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호

24조에서 209조까지…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정치적 고려 ●주먹구구 계산 ●명확한 기준 不在

  • 글: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joseon@riia.re.kr

    입력2004-06-30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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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재편과 감축문제가 본격화하면서 대북억제력을 유지하고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에 관한 분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방부, 국방연구원, 국회 등 기관별로 그 결과가 다르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했으며 어떤 함의를 담고 있나.
    24조에서 209조까지…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6월10일 경기도 행주대교 부근에서 한미 양국군이 연합도하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 6월6일 개최된 GPR(해외미군재배치계획)협상에서 미국측은 2005년 말까지 주한 미 지상군 1만2500명을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우리측에 전달해왔다. 주한 미2사단 2여단 병력 3600명의 이라크 차출방침에 이어, GPR에 따라 1만2500명이 더 감축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예상해 작년부터 ‘협력적 자주국방 10개년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감축 예정시기가 당겨지자 정부는 오는 2007년 용산기지 이전작업이 마무리되고 우리 군의 전력재배치와 화력보강이 이루어진 뒤에 주한미군의 감축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주독미군, 주일미군을 포함하여 세계 차원의 GPR에 따라 이루어지는 만큼 우리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대북 억지능력을 유지하고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이루는 이른바 ‘자주국방’을 대응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주국방의 정확한 청사진은 무엇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부 등 관련기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예측에 담긴 함의는 무엇인지, 과연 우리가 이를 부담할 능력은 갖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현재 한미연합군은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해 두 개의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그동안 한미 연합작전계획은 ‘작계5027’ 단일체계로 운용되었지만, 2004년을 기점으로 ‘작계5027’과 ‘작계5026’의 양대 체계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작계5027-04’는 북한군의 전면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기존의 6단계 작전시행을 4단계로 간편화했으며, 이전에 비해 공세작전으로 전환하는 시한을 축소했다. ‘작계5026’은 지난해에 수립된 수도권방어강화 작전계획으로, 전장 초반부터 압도적인 공중타격력과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하여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무력화시키고 조기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작계5027’의 공세적 방어전략

    만약 북한군이 전면 남침해온다면, 먼저 휴전선 일대에 포진된 기간포대 및 620포병군단, 강동포병군단의 장사정포와 방사포로 집중포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러한 선제공격에는 서울과 군사령부 및 군사시설을 향한 포병군단의 장거리 포격과 남한전역의 공항, 항만, C4I시설에 대한 미사일공격이 수반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전쟁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민간인 밀집지역에 집중포화를 가할 가능성도 높다. 극단적인 경우 장사정포나 미사일에 생화학무기를 장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계5026’은 바로 이러한 북한군의 수도권 선제공격에 대비한 전쟁계획으로 그 주요내용은 ▲유사시 전방지역의 북한 장사정포를 정밀공격하여 수도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정권의 수뇌부에게 족집게공격을 가하여 북한군의 전쟁지휘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며 ▲핵 및 생화학무기, 미사일 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및 통신시설 등을 초정밀공격해 북한의 전쟁능력을 조기에 마비시킨다는 것 등이다.

    만약 한미연합군의 작계5026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북한군은 대규모 포격이 끝나자마자 1, 2, 4, 5군단과 820전차군단, 806, 815 기계화군단의 남하작전을 감행할 것이다. 한반도는 산악이 많기 때문에 북한군이 전면 남침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축선(corridor)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지상군의 남침경로로는 개성-문산-서울 축선과 철원-의정부-서울 축선, 그리고 화천-춘천 축선 및 간성-속초 축선이 있다. 서울로 들어오는 두 개의 축선과 화천-춘천 축선은 다시 중남부 지역의 교통요지인 장호원 일대에서 만나게 된다.

    북한군의 전면 남하가 시작되면, 전쟁 발발 7시간 이내에 한국군 예비사단의 첫 증원부대가 전선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72시간 내에 서부전선의 제3군 예하 3개 군단, 즉 1군단, 5군단, 6군단이 각각 3개 사단편성에서 6개 사단편성으로 두 배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서부전선에서 총 18개 사단이 북한군의 전면남침에 대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한미연합군이 전면남침하는 북한군을 휴전선 남쪽 20~30km선에서 저지하면 그동안 미 전시증원군이 증파되어 북한군을 격퇴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연합군은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륙작전과 공중강습작전을 통해 북진을 병행하게 된다. 이는 한반도의 종심(縱深)이 짧은 데 비해 북한군의 병력이 많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이 방어선 일대에 집중하는 것보다 북진을 통해 여러 곳에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작계5027’이 상정하고 있는 공세적 방어전략이다.

    따라서 포병부대와 전차부대로 이루어진 방어선에서 한미연합군의 저지부대가 북한군의 남하를 막는 사이에, 한미연합군의 기동타격부대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적진을 돌파 내지 우회하여 공중강습작전을 감행하게 된다. 최정예 기계화부대로 이루어진 제7군단은 장호원에서 이천, 남한산성에 이르는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침략해오는 북한군에 대해 고속기동전을 수행한다.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미3기갑군단이 투입되면 본격적인 북진 반격전을 전개한다. 한미연합해병대는 동서해안에 상륙하여 제2전선을 구축하고, 특전부대는 북한 내륙지역에 침투하여 동시다발로 평양을 포위하여 북한정권을 붕괴시킨다.

    1만2500명 감축은 안보공백?

    문제는 한미연합군의 공세적 방어전략에서 주한 미 지상군이 빠졌을 경우 한국군 단독으로 작전수행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현재 주한미군의 감축규모와 시기는 미국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우리 정부가 추후협상을 통해 감축시기를 다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만2500명이라는 감축규모는 전세계 병력재배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의 감축 이후 한미연합전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부대가 감축대상인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직 미국측이 구체적인 안을 한국정부에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감축대상이 되는 주한미군 부대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제2차 ‘미래 한미동맹(FOTA, Future of the Alliance) 정책구상’ 회의에서 미국측이 한국군에게 이양받도록 요구한 10대 임무로부터 유추해볼 수 있다.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한국군이 이양받기로 한 10대 임무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경비 ▲다연장로켓에 의한 북 지하포병진지 파괴작전(Counter Fire HQ) ▲아파치헬기에 의한 북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감시와 저지 ▲후방지역 화생방오염의 제거 ▲전시 지뢰살포작전(Rapid Land Mine Emplacement) ▲수색·구조작전, 폭격유도 등 전선통제 ▲공대지 사격장 관리(Air to Ground Range Management) ▲헌병 전장순환통제(Military Police Battlefield Circulation) 등이다. 이 가운데 대(對)화력전 수행본부(Counter Fire HQ) 임무는 2005년 10월을 목표시점으로 하여 한국군의 임무능력을 6개월 단위로 측정한 뒤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때 이양받기로 했다.

    이러한 10대 임무로 미루어볼 때 감축되는 부대는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라크로 차출되는 미2사단 2여단 3600명에 미2사단 포병여단 2000여명의 감축이 가능하다. 미2사단 포병여단은 지금까지 한미연합군 수도권 방공전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지만, 한국군이 대(對)화력전 수행본부 임무를 조기에 이양받으면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미2사단 1여단이 잔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1여단도 철수하고 대신 1개 스트라이커여단(3600명)이 대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여단 내 공격헬기대대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서해안에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고 북한지역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감시와 저지 임무를 한국군에게 이양하게 되면 이 부대도 감축할 수 있다. 결국 항공여단 중 1000명 정도가 감축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공병여단 2000여명, 사단지원사령부 요원 2000여 명을 합쳐 총 1만600명 정도가 감축된다. 이처럼 미2사단 병력의 상당수가 철수하게 되고, 미8군 사령부 및 산하 의무·헌병·경리 관련 부대병력 1000명, 오산이나 군산에 있는 미 제7공군 지원병력 약 1000명이 감축된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 감축인원은 대략 1만 2500명이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감축된 미 2사단의 전력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앞으로 4년간 110억달러 규모의 전력증강을 추진하면서 서해안에 1개 중여단의 장비를 사전집적해놓고, 신속기동군(BCT) 형태의 스트라이커여단도 순환배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상당정도 전력보완이 이루어지리라 생각된다. 특히 오키나와나 괌 등지의 미 공군 증강배치와 한미연합체제의 유지도 한반도의 안보공백을 최소화해 줄 것이다.

    지난 5월25일 미8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참모장인 찰스 캠벨 중장이 밝힌 것처럼, 주한 미 지상군이 줄더라도 전장에 필요한 미사일 방어병력, 전장에 대비한 사전배치 물자 보호병력, 1통신여단 및 501정보여단 등 필수적인 병력이 남아 한미연합체제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과 돈

    따라서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에 따른 한반도의 안보공백은 우리가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주한미군의 10대 임무를 우리 군이 순조롭게 이양받는다면 일단 대북 억제력은 갖추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게 될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의 조달에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조기감축에 따라 과연 단기간 내에 전력공백을 메울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24조에서 209조까지…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KF-16 전투기

    현재 우리 군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에 대비하여 ‘협력적 자주국방 1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1단계로 북한군의 남침에 대해 우리 군과 잔류 주한미군으로 격퇴·방어하고, ▲2단계로 미 전시증원전력의 지원을 받아 북한군을 완전 제압하고 북한으로 진공해 군사적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방위의 한국화’라고는 해도 초기 방어전에서만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을 상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며, 이후 반격작전이나 군사적 통일에서는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협력적’ 자주국방인 것이다.

    따라서 ‘협력적 자주국방’ 계획은 초기 북한군의 남침에 대해 우리 군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쟁지휘능력, 전시 초기의 해상·공중 우세권, 조기경보·정보 능력, 수도권 방어 및 압도적인 반격능력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주한미군에 의존하면서 소홀히 해왔던 북한 전체에 대한 정보감시정찰능력, 통합적인 작전지휘통제능력, 장거리폭격능력,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보완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한 미 지상군의 감축이 발표대로 2005년 말이나 그 직후에 단행된다면, 정부가 자주국방을 조기에 달성하지 않는 한 안보공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 가장 큰 관건은 현재의 국가재정 형편에서 주한미군의 전력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한 자주국방비를 단기간 내에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국방비 증액의 불가피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4조, 55조, 209조…

    주한미군 3600명의 이라크 차출결정 이후 일부 언론은 주한미군 전력대체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을 비판해왔다. 비판의 상당부분은 무엇보다 ‘협력적 자주국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 소요에 대한 오해와 혼란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주국방비 소요는 주로 국방부나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발표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자주국방비 규모에 관해 내놓고 있는 추정치는 기관마다 크게 차이가 있어 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9월 한국국방연구원은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력투자비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64조원(국방비 소요는 170조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보고서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력소요와 국방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대북억제력뿐 아니라 주변국의 불특정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향후 20년간 총 209조원의 전력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정찰위성, 중장거리 정보수집체계, 중거리미사일, 중잠수함, 공중 공격편대군 구성전력, 사이버전 수행체계 등 전략적 억제전력비용으로 56조원 ▲기동군단·항공부대, 특전부대 편성장비, 차기구축함, 군수지원함, 항공전력, 차기전투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대공 방어체계 등 신속대응전력비용으로 98조원 ▲육군 지역군단 개선, 해군 해역함대개선, 공군지원기 개선 등 기반전력비용으로 55조원 등이 담겨 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9월26일 국방부가 발표한 ‘2004~08 국방중기계획’은 자주적 선진국방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구축에 목표를 두고, 향후 5년간 전력투자비 55조원이 필요하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이 중기계획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하는 데 있어, 국방부는 자위적 방위역량 조기구축을 위하여 전력투자비 배분비율을 2003년도 32.8%에서 2008년도 37.9%까지 상향 조정하고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치는 국방연구원이 추정한 같은 기간(2004~08년) 전력투자비 38조4000억원보다 무려 16조6000억원이나 많다.

    한편 지난 5월19일 박세환 한나라당 당시 의원은 국방조달본부 등의 자료를 토대로 ‘미2사단 대체전력 확보비용’이란 문건을 작성하여 발표했다. 이 문건은 미2사단 전력을 한국군이 대체할 경우 미2사단 보유장비의 단가와 총액을 계산하여 ▲MLRS(대구경다련장로켓포), M1A1전차 등 지상장비 26억9800여만 달러 ▲AH-64헬기 등 항공장비 18억2000여만달러 ▲스팅어미사일, 어벤져 미사일 등 대공화기 5200여만달러 등 총 45억7000여만달러(약 5조5000억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다 비축탄약과 탑재장비 비용을 포함시킨다면 미2사단 대체전력확보 비용이 5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수치들이 제시되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5월21일 NSC 사무처는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국가안보 지킨다’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에서 NSC는 “일부에서 자주국방을 위해 수백조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비가 추가로 소요된다는 과장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지금 수준에서 GDP 대비 3.2%대로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올린다고 해도 단순계산을 하면 10년간 도합 24조원이 추가로 소요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침 정부가 자주국방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내년도 국방예산을 GDP 3.2%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었던 터라 이 같은 NSC의 추정치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목표·기준·전제가 모두 달라

    이렇듯 조사기관이나 분석자마다 서로 다른 추정치를 내놓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앞에서 살펴본 자주국방비의 산정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박세환 의원이 제시한 5조5000억원은 주한미군 장비의 ‘대체비용’이고, 국방연구원에서 추정한 64조원(170조원)은 2004~10년까지 7년간 소요되는 ‘전력투자비’(국방비)이며, 국방부가 밝힌 55조원은 5년간(2004~08년)의 ‘전력투자비’이다. 반면 NSC가 설명한 24조원은 10년간(2005~14년)의 ‘추가소요 국방비’이다.

    이러한 국방비 산정방식은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다. 먼저 미2사단 보유장비의 대체비용으로 자주국방비를 추정하는 방식에 따르자면, 대체비용 5조5000억원은 2003년도 국방예산 17조4264억원의 31.5%이며, 전력투자비 5조7328억원의 95.7%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정방식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주국방의 비전이 단순히 주한미군이 담당했던 임무를 대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국형 국방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미군을 대체하는 전력의 상당부분이 이미 국방부가 추진중인 국방중기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어 추가 전력투자비가 대규모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만약 미2사단 장비의 대체만으로 자주국방을 이룰 수 있다면 이는 수년 내에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2004년도 국방예산내역만 살펴봐도 주한미군 장비의 대체만이 ‘협력적 자주국방’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4년도 전력투자비는 국방비의 33.3%인 6조293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계속사업은 K1A1전차, K-9자주포, 대구경다련장로켓포(MLRS), 한국형구축함, 7000톤급 이지스구축함, 1800톤급 잠수함, F-15K전투기, KF-16 추가생산, 지대공미사일 천마 등 197개 사업으로 6조1478억원의 예산이 반영되었으며, 2004년도 신규사업은 조기경보통제기, 3기갑여단 개편, 주한미군 이전사업 등 12개 사업으로 1452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이처럼 국방중기계획의 추진목표는 미2사단의 임무를 대체하여 북한의 전쟁도발을 독자적으로 억제하고 전쟁발발시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불특정위협에도 대처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데 있다.

    NSC의 ‘주먹구구식’ 추가소요 산출

    다음으로 국방부와 국방연구원의 국방비 추계가 다른 이유를 살펴보자. 국방부의 기준은 ‘자주국방의 조기달성’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GDP의 3.0%를 적정국방비로 보고 전력투자비 배분비율을 2003년도 32.8%에서 2008년도 37.9%까지 상향 조정하여 평균 34.6%로 잡았다. 반면 국방연구원측은 ‘건전재정’을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이 7~8%라는 가정 아래 국방비 부담률을 2.8%, 전력투자비 배분비율을 평균 35.1%(2004년 33.3% 2010년 37.0%)로 보고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5년 동안(2004~08년)의 전력투자비에 대한 국방연구원의 추정치가 국방부보다 훨씬 크게 나온 것이다.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국방비 대비 전력투자비를 33.3%에서 40%까지 점차 늘려 평균적으로 37.5%로 계산할 때, 2004~10년까지 자주국방의 토대마련을 위해 소요되는 전력투자비는 64조원, 국방비는 170조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64조원은 ‘추가소요 전력투자비’가 아니라 2004년에서 2010년까지 7년간의 ‘총 전력투자비’(경상운영비 제외)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값은 명목GDP 성장률 8%를 감안하고, GDP 대비 2.8%를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무리한 값이 아니다. 실제로 현재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대비하고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위해 국방부가 수립한 ‘자주국방 추진계획’은 이러한 예산범위 내에서 운용토록 되어 있다. 2020년 이후 대북억제력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불특정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는 자주국방을 완성하기 위해 향후 17년간(2004~20년) 전력투자비로 209조원이 필요하다는 추정내용도, 돌발적인 추가군사소요가 발생하지 않는 한 GDP 성장률 8%를 감안하고 건전재정의 원칙하에서 계산해보면 우리 재정능력상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오히려 NSC가 제시한 ‘추가소요 국방비’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이다. 국방연구원의 추산은 건전재정의 관점에서 국방비 증가율을 국민총생산 증가율과 일치시키고 있으며, 그리하여 GDP 대비 국방비의 비중을 2.8%로 일정하게 잡은 것이다. 반면 NSC의 계산은 GDP 대비 3.2%라는 기준에 국방비를 맞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앞으로 10년간(2005~14년)의 국방비 총액이 국방연구원의 추정치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24조에서 209조까지…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1차 실무대표회의에 참가하는 우리측 대표단이 6월10일 개성으로 가기 위해 도라산 남북 출입관리사무소에서 버스에 오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의 국방비 총액은 국방연구원 보고서에 따라 계산하면 296조원이 나오는 반면, NSC식 계산으로 하면 338조원이 된다. NSC 추정치가 42조원이나 더 많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 된다.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터무니없는 계산이 나온 것일까. 필자의 분석으로는 NSC의 주먹구구식 산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NSC는 금년도 국방비가 GDP 대비 2.8%인 18조9000억원이기 때문에, 당초 국방부 요구액인 3.2%를 들어주면 2조4000억원이 더 많은 21조3000억원이 된다고 보았다. 향후 10년(2005~14년) 동안 자주국방의 기반을 구축한다고 할 때, GDP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계산’해서 24조원이 추가로 든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GDP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게 되면 오히려 실질국방비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을 피하기 위해 국방연구원에서 적용한 GDP 성장률 8%를 넣고 계산해보면, 10년간 ‘추가소요 국방비’는 24조원이 아니라 37조5000억원이 나온다. 이러한 웃지 못할 계산결과는 아마도 NSC측이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비’를 우려하는 국민들을 무리하게 설득하려다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단순증강 대신 위협총량 줄여야

    주한미군의 감축 이후 우리 군이 추구해야 할 자주국방의 목표는 무엇인가. 자주국방의 이상적인 목표는 주변국의 불특정위협에 대처하고, 북한의 전쟁도발을 독자적으로 억제하며, 전쟁발발시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주변국의 불특정위협까지 포함하는 자주국방의 역량은 예산소요나 과학기술력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성급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과도한 전력증강은 주변국과 군비경쟁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우리의 안보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동맹과 국제기구 등 대외 안보협력을 병행하여 추진하면서, 독자적인 국방연구개발 및 방위산업 능력을 발전시켜 중장기적으로 국방의 잠재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 군의 자주국방은 대북억제력 구축을 목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4일 남북한 군사회담의 개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 상호비방방송 중단 등 군사적 신뢰구축분야에서 첫발을 내딛었지만, 실제적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비해 과도한 군사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는 아닐지라도 ‘한국방위의 한국화’에 따라 정보력의 강화, 독자적인 작전기획 및 군 운용 능력의 향상, 대(對)화력전 수행능력의 제고 등 우리 군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양국협상을 통해 최대한 주한미군의 감축시기를 늦추되 대규모 감축이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하여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계획(2004~13년)을 앞당겨 완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국방부는 국방예산을 GDP 대비 현행 2.8% 수준에서 3.2%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2005년도에는 3.0%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감축 이후 자주국방의 방향은 한미 군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방위의 한국화’가 추진되고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군에 환수되면 기존의 연합작전계획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립되어 있는 ‘작계5026’과 ‘작계5027-04’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수도권 공격과 전면남침에 대응해 북한정권 수뇌부의 제거와 군사적 통일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군에게 환수되면 한미 연합작전체계도 변경이 불가피하므로 이러한 연합작전계획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북한군의 남침에 대한 대응단계별로 우리 합참의 단독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 연합작전통제권으로 이원화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인 전쟁 1단계에서는 우리 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해 북한군을 방어·격퇴한다. 이때 우리 군의 군사적 목표는 ‘작계5027-98’ 이전으로 돌아가 ‘군사적 점령’에서 ‘군사적 승리’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전쟁 2단계로 접어들면, 미 전시증원군의 지원을 받아 한미연합군은 북한군을 제압하고 북진하여 군사적 통일을 달성하게 된다. 이 경우 한미연합군의 군사목표는 기존의 연합작전계획에 따라 군사적 점령과 통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목표와 전시작전계획의 변경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남침공격을 가상해 수립하는 안보상의 대책일 뿐이다. 정부가 밝히고 있듯이, 자주국방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대북억제력에 있을 뿐 새로이 군비경쟁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남북한 군사회담을 진전시켜 서로 신뢰를 구축해나가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단계적 군비통제를 통해 군사적 위협의 총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성사시키기는 데는 무엇보다 당사자인 북한당국의 호응이 관건이다. 지금 북한이 경제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남북 경제협력이 되돌릴 수 없는 물결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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