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여론조사 전문가가 분석한 17대 파노라마

  • 글: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kyuno@dreamwiz.com

    입력2004-04-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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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대 총선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허였다. 정치신인들이 인지도보다 높은 지지도에 황홀해 하는가 하면, 현역 정치인들은 수십 년 공들인 지역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러나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에 묻혀 정작 선거의 주역이 돼야 할 후보와 정책이 사라졌다.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국회의원선거는 통상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가 된다. 즉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와 경제를 잘 이끌었으면 여당에 상(賞)으로 표를 주고, 잘못 이끌었으면 벌(罰)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여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역대 총선에서 여당은 안정을, 야당은 변화를 외치며 선거에 임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각 정당에 대한 지지도이며 ‘정당 정체성’이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정당 정체성은 유권자가 특정정당과 정체성을 같이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 사건에도 비교적 변화가 적어서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태도다. 또한 유권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통해 정치적 사건을 평가하고 정책과 인물을 평가한다. 때문에 정당 정체성은 정치적 판단이나 투표의사 결정의 준거틀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당과 정당지도자는 해당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판단이나 선택의 준거틀을 제시하여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다수 발생하여 이제까지의 선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변수에 대해서 그 의미와 효과를 검토해 본다.

    [변수①] 대통령 탄핵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애통해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3월12일에 일어난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총선의 의미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탄핵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심층심리인 ‘약자 동정심리’와 ‘강자 저항심리’를 자극했다.



    TV에서 여러 차례 방영된 탄핵안 가결 당시의 국회단상 광경은 착한 약자와 악한 강자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탄핵안 표결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악한 강자였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다수에 의해 끌려나온 열린우리당과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박해받는 착한 약자였다.

    이후 탄핵안을 가결한 국회심판이 선거의 주된 어젠더가 됐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 지도부는 엄청난 탄핵 후폭풍으로 무력화됐고, 결국 한나라당은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3월24일).

    민주당은 조순형 대표체제가 무력화되면서 추미애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탄핵 여파는 25%에 그치던 열린우리당 지지도를 불과 일주일 사이에 50%로 치솟게 했다.

    탄핵 이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한다는 국민은 35%를 넘지 못했고, 반대로 60%에 달하는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을 상기할 때, 야당지도부는 탄핵 후폭풍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탄핵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의견의 강도 면에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약한 반대이지만, 탄핵반대는 매우 강한 반대일 수 있다는 점을 읽었다면 다수 국민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은 총선의 어젠더를 ‘민의를 배반한 탄핵심판’으로 설정, 탄핵에 가담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을 공격했다. 실제로 3월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탄핵이 투표에 영향에 줄 것이라는 응답이 57%에 달하였고 탄핵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었다는 사람이 21%에 달한 것을 보면 탄핵은 기존 정당지지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3월26일 여론조사업체 R&R가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는 탄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을 잘 설명해준다. 응답자의 36%는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지만 16대 국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했고, 30%의 응답자는 아예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고 했다. 25%의 응답자만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선거법위반이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탄핵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R&R이 실시한 ‘은유추출심층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대통령을 선장·지도자·카리스마 등과 같이 미래로 가는 여행의 지도자로 인식하는 반면, 국회의원은 머슴·개미·진돗개처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로 인식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이긴 마찬가지나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그 역할이나 지위에서 완연히 차이가 있다. 따라서 동반자 격에 지나지 않는 국회의원이 지도자 격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아무리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이라 할지라도 납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16대 국회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차이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서민적이며 기존 질서를 개혁하려 한다는 순교자적 이미지가 강한 반면, 16대 국회는 ‘저들만의 특권’을 누리는 폐쇄적 집단으로서 귀족적이고 수구적인 이미지가 널리 퍼졌다. 국회의원들이 비리혐의로 연일 구속되자 검찰의 소환을 피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고, 비리혐의로 구속된 동료의원을 위해 석방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16대 국회의 도덕성은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여론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그쳤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므로 탄핵은 부도덕하고 수구적인 국회가 서민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을 몰아낸 것으로 인식됐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지도부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다.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연설도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탄핵으로 휘청거리던 한나라당은 3월24일 긴급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의원을 새로운 대표로 선출했다. 3월28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22%로, 열린우리당(4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총선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일. 박근혜 대표는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과 위축된 보수주의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방법은 경제철학이나 정치이념에 근거한 방법 등 매우 다양하지만, 과거에 대한 태도도 하나의 잣대가 된다. 즉 보수는 과거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려고 하고, 진보는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려고 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표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직접적인 연상을 자극했다. 그의 조신하고 고전적인 모습과 말투는 보수주의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3월26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인가’란 물음에 응답자의 61%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자의 86%, 스스로 보수성향이라고 대답한 응답자의 70%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보수층 응집에 큰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70%가 박 대표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고, 부산·경남지역, 대구·경북지역, 강원·제주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박 대표의 등장으로 한나라당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의 4배나 된 것을 보면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이미지 변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에 대표로 선출된 박 대표가 실제로 한나라당을 변화시킨 것은 거의 없음에도 유권자들은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나라당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가는 것은 이때문인가 보다.

    특히 당대표가 되고 난 후 가진 TV연설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이야기하면서 비친 ‘박근혜의 눈물’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과 맞먹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이회창 총재, 최병렬 대표 등 강한 남성의 이성적 리더십과 대비하여 박근혜 대표의 감성적 리더십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전혀 새로운 시도였다. 더구나 탄핵정국에서 강한 악당의 이미지가 형성된 한나라당이, 이제는 너무나 강해진 열린우리당에 대항하는 약자의 이미지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등장한 박근혜 대표의 효과는 결코 적지 않았다.

    [변수③] 정동영 의장 노인 폄훼발언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노인 폄훼 발언으로 지지도가 급락하자 노인정을 방문해 큰절로 사죄하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4월1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터져 나온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은 또 하나의 변수로 선거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발언이 있은 뒤 4일 만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그 발언내용을 알고 있었고, 발언을 들은 응답자의 47%가 이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사실 정 의장의 발언은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본인의 말대로 ‘조금 더 나가다’ 너무 많이 나가버렸다. 이 발언은 특히 보수주의자나 한나라당에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50대 이상 연령층에게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격거리를 제공했다. 2002년 대통령선거 이후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젊은 리더십과 코드정치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중장년층에게 정 의장의 발언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늘어나는 노령층과 노인소외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폄훼 발언은 그대로 열린우리당을 향한 공격자료가 됐다. 정 의장의 잇단 사과에도 보수층은 ‘전혀’ 충분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 변화 비교

    3월12일에 일어난 탄핵정국이 이슈로서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을 시점에 터져 나온 발언이어서 열린우리당 지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표(위쪽)에서 보듯이 박근혜 대표의 등장 이후에도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상승했으나, 정 의장의 노인폄훼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하락세에 있고, 한나라당 지지도는 계속 상승했다. 이로 보더라도 노인폄훼 발언의 부정적 영향력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4월13일 선거를 3일 앞두고 정 의장은 선대본부장직과 비례대표를 사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 너무나 큰 손실을 보고 난 이후였다. 만일 발언 직후인 4월3일쯤 선대위원장직만이라도 사퇴했다면 야당의 공격거리를 제거하고 논란의 파급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늦었지만 정 의장의 사퇴와 단식은 노인폄훼 발언이 더 이상 선거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고 그로 인해 한나라당의 맹추격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4월4일 민주당 구하기에 앞장선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

    탄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정당은 민주당이다. 3월23일 조사에서 민주당 정당지지도는 8.1%였으나 3월26일 4.2%, 3월28일 3.2%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였다. 탄핵으로 지지정당을 바꾸었다는 응답자가 21%였는데 이들의 40%가 이전에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분당(分黨)해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이었고,두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며 호남이라는 튼튼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처럼 정당지지도가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호남사람들은 탄핵 과정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한 것에 분노했다. 호남출신 한 인사는 50년 동안 대립했던 한나라당과 공조해 호남인들이 90%의 압도적 지지로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탄핵 이후 민주당 지지기반으로 여겨지던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70%에 달한 데 반해 민주당의 지지도는 8%에 그친 것이 이를 반영한다.

    탄핵정국이 계속되면서 야기된 민주당 내분사태 또한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에 일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가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발 빠르게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탄핵정국을 비켜갈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민주당은 그렇지 못했다.

    선대본부장으로 취임한 추미애 의원은 4월3일부터 광주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여성 의원의 삼보일배에 호남에서는 “가슴이 짠하다’는 반응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 정당지지도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한나라당이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것에 비해 민주당의 회복세는 선거직전까지 5%를 넘지 못했다.

    [변수⑤] 민주노동당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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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를 내건 민주노동당 총선 출정식.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변수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탄핵이 기존 정당에 폭풍으로 다가와 지지층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다면 민노당은 탄핵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지지세를 축척해온 경우라고 하겠다. 마케팅에서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면 틈새시장을 노리고 차별화하라는 전략이 있는데 민노당은 이런 전략에 충실하여 새롭게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신의 정치성향이 진보에 가깝다는 사람이 56%로, 보수에 가깝다는 30%에 비해 훨씬 더 많다. 이런 점에서 기존 정당이 모두 보수를 표방하는 데 반해 진보를 표방한 민노당에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잠재적 시장을 갖고 있기에 민노당은 이번 선거에서 약진할 수 있었다.

    선거기간 시작 전인 3월23일 민노당 지지도는 3.5%로 민주당의 5.8%에 이어 4위였으나 3월26일에는 4.4%로 민주당의 2.7%를 앞섰고 선거가 개시되고 TV토론이 있은 후인 4월5일에는 지지도가 10%로 뛰었다. 4월12일에는 14%로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기존 정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제3당이 됐다.

    특히 민노당을 지지하는 연령층은 30대가 가장 많지만 20대와 40대에도 골고루 퍼져 있다. 또 다른 당과 달리 지역적으로 매우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가장 지역색이 옅은 전국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정당이 모두 보수적인 정강정책을 갖고 있어 정책에 있어 차별성이 없지만 민노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다른 정당과 분명한 정책적 차별성을 갖고 있다. 부유세(稅) 신설이나 비정규직 철폐, 재벌개혁 등은 어느 정당과도 구별된다.

    민노당의 상승은 보수정당 중에서 가장 개혁적이라고 할 열린우리당의 하락과 궤를 같이했다. 열린우리당에 실망한 진보성향의 유권자가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은 민노당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선거 막판에 열린우리당 유시민 후보가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死票)가 된다며 민노당 지지자의 사표방지심리를 자극하였고, 민노당의 심상정 후보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이념논쟁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노당의 지지는 아직 정당차원에 머물러 지역구에서는 2석밖에 얻지 못했다. 또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도에 비해 실제 득표율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볼 때 민노당 지지자들의 투표참여율은 대체로 낮다.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총선시민연대의 ‘정치3악(부패정치, 돈 선거, 지역감정)’ 추방 캠페인.

    우리나라 역대 선거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 지역주의의 벽을 이번 선거도 넘지 못했다. 선거개시 전만 해도 이번이야말로 동과 서를 가르는 선거결과가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약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7%,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9%로 나타나 약화될 것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았다. 이 수치는 4년 전 국회의원선거에 즈음하여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약화될 것이란 응답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이 전국을 석권하게 되면 형식적으로는 지역주의가 사라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여서야동(與西野東)이 확연하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고 대구에 출마한 조순형 대표가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진 현실이 오늘날 한국정치 앞에 가로놓인 지역주의의 벽처럼 느껴진다.

    대구 경북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에서도 한나라당이 압승, 2000년 선거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지지율도 한 자릿수에 그쳐 역대 선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호남에서 민주당이, 충청도에서 자민련이 크게 축소돼 기존 지역주의의 축이 사라지고 열린우리당이 이들을 대신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고 전국정당을 추구한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다음 선거에서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변수⑦] 초접전 지역의 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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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총선 개표현장.

    대선과 달리 총선에서는 투표율이 낮아 연령에 따른 투표율 차이가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특히 1000표 내로 당락이 결정되는 초접전 지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에 나타난 투표참가 의향도는 매우 높아서 4월12일자 조사에서는 80%의 응답자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는 88%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지만 20대서는 66%에 그쳤다.

    선관위의 4월8~9일자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7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6대 선거의 46%보다 31%나 높은 것. 당연히 지난번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막판 변수가 투표율임을 잘 아는 각 당은 거여견제론과 거야부활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지지자의 투표율을 올릴 목적으로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여론조사가 공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각 당은 약자 동정심리를 자극하는 ‘언더독’ 효과를 노렸다. 선거기간 중 여론조사결과가 공개된다면 이런 엄살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16대 국회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면서 정치권은 17대 총선을 통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탄핵 후폭풍이 너무나 거셌기에 막상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정당에 가려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자신의 인지도보다 높은 지지도에 황홀해 했고, 야당의 현역정치인들은 4년 동안 공들인 지역구 활동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현실에 당황해 했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 이슈와 정당지도자들에 가려 정작 선거운동의 주역인 후보가 소외된 선거였다. 또 각 정당이 정책대결이나 인물대결보다는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나 감성리더십에 더 의존한 선거였다. 나라와 지역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주는 정책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경쟁하는 선거는 또 4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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