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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논쟁|분배냐 성장이냐

인기영합 복지정책은 성장 둔화, 소득불균형 부른다

성장 통한 분배만이 살 길

  • 글: 안재욱 경희대 교수· 경제학 jwan@khu.ac.kr

인기영합 복지정책은 성장 둔화, 소득불균형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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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자가용 승용차는 소수의 부자들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었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할 정도로 육류 소비량이 늘어났다.

가난한 사람은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경험적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가난한 사람이 쌀이나 소득을 조금씩 저축한 뒤 그것을 밑천 삼아 부자가 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미래의 소비를 위해 고무나무와 코코아나무를 심어 빈곤에서 탈출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돈은 경제적 성과의 결과이지 전제조건이 아니다. ‘빈곤의 악순환’ 논리가 옳다면 우리는 아직도 석기시대에 살고 있어야 한다.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많은 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중요한 것은 태도의 변화, 즉 의지이고, 그 사람들이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다. 그것은 바로 시장경제시스템이다.

시장에서 가격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경제성장이 이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격의 기능에는 크게 신호기능, 유인제공기능, 그리고 소득분배기능이 있다. 신호기능이란 수요와 공급이 변화할 때 무엇이 소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생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말한다. 유인제공기능은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생산이나 소비를 변경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소득분배기능이란 재화나 생산요소의 가격변동에 따라 각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러한 3가지 기능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그러나 ‘분배를 통한 성장’의 논리는 가격의 소득분배기능과 앞의 두 기능인 신호 및 유인제공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의 소득분배기능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므로 이 기능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나서서 소득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신호기능과 유인제공기능만 가격이 담당하도록 하면 공평한 소득분배를 이룩함과 동시에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은 그렇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즉 가격의 소득분배기능을 정부가 대신하게 되면 신호기능과 유인제공기능도 함께 작동하지 않게 된다. 분배정책이 강화되어 자신이 노력한 결과의 일부나 대부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는 없어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발생한다 해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그 변화에 대해 별로 반응하지 않아 가격의 정보전달기능도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가격제도가 잘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경제성장에 중요한 생산과 교환활동이 감소한다. 결국 성장은 고사하고 먹고살기도 힘들어진다. 이것은 분배를 강화했던 북유럽과 남미국가에서 모두 경험한 사실이다. 구소련, 동유럽 국가, 북한은 물론 1970년대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의 실패 기억해야

아르헨티나는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페론 정부가 사회주의제도를 도입하고, 1990년대 메넴 정부가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하면서 3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독일은 현재 미증유의 실업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그것은 사회민주당이 분배우선정책 등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채택한 결과이다.

경제성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자유가 극대화돼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청와대가 사회정책수석을 신설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운영하면 필연적으로 정부간섭의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제한함으로써 부를 파괴한다.

생산적인 경제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유포된 정보의 사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가 간섭하면 그러한 정보가 제한되고 왜곡된다. 정부가 개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장 선택을 대체할 때 경제적 결정은 정보의 진공상태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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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재욱 경희대 교수· 경제학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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