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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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규 나주시장 “나주가 한전공대 최적지”

  • 나주=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7-08-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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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밸리와 시너지 일으킬 것
    • 시골 부락이 고층건물 군락으로
    • 에너지 新산업 거점이 나주의 미래
    전라도는 전주의 전(全)과 나주의 라(羅)를 합해 지어진 이름이다. 999년 전(고려 현종 9년) 나주 일원 해양도(海陽道)와 전주 일원 강남도(江南道)를 합쳐 전라도로 일컬었으니 내년이 정명(定名) 1000년이다. 나주는 마한 시대부터 영산강 유역의 중심지였으나 근대화 및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나주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한적하던 시골 부락이 고층 건물 군락으로 변모했다. 공공기관 이전 덕분에 12년 만에 인구 10만 명을 회복해 시(市)에 걸맞은 덩치를 갖췄다. 미래 성장동력도 찾아냈다. ‘대한민국 에너지 신(新)산업의 거점’이 되겠다는 포부다.

    나주에 전남·광주가 공동으로 조성한 빛가람혁신도시가 섰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이 둥지를 틀었다(7월 15일 현재). 수도권과 인근 시·군에서 이주한 이들로 도시가 분주해졌다.

    한전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도 순항 중이다. 글로벌 기업 GE(General Electric Company)가 한전과 손잡고 투자에 시동을 걸었으며 200여 개 기업과 협약을 맺었다. 나주시는 한전공대(KepcoTech) 유치를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삼으려고 한다.

    7월 20일 강인규 나주시장을 만나 나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산·학·연 공조 기반 구축

    에너지밸리 프로젝트의 진행이 순풍에 돛 단 듯하다.
    “실리콘밸리(미국), 시스타사이언스파크(스웨덴)와 비슷한 형태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에너지밸리는 빛가람혁신도시와 나주혁신산단을 거점으로 삼아 500개 넘는 기업을 유치한다. 3만 개 넘는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에너지밸리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신산업 메카’로 나아갈 기반을 다진다.

    혁신산단에 유치한 한전 에너지신기술 실증센터가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다. 또한 산학융합지구 유치, 에너지밸리 연구개발센터 설립, 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 구축 등 산·학·연 클러스터의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에너지밸리가 포함됐다. 국정 과제가 됨으로써 중앙정부의 역할이 커졌으며 지원 근거도 확보됐다. 에너지밸리는 지역민 일자리 창출에 따른 경제 규모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촉매 구실을 하면서 광주·전남 상생 발전을 견인하는 마중물이자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한전공대 설립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들어갔다.
    “한전공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성과물이 아니다. 혁신도시를 에너지 수도로 키워내고자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해온 사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지사로 일할 때 조환익 한전 사장과 논의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후보 때 혁신도시를 방문하면서 구체화됐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된 후 공약으로 확정됐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한전공대가 포함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은 옳지 않다. 한전공대 설립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집권 초기에 물 흐르듯 이뤄져야 한다. 나주, 광주가 물밑에서 다툰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유치 경쟁은 한전공대 설립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멀리 서면 숲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만 보인다. 숲을 봐야 할 때와 나무를 봐야 할 때가 따로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신(新)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신기술 실증센터, 에너지밸리 연구개발센터 등 산·학·연 공조 기반을 구축해온 나주시에 한전공대가 터를 잡는 게 옳다. 에너지 기업과의 유기적 협력, 상생 발전을 도모하려면 혁신도시 인근에 한전공대가 들어서야 한다.”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키워야”

    한전공대는 어떤 역할을 하나.  
    “수도권 서울대 공대, 영남권 포항공대, 충청권 KAIST와 더불어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키워내는 호남권 공과대학이다. 광주·전남에 위치한 공과대학 및 광주과학기술원과 역할과 기능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 한전공대가 정원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산업에 특화하면 인근 대학들의 우려는 사라질 것이다. 타 대학 인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으면서 경쟁력을 제고해 기존 공과대학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다.”

    한전공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 같다.   
    “포항공대 사례를 보면 학생 1인당 연간 소비가 1800만 원에 달한다. 각종 연구소 등 대학 부설 기관이 함께 설립되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더욱 커진다. 정주 여건이 개선되면서 도시 기능도 확대될 것이다. 에너지 분야 산·학·연 클러스터가 터를 잡은 혁신도시 인근에 한전공대가 세워지면 지역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경제가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전공대 또한 에너지 산업에 특화한 명문대학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다. 2014년 민선 6기에 들어설 때 일자리 공약으로 민간, 공공 부문 각 3000개 일자리를 3년 안에 만들겠다고 시민께 약속드렸다. ‘3·3·3 행복 일자리’가 그것이다.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는 8139개다. 지역공동체, 노인 일자리, 공공근로, 자활사업 등 공공부문에서 4009개, 민간부문에서 413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 한전 등 공공기관과 연관된 209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그중 135개 기업과는 분양 계약을 완료했다. 기업 유치에 따른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은 3000개로 예상된다. 에너지밸리와 관련된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전해오고 있기에 목표로 삼은 것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문화유산은 나주의 보물”

    나주는 고대 마한 시대부터 영산강 유역의 중심지였다.
    “나주는 전주와 함께 전라도의 양대 축이다. 나주인은 이곳의 역사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졌다. 자존심이 강한 데다, 선비 정신도 맥을 잇는다. 1929년 광주학생의거도 나주역에서 발생한 조선 여학생 희롱 사건이 불씨가 됐다.

    전라도는 산업화 시기 발전이 더딘 지역이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역사와 전통문화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곳이다. 특히 나주는 마한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문화유산을 품에 안았다. 나주는 고분의 도시다. 올해로 발굴 100주년을 맞은 국보 295호 금동관이 출토된 반남면 신촌리 일대를 비롯해 마한과 백제 400여 년을 아우르는 세계 최초 아파트형 고분인 복암리 일원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마한의 무덤 양식인 옹관과 가마시설이던 오량동 요지, 금동신발이 발견된 정촌고분 등은 ‘마한 박물관’과 다름없다. 영산강 유역에 산재한 고대 유적에서는 마한, 삼국(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서역에서 들어온 유물이 줄줄이 출토된다.

    역사와 문화가 도시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가공되지 않은 원석으로 남아 있는 영산강 유역의 유산은 새로운 1000년을 맞이할 나주의 보물이다. 민선 6기 나주시는 마한문화축제, 마한교과서 발간 및 배포, 고고학 관련 학술대회 개최 등 마한 문화에 대한 재조명과 이해를 돕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전라도 정명 1000년’은 나주시에 특히 의미가 크겠다.
    “내년은 전라도의 위대한 1000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다. 나주는 정명 1000년을 맞아 새로운 1000년을 준비한다. 나주인의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 함양을 위한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나주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1000년의 청사진을 대내외에 선포할 예정이다. 10월 18일 금성관(조선시대 나주목 객사)에서 ‘정명 1000년 D-1년 기념식 및 음악회’를 연다.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꾸려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비전을 실현하는 마중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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