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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애드리브의 達人, MC 김제동

“내 유머의 콘텐츠는 숙성시켜 내 것으로 만든 것”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애드리브의 達人, MC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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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의 達人, MC 김제동

인터뷰중인 MC 김제동.

-어떤 경로로 대학축제 사회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습니까.

“1996년에 2군사령부 문선대에서 제대한 뒤 모교인 계명문화대학 관광과 졸업생 환송회에서 처음으로 사회를 봤습니다. 우연히 그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과 대표들이 자기네 과 사회도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차비 정도인 2만~3만원을 받고 해줬어요. 소문이 나면서 다른 학교 모임에도 가게 됐죠. 그러다 대학축제를 전문으로 하는 이벤트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대학축제 전문 MC가 된 거죠.

여기저기 대학축제에 돌아다니다가 삼성라이온즈 대구구장의 장내 아나운서를 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사인을 해줄 만큼 유명해진 것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는 무명시절인 1998년 김천과학대학 축제에서 MC를 맡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날 인기 정상의 가수가 오기로 돼 있었다. 오직 그 가수를 보기 위해 수많은 여고생이 전세버스를 타고 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여고생들은 빗속에서도 가수를 기다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가수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늦는다는 연락이 왔다. 그가 무대 위로 올라가 사정을 말하고 “한 시간 반 동안 뭘 할까요?”라고 물었다. 속았다고 생각한 청중들이 무대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이 나온다는 포스터를 붙여 사람을 끌어놓고 실제로는 오지 않는 속임수가 많을 때였다. 여고생들은 울부짖었다.



그는 “날 믿어달라. 한 시간 반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해드리겠다”며 청중들과 똑같이 비를 맞기 위해 무대 위의 천막을 걷었다. 온몸에 물을 붓고 운동장에서 구르며 머드팩을 했다. 신발을 벗어 박수를 치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지나 가수가 왔는데, 진흙투성이 MC가 무대에서 내려와야 무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서러웠다.

그가 내려간 뒤 가수가 올라와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관객의 절반이 기절했다. 가수가 내리 세 곡을 부르고 떠난 후 그가 마무리 멘트를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땐 관객 대부분이 빠져나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가 무대에서 내려와 소주를 한잔 하고 있는데 안 온다던 여자친구가 왔다. 그녀가 “저 사람들은 오빠를 잊어도 나는 오늘 오빠 모습 영원히 기억할 거야”라고 말했다.

-그 가수가 누구였습니까.

“이름을 밝히면 그분한테 피해가 가요. 그분도 본의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나하고 친하게 지냅니다. 인기 정상의 가수지요. 내가 김천과학대학 축제 머드팩 이야기를 했더니 ‘그때 그놈이 너였어?’라며 웃어요.”

난쟁이 콤플렉스

-강미은 교수 책에 김형의 용모에 대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라고 했더군요. 김형이 방송에서 “꽃미남이 부럽다” “잘생겼다고 재산세 내고 못생겼다고 오물세 내냐”는 식으로 용모 이야기를 자주 하던데, ‘얼꽝’도 상품화가 되나요.

“김용만씨는 나를 보고 농담삼아 ‘너 참 난(難)하게 생겼다’고 해요. 강호동 선배는 나더러 ‘인간과 동물의 중간단계’라고 놀려요.”

-그건 강호동씨가 자기소개하는 얘기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형도 그 계통에 포함된다고.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서로 웃는 거죠. 사춘기 때는 콤플렉스가 심했습니다. ‘못생긴 놈이 설친다’는 얘기나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의식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할까요.

내게 난쟁이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사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신 왕자님하고 공주님 떠나실 때 태워드릴 백마를 찾습니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도전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상처받을 걸 예견하고 스스로 상처내버리고 끝내는 거죠. 여자에게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얘기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대한민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성 10명 안에 드는 것 아닙니까.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면 제가 친한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연예인 1위로 나옵니다. 자기가 갖기는 싫고 생판 남 주기는 아까우니까 친구한테 주고 가끔 만나고 싶은 거죠. 견공(犬公)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안방에 들여놓기는 싫고 마당 같은 데서 키워보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나를 연애 또는 결혼 상대로 보기보다는 약간 중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여성 팬들이 ‘오빤 정말 친오빠 같애’ 하면 환장하겠습니다. 친오빠하고 결혼하는 여자 봤습니까. 나한테 사인받기 위해 몰려드는 여대생들도 마찬가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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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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