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탈(脫)원전을 다시 생각한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쟁점 분석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1/6
  • ● 정부·여당 일방적 탈원전 띄우기
  • ● 중단되면 2조6000억 피해 vs 건설보다 해체 시장 더 커
  • ● “탈원전 공약도 공론화 대상 포함해야”
  • ● 전문가들 “전기요금 인상” vs 정부 “안 오른다”
  • ● “5·6호기 건설하고 희생양 찾는 건 반대”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신고리 원전 3~6호기 조감도.

‘마주 달리는 기관차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그 형국이 마주 달리는 두 기관차 같다. 청와대·여권·환경단체 중심의 탈원전 측과 원자력계·야권·일부 지역 주민이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쪽은 시대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단언한다. 다른 한쪽은 원전이 우리나라 전력의 30%를 생산하는데 대체할 만한 새 에너지원이 마련되지 못한 시점에서 급속한 탈원전이 과연 올바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긴급 현안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두고서도 시각이 너무 다르다. 공론화의 적법성 여부를 비롯해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양측 주장의 간극이 너무 크다. 정부 여당이 친원전 단체나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압박해 공론화 자체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부장은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공론화 절차가 사회적 갈등의 시작점이 된 모양새다”라고 했다.

갈등 소지가 있는 사회적 현안을 ‘참여와 숙의(熟議)적 토론’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이견을 해소하는 공론화 절차는 선진적인 공공정책 결정 프로세스다. 잘만 마무리 짓는다면 길이 남을 역사적 ‘기념비’가 될 수 있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는 “사회적 갈등도 건설적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의 엔진”이라며 “공론화위를 통해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 어떻게 진행되나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7월 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 www.sgr56.go.kr)는 10월 21일까지 3개월의 활동 기간에 숙의 등의 과정을 거쳐 ‘시민대표참여단(이하 시민참여단)’의 찬반 비율을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가 이를 해석해 공사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역할을 정하기까지 공론화위와 정부는 한동안 ‘공’을 서로에게 미루며 시작부터 혼선을 빚었다. 정부는 원래 공론화위가 구성한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 27일 공론화위가 여론에 밀려 “찬반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다음 날인 28일 청와대가 “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면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최종 결정 주체는 정부가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공론화위는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에 공론 조사 참여자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만을 담기로 했다.

문제는 찬성 또는 반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시민대표참여단 논의 결과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이 49대 51 정도로 팽팽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공론화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8월 1~3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찬반 여론도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월 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이 42%, ‘계속해야 한다’는 답변이 40%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9%는 ‘잘 모르겠다’며 의견을 유보했다. 하지만 원전 자체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찬핵(59%)은 탈핵(32%)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당장 친(親)원전 단체들은 “공사 중단 찬성 기준은 ‘사회적 합’으로 통용되는 60∼70%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론화위는 “찬반 판단 기준을 몇 %로 할지, 이 기준을 공론화위가 보고서에 제시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3의 길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신고리 5·6호기는 건설하고, 낡은 원전을 중지하는 방안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 형국이 되면 안 된다”며 “원전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면 운전을 정지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중 진행될 1차 여론조사 규모는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2만 명으로 확정됐다. 2차 공론조사 대상인 시민참여단 규모는 최다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개인 사정 등으로 1박 2일 합숙토론에 참여하지 못할 인원을 감안하면 3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료집 숙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토론회 등의 숙의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 최종 3차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3개월 동안의 공론화 기간에 논란이 될 사안들을 정리했다.

시민참여단 누가 포함되나

공론화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학계 의견이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방식’(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가능하지만 대표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역 주민을 시민참여단에 추가해 참여시키는 방식’(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이사)도 가능할 것이다. 할당 표본을 추출할 때 성별, 연령, 지역, 직업 기준에 소득 기준도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다.

일부 원자력계 인사와 매체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원전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할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반대 논리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전 문제는 국민이 판단할 선호의 문제이므로 공론화위원회에 원전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원전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다만 국민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할 때는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론화 의제에 포함될 내용은
정부는 공론화 의제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로 한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에너지 정책, 원전의 장단점, 대안 에너지 전망 등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투표 의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국한된다 해도 ‘토론 의제’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역사와 현황, 원전 비중의 적정성, 대안 에너지의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

박진 KDI 교수는 “대통령이 더 근본적인 안건인 ‘탈원전’을 공약으로 결정해놓고, 건설 중인 원전의 중단 여부만 민주 절차에 따른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선에 승리했다고, 모든 공약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약은 적절한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정책이 된다.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부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용 후 핵연료(폐연료봉)를 처리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활동가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을 성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전이 값싼 전기를 공급해 우리나라 산업을 성장시켜왔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소비와 에너지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1/6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댓글 창 닫기

2017/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