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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많은 대만 총통선거 그후

대만 ‘不統不獨’, 중국 ‘一國兩制’, 미국 ‘현상유지하며 실속 챙기기’

  • 글: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정치hmoon@hanyang.ac.kr

잡음 많은 대만 총통선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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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격돌한 천수이볜과 롄잔은 민진당과 국민당으로 상징되는 대만의 대표적 정치세력의 얼굴이다. 이들은 이념적 지향, 세력 기반, 양안관계의 궁극적인 형태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이들은 국민당 정권이 1949년 대만에 천도한 이래 현재까지 형성된 각기 다른 대만사회의 정치, 사회적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 과정, 특히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선거 이후의 혼란 속에서 이들의 차이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고 있다. 즉 과열된 선거운동 기간 중 전략적으로 두 사람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실제 이상으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특히 외신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두 사람을 ▲대만 출신(本省人)과 대륙 출신(外省人) ▲양안의 통일 지향과 독립 지향 ▲민주인사와 반민주인사 등 이분법적 도식에 의해 비교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차이와 그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향후 대만의 정치상황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대만출신과 대륙출신이라는 차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대만사회가 안고 있는 독특한 문제로서 이 차이는 분명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대만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대륙과 무관하게 살았고 해방 이후 장졔스 국민당 정부가 대만에 정착하는 과도기에는 본성인과 외성인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특히 1947년의 ‘2·28 사건(본토 대만인들과 국민당 정부 사이에 빚어진 대규모 유혈 충돌)’은 대만인들의 가슴속에 지우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따라서 초기 국민당 정부는 그동안 대륙으로부터의 소외감이나 피해의식을 갖고 있던 대만인들에게 일본 식민통치정부보다도 못한 무능하고 부패한 압제자로 인식되었다. 이런 갈등과 불만은 대만사회 곳곳에 앙금으로 남게 되었다.

본성·외성 구분 큰 의미 없어



그러나 장징궈 사망 이후 순수한 대만 출신인 리덩후이가 총통직과 국민당 주석직을 승계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대륙인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국민당 정권의 최고권력을 처음으로 대만 출신이 장악했다는 것은 대만인들에게 엄청난 의미였다. 이를 기점으로 국민당의 대만화와 대만 정국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천수이볜 정부의 등장은 대만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민진당에 기반한 대만 출신 총통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대만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본성인과 외성인이라는 차이는 대만 정국에서 나타나는 모든 갈등, 대립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변수에 불과했다. 즉 본성인과 외성인은 민진당과 국민당, 천수이볜과 롄잔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나 과거와 같이 절대적인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 사회에서도 본성인과 외성인 간 갈등이 크게 완화됐다. 본성인들이 대만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점과 더불어 점차 외성인 1세들이 사라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본성·외성의 구분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천수이볜과 롄잔이 양안의 독립 혹은 통일 문제에 있어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즉 천 총통은 독립에, 롄잔은 통일에 집착하는 것으로 단순화시켜 비교하는 것은 적절히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 총통은 급격한 대만 독립주의자(臺獨分子)로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롄잔 역시 대만의 독립을 반대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게 부담스럽다. 다만 천 총통이 주권국가로서 대만을 강조하는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제기하며 보다 공세적인 대륙정책을 취하는 반면, 롄잔은 무리한 독립 기도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자초하는 것은 대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이들은 양안의 통일과 독립 문제가 이미 자신들 능력 밖의 일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대만문제는 ‘지구상에 중국은 오직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분’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과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정치실체로서 국제적 승인을 요구하는 대만이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어느 한쪽도 완전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대만문제와 양안관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요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양안관계가 이미 중국과 대만의 특정 지도자나 정치세력이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내외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만의 총통선거 결과가 양안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중국, 대만 그리고 미국이라는 애증의 삼각관계 속에서 제한적인 변화만이 가능할 것이다. 향후 양안관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들 세 가지 요인을 분석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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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정치hmoo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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