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시선집중

나타났다 사라진 ‘황우석’이란 ‘상처’

박기영 前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글·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사진·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입력2017-08-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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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네 번째 인사 낙마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상처를 건드림으로써 발생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나흘 만에 자진사퇴한 박기영(59) 순천대학교 교수가 그렇다.

    박 교수는 2004년 ‘황우석 사태’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다. 조작 논문으로 밝혀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구설에 올랐고, 황 전 교수로부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연구 과제를 위탁받아 연구비 일부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8월 7일 청와대는 20조 원의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을 주무르는 실세 자리에 그를 발탁하면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여론은 들끓었다. 황 전 교수를 적극 비호했던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서울대 교수들은 임용 반대 성명을 냈다. 과학계는 경질을 촉구했다. 청와대가 “과(過)가 적지 않지만 공(功)도 함께 봐달라”며 감쌌지만 반대 여론은 더 거세지기만 했다. 결국 박 교수는 11일 자진 사퇴했다. 

    식물분자생물학 분야 과학자인 박 교수는 2002년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와 첫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보좌관으로 재직하다 황우석 사태로 사임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이번에 중앙 정치 무대에 다시 얼굴을 내밀기까지 10여 년간 그는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언저리에 있어왔다. 지난 두 번의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노무현재단 전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로도 활동했다.



    초단기 임기를 마치고 전남 순천 집으로 돌아갔다는 박 교수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황우석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황우석 스타 만들기에 가장 앞장선 것도 우리 사회 모두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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