을 복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스런 생태적 철학이라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복제동물을 만드는 일은 바로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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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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