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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속으로 | 서가에 들어온 한권의 책 |

개인이 농축해 사회가 배양한 惡 | 작은 인생들의 꼼지락거리는 투쟁記 | 끝나지 않은 “평화를 향한 여정”

악의 해부 | 기사단장 죽이기 | 외교의 길

  •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 spark@stepi.re.kr

개인이 농축해 사회가 배양한 惡 | 작은 인생들의 꼼지락거리는 투쟁記 | 끝나지 않은 “평화를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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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농축해 사회가 배양한 惡 | 작은 인생들의 꼼지락거리는 투쟁記 | 끝나지 않은 “평화를 향한 여정”


악의 해부| 개인이 농축해 사회가 배양한 惡
조엘 딤스데일 지음, 박경선 옮김.
에이도스, 324쪽, 1만7000원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유행한 농담이 있었다. “미친놈(도널드 트럼프)과 나쁜 년(힐러리 클린턴) 중에 도대체 누굴 뽑으라고.” 이런 풍자에는 진실의 일말이 담기게 마련이다.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광인과 악인이다. 4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중 600만 명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어디에 해당할까. 사람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둘 다 해당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의 유대인 분과 책임자로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그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은 성실한 관료라는 점에서 결코 광인은 아니었다. 그럼 타고난 악당일까.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유명한 화두를 꺼내 들었다. 출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하다 보면 악당이 돼버린다는 통찰이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두 명의 아돌프 사이에 존재했던 이들을 주목한다. 1945~1946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펼쳐진 재판에 회부된 22명의 나치 전범이다. 히틀러, 괴벨스, 힘러의 자살 이후 살아남은 최고위직 나치 관료였던 이들에겐 전속 카운슬러 2명이 있었다. 미군으로 복무 중이던 정신의학자 더글러스 켈리 대령과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 중위다. 두 사람은 이들 전범에 대한 상담 기록을 토대로 긴박감 넘치게 악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결이 다른 4명의 전범을 파고들었다. 제3제국의 원수이자 공군총사령관 헤르만 괴링(호감형 사이코패스), 부총통의 신분으로 협상을 중재하겠다며 홀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온 루돌프 헤스(편집증적 조현병), 독일노동전선의 수장 로베르트 레이(우울증), 반유대주의 언론인 율리우스, 이들은 인간 쓰레기라고 할 만큼 저열했을 뿐 아니라 조금씩 정신이상 증세가 있었다.

그럼에도 켈리와 길버트는 헤스를 제외하곤 정신이상으로 판정하기 힘들다고 봤다. 다만 자유분방한 성격의 켈리는 그들을 운이 좋아 높은 자리에 올라갔지만 형편없는 도덕적 잣대를 지닌 탓에 사회적 악에 쉽게 감염된 평범한 인간으로 봤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선취한 시각이었다. 반면 꼼꼼한 성격의 길버트는 그들을 자아도취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했다. 일반인으로부터 격리, 처단해야 할 타고난 악당으로 본 것이다.

켈리의 관점에 서면 악은 사회적 산물이다. 반면 길버트의 관점에선 개인의 책임이 강조된다. “켈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약간씩의 어둠을 찾아냈고, 길버트는 몇몇 사람에게서 보기 드문 어둠을 찾아냈다. 둘 다 옳았다,”

저자의 이런 결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적용해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최순실과 김기춘 속에 숨은 보기 드문 어둠이 안종범 김종 조윤선 속에 숨은 약간의 어둠을 곰팡이처럼 번져나가게 만들었다고 본다면. 악은 그렇게 개인적으로 농축되고 사회적으로 배양된다.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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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 spark@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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