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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논쟁|분배냐 성장이냐

사회복지 확충하면 빈부격차 줄고 일자리 는다

분배는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

  • 글: 김용익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사회복지 확충하면 빈부격차 줄고 일자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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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업과 산업 연관 관계가 훼손되면서 양자의 관계는 크게 양극화되었다. 대기업이 전통적인 중소기업의 상품시장 영역으로 침투하고, 원료시장에서는 해외에서 부품을 구하게 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후방 파급효과는 축소되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해주어야 할 금융시스템은 오히려 위험을 기피하고 대출의 중심을 가계로 돌렸다. 중소기업에 혁신 동력을 제공해야 할 대학과 연구소는 경영기법과 기술개발 지원이라는 면에서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중소기업 위축의 원인이 되었다.

셋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된 기업 인수합병, 공기업 민영화, 불안해진 고용형태와 사회적 안전망의 미비는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격화시키게 되었다. 이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운동의 ‘과격성’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배경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직 노동자와 비조직 노동자가 양분되어 있을 때, 조직 노동자의 힘에 의한 임금과 해고비용 상승이 장기적으로 일자리의 축소와 비조직 노동자의 임금하락을 초래한다는 것은 고전적인 이론이다. 한국에서도 500인 이상 기업 대비 5~9인 기업의 임금 수준은 2000년 58.0%에서 2003년 50.7%로 악화되고 있다.

결국 최근 수년간 일어난 산업구조 조정과 고용인력 축소, 비정규직 확대와 이들의 낮은 임금 ,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침투 및 글로벌 소싱 확대 등은 개별 기업의 측면에서는 경영합리화였지만 경제 전체로 볼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계기가 됐다.

내수 부진이 투자 부족의 원인



농어업의 위축과 함께 농어민들의 상황도 악화되었다. 비정규직은 저임금 노동자와 혼동되지 말아야 했고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 발을 맞추어야 했다.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은 동시에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전반적 급여를 확대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노력과 병행되었어야 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내수기반의 훼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투자 부진이다. 지난해 투자 증가율은 2002년의 7.5%에서 -0.3%로 급락하였다. 그런데, 현재의 투자율 하락은 재원의 부족이나 해외 소비의 부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금년도 1/4분기 총저축률은 31.5%로써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이며(한국은행),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시장에서의 가용재원은 부족이 아니라 잉여 상태이며 오히려 투자처를 찾지 못해 투기자본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2002~03년의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은 투기성 자금의 유입으로 인한 것이었다. 또 작년의 총수출액은 1938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투자 부족은 내수 부진에 그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소득격차의 악화가 내수의 부진으로, 내수의 부진이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의 부진은 다시 취업률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 지표에 의하면 가동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작년 78.3%, 올해 1/4분기 83.5%) 투자율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기업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줄여 기업 활동을 지원해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중요한 것인지, 내수 부진이 더 근본적인 원인인지는 좀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었던 고용시장의 패러독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먼저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1995년을 기점으로 대학 진학률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1990년 47.2%였던 대학 진학률은 2003년 현재 79.7%에 달한다. 이들을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good job)’가 대량 확대되어야 하는데 80%나 되는 대졸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일자리를 제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기업환경에서도 또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중소기업의 위축은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능력도 잃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증가율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제공되는 일자리마저 점점 더 ‘나쁜 일자리(bad job)’에 국한되게 되었다. 높아지는 학력에 부응하려면 다수의 우수한 중소기업이 전국에 흩어져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공계 대졸자 10만4694명 중 취업자는 49.0%인 5만1301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교육 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이른바 ‘이공계 푸대접’이라고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고학력 인력의 과다공급과 중소기업의 사정 악화로 고학력 청년실업이 구조화되는 문제가 깔려 있다. 교육과 노동 수요의 불일치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류대학 입시경쟁은 격화되고 대학원 진학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교육 서비스는 과잉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것이 노동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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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익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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