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가 발휘한 CG기술

없는 것을 있게, 있는 것을 사라지게

  • 글: 장병원 ‘Film 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입력2004-04-29 16: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스크린이 터질 듯 밀려 내려오는 중공군, 대구역에 운집한 거대한 피난 인파, 그리고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 파편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을 1950년 한국전쟁 당시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 데에는 CG기술의 힘이 컸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가 발휘한 CG기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의 시사회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 일손을 놓지 못했던 사람은 5년간 이 순간을 학수고대해온 강제규 감독만이 아니었다. 그에 못지않게 최후의 일각까지 좀더 나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 바로 이 영화의 CG(Computer Graphic)를 책임진 ‘인사이트 비주얼’ 직원들이다. 그들은 설날 연휴까지 반납한 채 컴퓨터와 씨름했다. 강 감독은 CG팀에 마지막까지 작업을 독려했다. CG가 ‘태극기’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면이 ‘태극기’ CG팀을 괴롭혔다. 극중 하이라이트인 두밀령 전투에서 전투기가 참호를 덮치며 폭발하는 신이 그것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코르셰어’라는 쌍발 전투기는 온전히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들어야 했다. 당초 실사와 CG를 합성할 계획이었지만, 군(軍) 당국이 촬영 협조를 취소하는 바람에 100% CG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전투기 신은 ‘태극기’의 컴퓨터 그래픽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태극기’의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를 맡은 인사이트 비주얼의 강종익 실장은 “잘 봐줘서 한 60점 정도”라고 이 신의 완성도를 자평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 단계에서는 그래픽만으로 전투기의 역동적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리라는 뜻이다. 강 실장은 요즘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를 주인공으로 한 차기작 ‘청연’에서 ‘태극기’의 못다 푼 한을 풀고자 벼르고 있다.

    영화 후반 작업의 ‘꽃’

    영화의 후반작업은 촬영과정에서의 미비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이다. 그 동안 영화의 운명을 결정하는 후반작업에서 가장 중시됐던 것은 ‘편집’이었다. 편집이 영화의 탄생과 더불어 영화 역사를 함께한 전통적 작업이라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CG는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진 영화 후반작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CG는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CG의 도입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에 CG란 생계조차 보장하지 않는 가시밭길이었다. 조악한 장비와 많지 않은 전문인력, CG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 등 난제가 쌓여 있었다.

    CG작업에는 촬영이나 조명, 미술 등 다른 팀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CG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던 것이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한 CG 전문가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CG팀을 창작부서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영화제작의 각 영역이 분업화되는 추세에서 CG가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CG는 기술적 핸디캡을 보완할 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비주얼을 좌우할 만큼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영화는 여전히 할리우드의 거대한 물량에 비하면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할리우드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국 영화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면 CG와 같은 기술파트를 반드시 발전시켜야한다.

    강종익 실장은 “한국영화의 CG기술은 할리우드 수준의 70% 정도”라고 말한다. 그는 “기술력은 결국 역사의 차이인데, 한국영화는 최대 2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 장비의 수준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인력, 기술, 자본 등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그 원인을 지적한다.

    길게 봐야 10년 안팎인 한국영화의 CG 역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하지만 후반작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CG에 대한 투자도 과감해지고 있다. ‘태극기’는 CG에만 1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어 이 분야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촬영이나 조명, 미술 등 각 파트와의 긴밀한 공조 부족, 촉박한 작업시간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코미디, 멜로영화까지 영역 확장

    영화 장르의 다양화와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잘린 목이나 팔, 피칠갑을 한 잔혹 영상을 창조하는 특수분장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공포나 스릴러 영화 덕분이다. 총격 신이나 폭파 장면에 필요한 특수효과, 와이어를 통한 액션이 가능해진 것 또한 액션 장르의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CG기술의 발전은 SF, 공포, 판타지 등 상상력의 지평을 확장하는 장르의 발전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문인력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작업했던 CG업계에는 이제 CG전문가를 꿈꾸는 젊은 재주꾼들로 넘쳐난다. 인사이트 비주얼, 모팩, 매커드, 풍년상회 등 CG업체의 수도 늘어났다. CG가 한 편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말부터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멜로나 코미디 등 흥행 안전제일의 장르 선택, 스타 시스템, 드라마로 승부를 거는 등 이전까지의 영화계 풍토가 CG 같은 기술적 실험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알려진 것보다 CG의 효용은 다양하다. CG엔 평면 그래픽을 이용한 2D기술과 입체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3D기술이 골고루 활용되고 있다. SF나 공포 등 판타스틱 장르뿐 아니라 최근엔 코미디, 스릴러, 멜로 등 전통 장르에도 CG가 활용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이래 CG는 눈이 휘둥그래지는 비주얼이나 스펙터클한 장면이 아닌,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데도 쓰이기 시작했다. 5월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포레스트 검프’의 유명한 CG커트를 패러디한 장면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한 액션 신의 와이어를 지우는 작업(‘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라한-장풍대작전’), 촬영한 필름을 컴퓨터에 집어넣고 스캐닝으로 화면의 질감과 톤을 균일하게 맞추는 디지털 색보정(‘화산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블루 매트(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촬영한 두 장면을 합성하기 위해 후면에 대는 푸른 영사막)를 통한 화면 합성…. 이 모든 것이 CG팀의 몫이다. 최근 개봉한 범죄 누아르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진가를 발휘한 현란한 화면 분할과 장면 전환도 CG기술이 이룩한 성과이다.

    이들 중에 최근 CG기술의 개가로 평가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CG 캐릭터이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은 CG 캐릭터가 어디까지 진화했는가를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골룸은 분장을 하고 액션을 취하는 배우를 모션캡처 카메라로 찍은 후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 CG로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이렇게 창조된 디지털 인간에 배경과 액션을 입력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물이 된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골룸뿐만 아니라 전투 장면에서 떼지어 등장하는 전사들과 오크가 CG의 힘을 빌려 창조됐다.

    ‘태극기’에서도 이 같은 CG 캐릭터가 적극 활용됐다.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는 디지털 캐릭터는 사람이 있으면 피해가고,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지녔다. 그러나 관건은 감정 없는 디지털 인간에게 어떻게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을 것인가 였다. ‘태극기’는 디지털 캐릭터의 액션, 표정, 질감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꼬박 두 달 이상을 할애했다. 장대하게 이어지는 피난 행렬 장면, 새카맣게 쏟아져 내려오는 중공군의 인해 전술, 국군의 진격 장면 등에서 디지털 캐릭터는 살아 있는 인간만큼이나 영화의 사실감을 더하는 데 기여했다.

    전신주 사라지게 만들어

    한국영화에서 CG의 효용성은 무엇보다도 영화제작의 각종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신묘한 능력에 있다. 제작비 절감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 외에도 자본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의 재현이나 작가의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창조적 기능이 강조되는 추세다. 예컨대 ‘태극기’는 1950년대라는 과거의 재현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 영화에서 CG는 한국전쟁 당시로 영화의 시간을 되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태극기’는 야외촬영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식건물들과 전신주 등이 카메라에 찍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블루 스크린 합성 등 CG기술을 통해 거대한 피난 행렬, 대구역에 운집한 피난 인파 장면에서 신식건물이나 전신주 등을 완벽하게 지웠다. 또 전투 상황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파편과 먼지,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총탄의 궤적 등은 CG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완성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또 CG기술은 전투기와 장갑차, 탱크, 총, 화기, 박격포를 망라한 각종 무기류, 그리고 인간의 피와 살점을 창조했다. 과연 CG기술은 이 영화에서 없는 것을 있게 하고 있는 것을 사라지게 하는, 또 한 대의 카메라 이상의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이쯤이면 ‘태극기’는 한국영화가 가용할 수 있는 온갖 CG기술을 집대성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CG기술의 놀라운 진보에도 불구하고 영화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오해들이 있다. CG 만능주의가 그 하나요, CG 과시주의가 그 둘이다. 이 둘은 현장에서 CG 스태프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질곡이기도 하다.

    강종익 실장은 “제작자나 감독이 CG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안 되는 걸 만들어내라고 요구할 때 가장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CG 활용에 대한 명확한 사전설계 없이 촬영한 다음, 미비한 부분을 CG로 메우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CG는 완성도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결점을 보완하는 미봉책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공동경비구역 JSA’ ‘화산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빙우’ 등을 작업한 모팩 스튜디오의 장성호 실장 역시 “과거에는 막무가내로 CG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없는 것을 있게 하는 것이 CG이긴 하지만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요술방망이도 아닌 것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가 발휘한 CG기술

    반복 촬영과 합성 등의 CG작업으로 탄생한 수십만 명의 중공군 장면. 강제규 감독은 “화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주문했다.

    ‘돈을 들여 CG를 쓴 장면’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한국영화가 유독 SF장르에 취약한 이유는 CG기술의 수준이 미래사회를 완벽하게 재현 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CG로 재현한 미래사회가 얼마나 그럴듯한가’로 SF영화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CG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조작의 흔적을 지우는 것. 바로 여기에 진정한 CG의 본령이 있다.

    CG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테크닉이라고 믿는 것도 오해이다. 이러한 맹신은 CG에 대한 총체적인 오해에서 비롯된다.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시각효과 디자이너 이석연 감독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CG보다 효과적인 것은 실사의 힘을 빌린 CG”라고 말한다. ‘원더풀 데이즈’에는 허다한 CG기술이 쓰였지만 그 중 핵심은 미니어처(실물 모양을 본따 정교하게 축소해서 만든 촬영용 모형) 촬영이었다. ‘실사보다 더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요즘 추세에서 정교한 미니어처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필수요건이었다.

    즉 감쪽같은 CG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근사한 실사 장면인 셈이다. 가령 비행기를 순전히 CG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실제 비행기 장면을 찍어 CG로 다듬는 게 훨씬 그럴듯하다. CG 스태프들이 촬영현장에 상주하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오늘날 영화에 쓰이는 CG는 순수 기술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스펙터클의 한계치를 보여준다. CG란 아날로그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볼거리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영화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 쾌락은 기발한 인간 상상력의 실현, 거대한 규모의 스펙터클, 표현의 한계에 도전하는 실험들로 채워진다. 한국영화 역시 이 같은 도전을 보여준다. ‘내추럴 시티’ ‘지구를 지켜라!’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그러하다.

    지난해 개봉한 ‘내추럴 시티’와 올해 화제작 ‘태극기’는 한국영화가 도달한 CG기술의 양극단을 대표한다. ‘내추럴 시티’가 상상력의 스펙터클을 끌어내려 했다면 ‘태극기’는 재현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블레이드 러너’ ‘제5 원소’등 선배격인 SF 걸작들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는 ‘내추럴 시티’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미래 영화의 비주얼 창조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를 보여준 시험대였다. 그런 만큼 이 영화는 기존 SF영화들의 관습이나 익숙한 장면에 근접한 결과를 거둬야 했다.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사회의 꼴과 무관한 장면은 ‘모델 없는 재현물’에 불과하다.

    이와 반대로 ‘태극기’는 책이나 다큐멘터리, 혹은 기존 영화를 통해 알려진 ‘실존 전쟁’의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재현의 사실감이 중요했다. 강종익 실장은 강제규 감독이 작성한 콘티를 보고 덜컥 겁이 났다고 고백한다. 콘티에는 ‘과연 우리가 이러한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희귀한 장면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각종 무기와 포화가 난무하는 전쟁의 스펙터클도 문제였지만, 전장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정점은 중공군이 밀려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5분짜리 이 장면을 만들면서 CG팀에서는 중공군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강제규 감독은 ‘화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원했다. CG팀은 ‘반지의 제왕’을 참고하면서 200여명의 인원으로 반복 촬영과 합성을 통해 수십만 명의 중공군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5개월이었다.

    모팩스튜디오가 작업한 ‘YMCA 야구단’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위한 기교가 쓰였다. 신문물이 넘쳐 나는 20세기 초 종로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4개월을 들여 4개동의 세트를 세웠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 세트 외에 수백 채의 가옥은 모두 CG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었다. ‘구경거리의 예술’인 영화에서 볼거리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될 것이다. 스펙터클에 거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CG가 담당해야 할 몫은 날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CG와 같은 선진 영화기술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산업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감생심 CG를 통해 할리우드 수준의 화면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들어낸 할리우드의 시각효과 스튜디오 ILM에는 2000명, ‘반지의 제왕’의 광대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낸 뉴질랜드의 웨타 디지털에는 400명의 CG 전문인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잘 나가는 CG업체라고 해도 20명 내외의 인력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편이다. ILM이 CG 한 컷을 만드는 데 쓰는 비용이 평균 1억원 이상이고 웨타 디지털이 1000만원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은 15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기술과 재능을 받쳐주는 지원, 체계적인 인프라의 구축 또한 절실한 과제다.

    할리우드의 뒤를 쫓다

    CG는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재현의 수단이다. 아무리 탁월한 CG라도 기술적인 완성도가 영화의 가치를 결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술적 노하우의 축적, 장비의 첨단화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원더풀 데이즈’의 이석연 감독은 “한국영화 CG에 있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빼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창조력이 부재하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기술력과 상상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CG가 부리는 영화적 환각의 마술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오랜 기간 그 누구도 섣불리 뛰어들지 않았던 미개척지를 갈고 닦는 작업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